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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의 한계 ‘언론고시’에서 비롯
[저널리즘특강]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주제 ② 왜 언론인이 되려고 하는가
2016년 05월 04일 (수) 16:44:30 박고은 윤연정 기자 szaaa@hanmail.net

“여러분은 왜 언론인이 되려고 합니까? 그리고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습니까?”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왜 언론인이 되려고 하는가’를 주제로 강의를 시작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포괄적 질문에 학생들은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선배 언론인인 김 이사장은 예비언론인들이 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대화 방식으로 강의를 이끌었다. 학생들의 말문이 막히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 예비언론인들과 대화하고 있는 김종철 이사장. ⓒ 박기완

“여러분은 언론인이 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해왔죠?”

언론인에게 인문학이 절실한 이유

김 이사장의 질문에 상식공부, 논술공부, 현장경험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하지만 김 이사장은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인문학적 소양은 창의력과 사고력으로 이어진다. 언론인이 된 뒤 창의력과 사고력을 잘 활용할 수 없다면 곧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고 김 이사장은 지적했다. 조리 있게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은 언론인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지만, 주입식 교육으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창의력과 사고력을 기르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언론 환경에 맞는 언론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학생이 “언론사가 요구하는 스펙이 너무 과도하다”며 “진정성 있는 언론인을 뽑는 제도는 어떠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

한국의 언론 지망생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큰 언론사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력기자로 인정받아 작은 언론사에서 큰 언론사로 옮기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지방 언론사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유력 매체로 옮기는 과정을 밟는 것이 보통이다.

김 이사장은 “한국에서 기자가 되는 길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처럼 고시가 되어버렸다”며 “이 제도로는 지원자의 개성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잠재적 능력을 평가하기도 어려워 진정성 있는 언론인을 뽑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채 대신 기자의 실력만을 평가해 채용하는 <경남도민일보>를 사례로 들며 앞으로 언론 채용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립언론이 희망이다

“언론인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멀어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언론인들이 자신의 소신과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독립적 언론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독립 언론이 자리 잡으려면 전문적인 언론인이 대거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훈련된 언론인이 심층보도 위주로 양질의 기사를 제공해, 독자와 언론계의 인정을 받아야만 제대로 된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예가 <뉴스타파>다.

   
▲ 대표적인 독립언론 뉴스타파. ⓒ 전광준

<뉴스타파>는 2012년 조세회피처 탐사보도를 통해 독립언론의 저력을 과시했다. 그 이후 <뉴스타파>를 후원하는 독자들이 늘어났고, 이를 계기로 <뉴스타파>는 진정한 독립언론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출 수 있었다. 김 이사장은 “독립언론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좋은 기사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라며 “기성언론도 외부 압력에서 벗어나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제1의 목표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살려 달라”는 말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언론인

“여러분도 뜻이 있어서 언론인의 길을 택했을 텐데, 언론인이 가져야 할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 이사장은 질문을 던진 뒤 기자 시절 ‘자혜부락’을 취재했던 경험을 예비언론인들에게 들려줬다. ‘자혜부락’은 자애로울 자(慈)와 은혜로울 혜(惠)를 딴 이름의 마을이었지만 김 이사장이 본 마을의 상황은 이름과 달리 처참했다.

   
▲ 예비언론인들의 질문을 듣고 있는 김 이사장. ⓒ 박기완

그는 1971년 광주대단지 판잣집 강제 철거 사건을 취재했다. 당시 정부는 도시개발을 이유로 지금의 성남인 광주대단지를 강제 철거했다. 그 탓에 판잣집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자혜부락으로 쫓겨나야 했다. 사회부 기자였던 김 이사장은 자혜부락의 맨 꼭대기에 야전 텐트를 치고 사는 일흔 살 넘은 할머니를 취재했다. 그 할머니는 어린 손자와 둘이서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텐트 안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다. 높이가 1m도 되지 않는 텐트 안에는 곰팡이가 가득한 이불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 할머니는 “이제 겨울이 와서 얼어 죽을 수밖에 없다”며 “살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김 이사장은 그 날을 회상하며 “기자라는 직업이 얼마나 무력한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외된 사람들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세상에 전하는 것이야말로 언론인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자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학기 <저널리즘특강>은 김종철 이대근 곽윤섭 박태균 김호상 임병도 오연호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유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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