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방적 학사구조개편 반대 성신여대생 ‘단과대 장례식’

“지금부터 학교 측의 일방적인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장례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곧 사라질 신생 단과대학의 영정사진을 바라봐 주십시오. 학교는 학우들의 꿈이자 미래였던 우리의 학과, 그리고 단대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 신규 과들을 개설하려고 합니다. 이에 구조조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마음을 담아 절하겠습니다. 일동, 절.”

▲ 성신여대 학생들이 학교 잔디밭에서 '단과대 장례식'을 열고 있다. ⓒ 서혜미

교육부 지원금 받으려 취업 부진 학과 통폐합 추진 

2016년 새 학기 개강 첫날인 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동선동 성신여대 잔디밭에서 ‘단과대 장례식’이 시작됐다. 축구장 절반 넓이의 잔디밭 한가운데로 영정사진 8점이 늘어섰고, ‘단과대 영정’을 조문하고자 학생 수백 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맞춰 영정들과 성신여대 본관을 향해 각각 두 번 ‘추모의 절’을 올렸다. 학생들이 들고 있는 영정에는 학과통폐합으로 새로 출범할 예정인 5개 단과대학 이름과 교육부, 프라임 사업 이름 등이 쓰여 있었다.

행사를 주도한 오송희(22·정치외교)씨는 "기존 단과대학을 지키고 신생 단과대학을 절대 맞이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아 장례식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은 학교 정문으로 이동, ‘성신여대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공대위는 “(학사구조개편이라는) 큰 사안을 학생들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비밀리에 진행하려고 한다”며 학과 구조조정 전면 백지화와 총장 공개면담을 요구했다.

▲ 학생회장과 일반 학생들이 모인 '성신여대의 일방적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공동대책위원회'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서혜미

지난 26일 성신여대 학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개편안에 따르면 성신여대의 단과대 수는 오는 2017학년도부터 현재 11개에서 7개로 줄어든다. 인문대학과 사범대학을 인문사범대로, 음악대와 미술대를 창의예술대학으로 통합한다. 또 법과대학과 간호대학은 없어지고 소속 학과는 다른 단과대로 편입된다. 어문계열의 경우 중어중문과 일어일문학과는 아시아어문‧문화학과로, 독어독문 및 불어불문학과는 유럽어문‧문화학과로 통합된다.

조아영(21) 인문대 부비대위원장은 “독어와 불어는 언어 구조적인 측면에서 전혀 공통점이 없다”며 “두 언어가 유럽 대륙에서 사용된다는 이유만으로 학과를 통합하는 것은 학생들에게서 질 좋은 교육환경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가 학사구조를 이렇게 바꾸는 것은 교육부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프라임 사업)’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은 교육부가 사회와 산업 수요에 맞게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최대 300억 원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공취업률이 핵심적인 평가 기준이므로 취업률이 인문학과보다 높은 이공계 정원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개편안에 따르면 성신여대도 2017년부터 지식서비스공과대학과 뷰티산업국제대학을 만들고, 각각 서비스디자인공학․글로벌비지니스학과를 신설한다. 학생들은 개편안을 저지하기 위해 앞으로 1인 시위, 서명운동, 자유발언 등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장례식 행사를 마치고 이동한 학생들이 기자회견이 열리는 교문 뒷편으로 줄지어 서 있다. ⓒ 서혜미

경희대인하대는 학생 교수 반발로 계획 철회  

성신여대 측은 이 같은 학생시위와 관련해 <단비뉴스>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면서 짧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주 안에 단과대 학생회장과 학과별 대표 등을 상대로 프라임 사업 기본안에 대해 설명회도 열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위주로 학과구조를 개편하려는 대학과 이에 맞서는 학생들 간의 갈등은 다른 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경성대와 신라대가 무용학과를 없애려다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쳐 폐과를 철회하거나 논의를 다시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인하대와 경희대가 프라임 사업 참여를 검토하다 총학생회와 교수들의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프라임 사업 기본 계획’을 확정했고 이달 말까지 대학의 참가 신청을 받아 지원 대상을 선발한다.

민간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프라임 사업 선정 평가 지표에 내부 구성원의 합의 항목이 있지만 프라임 사업 신청 기간 자체가 짧다”며 “교육부가 대학구성원 간의 내부 의견 수렴을 정말 중시한다면 이렇게 시한을 짧게 정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편집 : 김영주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