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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어?”
[지역농업이슈]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
2015년 10월 08일 (목) 21:03:37 박성희 하상윤 기자 sunghee6546@hanmail.net

‘농경지가 협소하고 논보다 밭의 비율이 높아 과거 주민들은 식량난을 면치 못했다.’

사전에서 ‘괴산군’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구절이다. 그랬던 괴산이 어느새 국내 유기농의 메카로 떠올라 한살림, 흙살림, 아이쿱생협 등 협동조합의 본거지가 됐다. 농민들이 부족한 생산량을 메우고자 선택한 것은 비료와 농약이 아니었던 셈이다. 좁은 농토는 우리나라 농민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대중이 괴산 유기농의 성공에 관심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18일 개막한 ‘2015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는 유기농 분야의 세계 최초 엑스포다. 엑스포를 찾는 시민들은 무엇을 보고 싶었을까? 괴산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줄곧 ‘괴산만의 유기농’을 상상했다. 농토의 부족함을 넘어 이제는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우리 농촌 현실을 타파할 희망을 떠올렸다. 지난달 20일 ‘지역∙농업보도실습’ 수강생들이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진천변에서 열린 괴산유기농엑스포에 다녀왔다.

메뚜기 잡고, 누에 실 뽑고 유기농 피자 먹고…

이번 유기농 엑스포의 백미는 다양한 체험과 전시 공간이다. 메뚜기 잡기, 누에 실을 직접 뽑아보는 곤충체험 등 38종의 체험 행사장에는 눈을 반짝이며 열중하는 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엑스포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7대 야외전시장에서는 실제 작물을 전시해 유기농법을 소개한 유기윤작, 흙소∙돼지∙염소 등 동물복지의 개념을 전파하는 유기축산, 제로 에너지 이론을 적용한 생태건축 등 볼거리가 많았다. 유기농 김치 담그기, 유기농 쌀 뻥튀기, 유기농 피자 만들기처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있었다.

   
▲ 10대 주제 전시관 제 1주제 ‘건강하고 복원력 있는 토양’에서 아이들이 4년간 숙성시킨 완숙 퇴비 향을 맡아 보고 있다. ⓒ 하상윤
   
▲ 유기농 생태체험관에서는 사슴벌레, 나비, 누에 등 10여종의 곤충과 오리, 다람쥐 등 동물도 만나볼 수 있다. ⓒ 하상윤
   
▲ 국내·외 유기농 관련 264개 업체가 참가한 유기농산업관은 제품 전시와 판매, 비즈니스 상담을 진행한다. ⓒ 하상윤

주출입문을 지나 행사장에 들어서면 왼편에 한 줄로 늘어선 천막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을 배려한 다양한 편의시설이다. PC 사용과 휴대폰 충전이 가능한 스마트서비스센터, 장애인노약자센터/미아보호소, 아이와 함께 온 관람객을 배려한 모유수유실 등은 다른 행사에서는 찾기 어려운 유기농 엑스포만의 세심한 배려다. 관람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천막과 돗자리를 준비해 소풍 온 기분을 들게 했다. 또한 청주를 거치는 외부 셔틀버스와 엑스포 행사장까지 이동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해 관람객의 편의에 신경을 썼다.

   
▲ 관람객들이 주차장까지 이동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하상윤

일부 주제 전시관, 콘텐츠 부족해 관람객 금방 빠져나가

괴산유기농엑스포를 대표하는 10대 주제 전시관 중 일부는 콘텐츠가 부족하고 단순 전시나 체험에 그쳐 아쉬움이 남았다. 예를 들어 제4-5주제인 ‘맑은 공기, 양호한 기후’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용어 등을 해설한 전시판들을 세워둔 게 고작이었다. 또 효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난 옥수수 에탄올 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본 것도 언뜻 수긍이 가지 않았다. 2006년 미국 미네소타 대학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옥수수 재배와 에탄올 전환 및 운반에 사용되는 화석연료의 양에 비해 옥수수 에탄올은 기껏해야 25% 정도의 에너지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10대 주제전시관 중 제 4-5주제인 '맑은 공기, 양호한 기후'에서는 기후변화 관련 용어 등을 해설한 전시판들을 세워둔 게 고작이었다. ⓒ 하상윤
   
▲ 주제퍼레이드 ‘왁자지껄 유기농 친구들 모두 모여라’는 매일 2회 주공연장에서 진행된다. ⓒ 하상윤

그 결과 관람객들이 개별 전시관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짧은 데가 많았다. 대조적으로 반딧불이 관찰, 어린이가 체험하는 간이정수기 만들기 등 체험 콘텐츠에는 관람객들이 길게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엑스포의 목적이 ‘문화와 정보를 교류하는 축제’라면 가짓수보다는 질 높은 콘텐츠가 중요하다. 그래야 관람에 그치지 않고 유기농을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다. 식품이 생산된 뒤 소비자에게 오르기까지 이동거리를 말하는 ‘푸드 마일리지’는 유기농엑스포에 어울리는 좋은 예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관람객들을 독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제 2주제 ‘깨끗한 물’을 다룬 주제 전시관에서 아이들이 간이정수기 만들기 체험에 열중하고 있다. ⓒ 하상윤
   
▲ 제 6주제 ‘동물복지’에서 아이들이 울음소리를 듣고 가축을 맞히고 있다. ⓒ 하상윤

지역상인은 ‘엑스포 특수’ 누렸나? 

이번 엑스포는 입장요금(보통권 일반 10,000원)의 절반을 지역상품권으로 쓸 수 있게 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그렇다면 지역상인들은 지역상품권을 비롯해 ‘엑스포 특수’를 체감하고 있을까? 괴산시외버스공용터미널 부근에서 올갱이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박인석(여∙65)씨는 “우리집은 원래 주말에도 장사가 잘 된다”며 “그래도 2배가량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주말 평균 몇 장의 지역상품권을 받는지를 묻자 “보통 삼사십장 정도 받지만, 대부분 엑스포 행사장 안에서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 많은 관람객이 엑스포 행사장의 유기농식당, 간이음식판매점, 오가닉카페 등에서 지역상품권을 사용했다. 지역농업이슈 보도실습팀이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1,800㎡ 규모의 유기농식당은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해 되돌아 나와야 했다.

   
▲ 유기농식당에서는 괴산군과 충청북도에서 생산하는 유기농•무농약 농산물과 무항생제 축산물로 만든 음식을 판다. ⓒ 하상윤

‘최초’ ‘최대’에 가려진 유기농의 소소한 가치 

엑스포 조직위원회 측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효과적인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더구나 ‘세계 최초’이기에 이번 박람회는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개막 보름째인 지난 2일, 목표 관람객수 66만 명을 달성했고 8일 현재 99만여 명이 넘게 방문했다고 한다. 폐막까지 2일이 남은 현재, 벌써 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자축하는 분위기다.

   
▲ 주제 전시관과 야외전시장을 잇는 100m 길이의 여주터널에서는 미니수박, 뱀오이, 여주 등 24종의 열매들을 볼 수 있다. ⓒ 하상윤

‘유기농은 농약을 치지 않아 비싼 것’ 정도의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 사회에서 이번 박람회는 그 참뜻을 알릴 좋은 기회이다. 단순히 관객 규모가 엑스포의 성공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굳이 ‘최초’ ‘최대’가 아닐지라도 유기농의 가치를 이해하는 시민과 유기농의 정신을 실천하는 농민이 많이 나온다면 박람회는 성공이다. 규모와 ‘보여주기식’ 콘텐츠에 집착하는 모습이 아쉬운 이유다.


[지역∙농업이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기자•PD 지망생들에게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개설한 [농업농촌문제세미나]와 [지역농업이슈보도실습] 강좌의 산물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과 연계된 이 강좌는 농업경제학•농촌사회학 분야 학자, 농사꾼, 지역사회활동가 등이 참여해서 강의와 농촌현장실습 또는 탐사여행을 하고 이를 취재보도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스쿨 강좌입니다. 동행하는 지도교수는 기사의 틀을 함께 짜고 취재기법을 가르치고 데스크 구실을 합니다. <단비뉴스>는 이 기사들을 실어 지역∙농업문제에 대한 인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편집자)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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