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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딸 때는 똑 소리가 두 번 난다
[지역‧농촌이슈] 제천사과 수확 체험기
2015년 11월 16일 (월) 14:00:11 유수빈 기자 holasoop@naver.com

"와, 저기 단풍 봐. 하늘에 구름도!" 시험이 끝난 날 야외로 향하는 학생들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지난 5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은 '지역농업보도실습'을 겸해 사과밭 일손 돕기에 나섰다.

충북 제천시 신월동 산자락에 있는 해맞이농원은 학교에서 차로 10분 거리.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산자락 좁은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우리 차가 지나갈 때마다 허리를 굽히며 인사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높다랗게 서있는 감나무는 주황이 파랑의 보색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주황색 감들이 파란색 배경에 알알이 박혀있다.

아삭한 제천사과의 비결…최대한 늦게 따서 보관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면서 푸른 산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 즈음이면 사과도 알알이 붉은 빛으로 익어간다. 잘 익은 사과는 제때 따서 보관해야 아삭아삭한 맛이 오래가기 때문에 사과밭은 요즘이 농번기다. 사과는 수확 시기에 따라 조생·중생·만생종으로 나뉘는데, 만생종인 부사를 키우는 해맞이농원은 10월 하순부터 11월 초순 열흘 사이에 일제히 수확해야 한다.

그러나 4년 전 직장에서 정년퇴직한 홍종호(58)씨와 부인 박춘자(54)씨가 사들인 해맞이농원은 11500㎡(3500평)에 400여 그루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딸 둘은 결혼했고 외아들은 공부하고 있는데다 남편 홍 씨는 비정규직으로 또 다른 직장에 나가고 있어 사과밭 일은 주로 부인 박 씨의 몫이다.

   
▲ 일손이 없어 애태우는 해맞이농원에서 사과 따기를 돕고 있는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하상윤

‘똑 똑.’ 잘 익은 사과에서는 똑 소리가 두 번 난다. 첫 번째 똑 소리는 가지에 달린 사과를 돌려 딸 때 나는 것이고, 두 번째 똑 소리는 사과를 쌓아놓을 때 다른 사과가 상처를 입지 않도록 가위로 사과 꼭지를 짧게 자르면서 나는 것이다.

"사과를 엄지랑 검지로 잡고 위로 돌리면서 올리세요. 열매를 솎아준 꼭지에 찔리면 사과가 상하니까 조심해서 살살하시고. 많이 안 따도 되니까 천천히 해요."

과수원의 터줏대감인 박춘자씨의 친절한 설명에 양쪽 손에 장갑을 낀 학생들이 바구니를 하나씩 챙겨 저마다 사과나무로 향한다. 사과밭으로 들어가면 잘 익은 사과들이 내뿜는 향기가 코끝에 새콤달콤하게 전해진다. 새들이 쪼아먹은 사과 구멍에 벌들이 과즙을 빨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을은 미물들에게도 풍요의 계절인 모양이다.

산자락 양지바른 곳에서 햇살을 듬뿍 받고 자란 사과는 볼이 터질 듯 붉다. 부부에게는 사과를 수확하는 일이 한 해 농사를 마무리 짓는 거지만, 학생들에게는 난생처음 해보는 ‘이색 체험’이다. "와, 여기 안 왔으면 어쩔 뻔했어." 사과를 따며 연신 즐거워하는 웃음소리가 난다.

   
▲ 경사진 산자락에 드넓은 과수원이 펼쳐져 있어 무한궤도가 달린 차량으로 사과 등을 실어 나르는데 한 학생이 운전을 해보고 있다. ⓒ 하상윤

"아이 예쁘다. 내 새끼들 얼마나 예뻐."

사과 밭에선 웃음소리와 함께 흥겨운 노랫소리도 들린다. "여자는 꽃이랍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사과를 따던 박춘자씨는 “음악을 틀어주면 사과가 더 잘 자란다”며 “익은 사과를 탐내는 새를 쫓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아침에 사과밭으로 나오면 라디오를 틀고 "아이 예쁘다. 내 새끼들"하며 사과를 돌본다고 한다. 어느덧 4년 차 사과 농사꾼이 된 박 씨는 "요즘 사과가 고랭지로 옮겨가는 추세라 제천, 영월이 사과 농사짓기 좋다"며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등 저농약 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한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십년 전 경북 안동의 우리 외가에서도 사과 농사를 지었는데 지금은 사과밭이 마밭으로 바뀐 것이 생각난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사과의 재배지도 대구에서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 새참은 땀 흘려 일한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초보 일꾼들도 이날 새참의 맛을 알았을까? ⓒ 하상윤

"여기들 와서 새참 들어요!"

오랜만에 사과밭을 찾은 일손이 반가운 홍종호씨는 막걸리를 권하며 "이것(빵)도 먹고 저것(말린 고추 튀각)도 먹어"보라며 초보 일꾼들에게 먹을 것을 자꾸만 권했다. 새참을 먹으면서도 사과 농사꾼의 사과 자랑은 자식 자랑처럼 끊이질 않는다.

"서리를 한 번 맞아야 사과가 달아. 우리 밭에 있는 사과는 부사인데, 이렇게 세로로 갈라진 무늬가 있는 게 맛있어. 당도도 좋고. 그냥 물에 한 번 씻어서 먹으면 된다니까."

여름 사과는 겉이 반질반질해도 푸석해서 맛이 없지만 잘 익은 가을 부사는 사각사각한 맛이 좋다는 말에 갓 딴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삭.’ 첫맛은 새콤하고, 끝 맛은 달다. 씹을 때마다 나오는 과즙이 참 싱그럽다.

“가뭄에도 잘 자라주었으니 기특하지!"

손이 많이 안 가는 농사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집에서 후식으로 편히 먹는 사과는 우리에게 오기까지 너무나 손이 많이 간다. 적당한 크기에 당도가 높은 사과를 키우기 위해서는 봄에 사과 꽃눈도 떼어주고, 초여름에 열매도 솎아줘야 한다. 박춘자씨는 “올해는 다른 때보다 가물었는데도 사과가 잘 자라주어 더 기특하고 고맙다”며 수확하는 내내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일손을 도운 대가로 사과를 선물받은 학생들이 사과를 한두 개씩 들고 부부(왼쪽)와 함께 섰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으려고 사과밭에는 토끼풀을 심었는데 콩과식물은 질소를 고정해 토질을 비옥하게 만든다. ⓒ 하상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대산농촌재단과 함께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이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 : 김민지 기자

[유수빈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장, 편집부, 시사현안팀 유수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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