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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처럼 비 맞아야 보이더라”
[맑은 바람 밝은 달, 그곳에 산다] ⑭ 충주 그림책작가 정승각
2016년 05월 17일 (화) 23:17:06 황상호 기자 homerunsery@gmail.com

봄에 태어난 아이, 춘희는 엄마가 덮어 준 이불 아래 늘 누워있다. 유릿가루처럼 반짝이는 아침 햇살과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왕버들도 창 너머로 가만히 바라볼 수 있을 뿐이다. 아빠는 일본 군수공장으로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엄마가 실종된 아빠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왔는데, 그때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터졌다. 1945년 8월이었다. 춘희는 엄마 뱃속에 있었다. 엄마가 본 세상은 하얗게 불타 검게 바스러졌고, 춘희는 구겨진 몸으로 태어났다. 재일조선인 원자폭탄 피해자의 아픔을 담은 그림동화책 <춘희는 아기란다>에 담긴 이야기다. 지난달 출간된 이 그림책의 작가 정승각(55)씨를 지난 1일 충북 충주시 엄정면 작업실에서 만났다. 정 작가는 신작 동화책을 나긋나긋 읽어주며 책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 정승각 작가가 일본 현지에서 스케치한 그림을 배경으로 취재를 하며 겪었던 이야기를 설명하고 있다. ⓒ 유순상

일본서 버림받은 동화 20여년 만에 국내 출간

1980년대 일본 오카야마 현 바닷가의 한 작은 마을. 연녹색 이파리들이 일제히 나무껍질을 뚫고 나오는 4월 초봄에 일본 소녀 유미가 이사왔다. 유미는 재일조선인 할머니의 집을 지나 학교에 간다. 할머니는 동요를 흥얼거렸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할머니의 노랫가락에 따라 유미는 피리를 불었다. 둘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고, 이들의 교감을 통해 재일조선인 원폭피해자의 아픔이 서서히 드러난다. 이야기는 마흔이 넘었어도 아직 할머니의 ‘아기’인 춘희의 시선을 따라 펼쳐진다.

이 그림책의 원작은 재일조선인 1세 고(故) 변기자(1940~2012) 작가가 쓴 <춘희라는 이름의 아기>다. 변 작가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해자들이 많이 살았던 오카야마에서 태어나 피해자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성장했다. 그 체험이 동화의 바탕이 됐다. 책은 1990년 출판된 후 ‘제6회 닛산 동화와 그림책 그랑프리’ 공모전에서 동화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변 작가는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이 쓴 <몽실언니>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등 다수의 국내 동화책을 일본에 알렸다. 만화영화로도 제작된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번역할 때는 주인공 이름 ‘잎싹’을 일본식 이름으로 표기하지 않는다고 일본 우익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춘희>도 일본에서는 ‘문제 작품’으로 분류됐다. 원폭 피해라는 숨기고 싶은 과거와 소수자인 재일조선인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정승각 작가는 지난 2000년 일본에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러 갔다가 변 작가를 알게 됐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변기자 선생님은 (우리나라에) 입국조차 허락되지 않았어요. 김대중 정부 때는 한 출판사 초청으로 들어왔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에 가입돼 있지 않아 국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입국이 불허됐죠. 그림책 작업이 길어지니까 변 선생이 ‘무덤에 그림책 갖다놓지 말라’고 하셨는데, 그만 그리되고 말았어요. 선생님 모신 절에 가서 책을 바치고 용서를 빌어야겠네요.”

   
▲ 그림책 <춘희는 아기란다> 속 한 장면이다. 일본식 빨래봉과 허름한 일본식 농촌집이 돋보인다. 유미의 피리 소리를 파스텔톤의 물방울로 전체를 표현했다. ⓒ 사계절

이 책은 한국 중국 일본의 그림책작가 12명이 평화를 주제로 책을 만드는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정 작가는 원폭피해로 주제를 정한 지 8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에는 후원단체가 없어 사비를 털어서 동화의 배경인 일본 오카야마와 후쿠시마 현지를 오갔다. 먼저 인터넷에 실린 자료사진을 보고 1980년대를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동네를 히로시마와 오카야마에서 찾았다. 그리고 비상시에 도움을 줄 재일동포 한 명을 섭외했다.

현장에서는 일어사전과 오래된 자전거 한 대에 의지했다.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지나치다 싶을 만큼 꼼꼼하게 취재했다. 일본 할머니의 방을 표현하기 위해 현지 할머니 방을 수소문해 구조와 가구의 모양, 냄새까지 잡아내 기록했다. 일본 어촌에서 빨래를 너는 모습을 고증하기 위해 옛 모습이 남아 있는 동네를 찾아가고 사료를 들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 기둥에 긴 줄을 동여매 빨래를 넌다면, 일본에선 끝이 와이(Y)자 모양으로 갈라진 두 기둥에 긴 봉을 얹어 빨래를 넌다는 차이가 있었다. 바닷바람에 쓰러지지 않도록 고안한 구조라고 한다. 일본 소녀의 얼굴형과 책가방까지도 일본식을 찾아내 그렸다.

“일본을 여러 번 방문했어요. 한번은 사진만 찍었고, 또 한 번은 현장에서 바로 스케치 했어요.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거랑 현장에서 바로 스케치하는 거랑 느낌이 다르거든요. 또 아기 기저귀도 일본 거랑 우리나라 거랑 달라요. 일본 기저귀가 이중으로 돼 있다면 우리나라 것은 한 면이 길게 돼 있는 구조죠. 사실감을 살리기 위해 모두 조사했어요.”

정 작가가 맞닥뜨린 가장 큰 벽은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원폭 피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재일조선인이라는 이주민의 아픔, 또 여성과 아이가 감내해야 할 슬픔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원폭 피해 2세를 만나 인터뷰 했지만 50대 한국인 남성이 그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했다. 붓으로 구체적인 묘사를 하려니 고통을 아는 척하는 것처럼 보였고, 흰색 천으로 그림을 덮어 뿌옇게 표현하려니 감정이 폭발하는 격정적인 상황을 나타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중국집 나무젓가락이었다. 젓가락 한 쪽을 뜯어 물에 갠 숯가루를 찍어 쓱쓱 그렸다. 무심하게.

“아무리 공부를 하고 책을 살펴본다고 해도 제가 어떻게 그분들의 아픔을 다 이해하겠어요. 물감 재료며 종이 종류도 바꿔봤는데 도대체 표현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러다 마음을 내려놓고 나무젓가락을 들어봤죠. 물에 갠 숯가루를 찍어 그려 봤는데. 딱 제 마음 같은 거예요. 의도하지 않은 형태의 선들, 모두 다 이해할 순 없지만 느껴지는 어렴풋한 아픔과 이미지들이요.”

각개전투하듯 읽고, 만지듯 꼬작꼬작하게 그려야

   
▲ 정승각 작가는 경기도 성남에 있던 아파트를 팔고 시골 교회 예배당과 안채 건물을 사서 이주했다. 두 곳 모두 작업실로 쓰고 있다. 연필로 스케치했다. ⓒ 유순상

정 작가는 충주에서 문 닫은 시골교회 예배당과 독립된 안채 건물을 작업실로 쓴다. 두 곳 모두 습작들로 가득하다. 이리저리 끼적인 한지 뭉텅이, 점토 조각, 각종 그림 액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기자와 일 년 전 만났을 때도 <춘희는 아기란다> 작업을 하고 있었으니 셀 수 없는 실패를 했을 테다. 작가는 그림을 ‘만지듯 꼬작꼬작하게’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동화 원작을 읽을 때도 각개전투 하듯 읽어야 해요. 아주 낮은 자세로 박박 기듯이 책을 읽어야 원작자의 의도를 살릴 수 있죠. 문자 전에 그림이 탄생했으니 거꾸로 활자를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어떻게 그려야 하나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요.”

그의 대표작 <강아지똥(글 권정생 그림 정승각)>은 그림책작가들 사이에서 전설로 회자된다. 쓸모없이 내버려진 개똥이 봄비에 노그라지며 민들레꽃을 피워내는 줄거리다. 정 작가는 그 개똥을 표현하기 위해 고행을 자처했다. 강아지가 똥 누는 장면을 그리기 위해 며칠 동안 집 주인의 강아지 흰둥이가 쭈그려 앉아 똥 누는 모습을 관찰하며 스케치했다. 점토로 개똥 모양을 빚어 연탄불에 구운 뒤 여러 각도에서 그려보기도 했다. 비 맞는 강아지똥을 그리기 위해 직접 비를 맞았다. 그는 “강아지똥이 돼야 강아지똥을 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비를 그리려고 할 때 기술적으로 물감을 흘려볼까 아니면 뿌려볼까 고민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냥 비를 맞아요. 강아지똥이 골목길에서 비를 만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비를 맞으면 춥고 외로워요. 그러면 물감에서도 스멀스멀 푸른 빛깔이 올라와요. 내가 일부러 만들지 않아도 저절로 색감이 올라오는 거죠. 직관이에요.”

그림책 <강아지똥>은 올해 출간된 지 20주년을 맞았다. 5년 전 이미 100만부를 돌파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스테디셀러다. 일본과 중국, 스위스, 폴란드 등 7개국에 수출도 됐다. 이 작품을 바탕으로 연극과 동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 그림책 <강아지똥>의 대표 장면이다. 비 내리는 날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끌어안고 스스로 거름이 된다. 민들레꽃이 핀다. ⓒ 길벗어린이

아이들의 거침없는 그림에 ‘망치로 맞은 충격’

정 작가가 동화책에 눈을 뜬 건 80년대 대학시절 지인의 부탁으로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수해지역 아이들과 벽화를 그리면서부터다. 당시 마을은 개천보다 낮아 장마 때면 으레 수해를 입었다. 작가는 미술학원을 하는 선배에게 쓰다 남은 몽당 크레파스를 얻어와 아이들에게 그림수업을 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정 작가의 지도 없이도 거침없이 그림을 그렸다. 원근법에 구애받지 않고 느낀 그대로 그렸다. 작가는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망치로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흙바닥에 앉아 수해복구용 스티로폼에 종이를 올려 두고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크레파스를 갖고 천둥치고 비가 내리는 장면을 막 그려내는 거예요. 이건 누가 봐도 물난리가 난 현장이에요. 가르칠 필요가 없었죠. 전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나는 석고상을 그려서 겨우 미대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은 ‘으악’하고 토해내듯 그리더라고요.”

아이들이 그린 그림에서 받은 충격과 순수미술의 경제적 한계를 생각해 그림책작가로 진로를 정했다. 그리고 출판사를 찾아 다녔다. 1988년, 한 출판사 공모전에 당선돼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의 삽화를 그렸다.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에야 책이 나왔다. 그 뒤 권정생 선생의 원고를 받아 동화그림책 <오소리네 집 꽃밭>과 <황소아저씨> 등을 그렸다. 권 선생은 직접 원작을 동화 문장으로 고쳐주었다. 또 바보처럼 웃지만 일본경찰에게 물러서지 않는 할아버지 이야기 <벌렁코 할아버지>와 동학농민운동을 그린 <새야 새야 녹두새야> 등 십여 권의 단행본을 그렸다. <웅진아이큐>, <고래가 그랬어> 등 각종 어린이 잡지에도 그림을 그렸다. 1993년에는 우리나라 설화 불개 이야기와 동서남북 방위를 수호하는 사신의 이야기를 재해석한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를 출간했다. 글과 그림을 모두 맡았던 첫 책이다. 그 내용은 2009년 초등학교 2학년 읽기 교과서에 실렸다. 당시 그림을 본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이 “30년 전에 나왔어야 할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림책작가 수명이 평균 5년이에요. 한 번 유행을 타면 서점에 무섭게 깔리지만 5년쯤 지나면 뭘 해도 진부해지는 것으로 취급받아 시장에서 사라지죠. 늘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터득해야 해요.”

   
▲ 정승각 작가가 처음으로 창작한 그림책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표지 그림이다. 금박가루를 아교풀에 갠 금니를 사용해 장엄하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 초방책방

그는 초창기 목판화와 어울리는 색을 찾기 위해 조선시대 민화를 공부했고 동양화의 필치를 살리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민요를 배웠다. 외양간 황소와 생쥐들의 우정을 그린 <황소 아저씨>를 그릴 때는 점토로 그림판에 돋을새김 부조를 뜨고 모시로 풀칠을 해 그림을 그렸다. 까슬까슬한 질감이 만져질 듯하다.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를 작업할 때는 고구려 벽화 속 사신(四神)의 압도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탱화(불교그림)를 그리는 스님을 찾아가 비법을 전수받았다.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 등 우리 전통 오방색과 금박가루를 아교풀에 갠 금니(金泥)로 그림을 그렸다.

“유화나 서양화 데생의 필치로는 우리나라 외양간이나 농촌을 표현하기 어려워요. 전통 색과 전통음악의 가락을 알아야 우리 것을 그릴 수 있죠. 선을 그리는 건 이성적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몸으로 그리는 거거든요. 민요를 배우며 장구도 치고 노래극도 하고 우리 몸짓을 배워야 선이 나오는 거죠.”

아이들 책은 문장도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냥 배가 아프다고 하지 말고 ‘우리하다’든지 ‘콕콕 찌른다’든지 듣는 사람이 좀 더 느낄 수 있도록 쓰라”는 이성복 시인의 말처럼 정 작가는 원작의 문장을 그림책 문장으로 바꿀 때 직접 참여한다. 예를 들어 구급차 소리를 어른들은 ‘삐뽀삐뽀’라고 하지만 <춘희는 아기란다>에서는 “위용~웨용~위용~웨용~”으로 썼다.

“아롱다롱 표현하는 동심 천사주의가 동화책을 망쳐요. 학습된 언어가 아니라 아이들이 처음 느낀 그대로 쓰도록 해야 해요. 아이들은 그림과 문자를 접할 때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오감을 동원해 책을 느끼거든요.”

들꽃 도감과 다른 자연, 귀촌해야 보이는 것들

경기도 성남에 살던 정 작가는 지난 1997년 동시 쓰는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충주시로 귀촌했다. 당시 외환위기의 여파로 어려웠던 상황에서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그림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그림책 <오소리네 집 꽃밭>을 그리려고 잠시 외가가 있는 충주에 왔다가 귀촌을 결심했다.

“예쁜 농촌 꽃밭을 그리려고 한갓진 농촌에 왔어요. 그런데 제가 상상하던 꽃밭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꽃들은 우거진 풀들에 숨어 있었고 꽃송이는 생각보다 자그마했죠. 들꽃 도감과 현실은 달랐죠. 꽃과 새를 그리려면 농촌에서 살아야겠구나 생각하고 귀촌했어요. 도시생활로 누적돼 있던 빚에도 해방됐죠.”

   
▲ 정승각 작가의 작업실이다. 한 작품을 완성해 내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 유순상

작가는 오랫동안 어린이 문화운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도심 골목길에서 벽화를 그리고 다양한 미술교육법을 개발해 아이들과 그림 놀이를 한다. 전문 학위는 없지만 사단법인 공동육아연구원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어린이집 교사들과 놀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그림책 <강아지똥> 출간 20주년과 <춘희는 아기란다> 출간을 기념해 서울과 부산, 충주 등의 도서관 등지를 돌며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에게 강의를 한다. 올 여름부터 하반기에는 그림책에 들어간 원작 그림을 전시할 계획이다.

   
▲ <춘이는 아기란다>를 그릴 때 사용한 숯과 나무젓가락이다. 나무젓가락등 딱딱한 물체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각필(角筆)이라고 하는데 그릴 때 선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유순상

"아이들은 그림이 보드라우면 책을 만져보거나 볼에 갖다 대요.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도 하고요. 모든 감각을 동원해 느끼려고 하죠. 아이들과 함께 하다보면 아이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게 되고 저의 표현력도 올라가죠. 이번 <춘희는 아기란다>도 (많은 사람들이)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정부는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인구 밀집도가 높은 나라에서 사고가 나면 정말 끝이에요. 춘희가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어요.”

정 작가는 사연 많은 그림책을 하나하나 읽어주며 마주 앉아 있던 기자에게 책을 계속 건넸다. 수다스런 인터뷰가 끝날 때쯤 책은 허벅지 위에서 배꼽까지 쌓였다.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지방에서 생태공동체를 꾸리거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맑은 바람 밝은 달, 청풍명월(淸風明月)의 고장 충청북도에는 유독 사연 많고 소신 있는 예술인과 공동체운동가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다. <단비뉴스>는 이렇게 충북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문화인과 활동가들을 찾아 나섰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인 CJB청주방송 황상호 기자가 글을 쓰고 서양화가 유순상 씨가 사진기와 붓을 들었다. (편집자)

편집 : 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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