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낡은 도시주택 개조하는 테라디자인 이종민 대표

전체 가구의 40%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시대, 편리한 주거공간에 둥지를 틀었지만 ‘마당 있는 집’의 따스함을 꿈꾸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웃 간의 정은 찾기 어렵고 층간소음 시비 등으로 불화마저 잦은 아파트를 떠나, 흙을 밟으며 골목길 이웃과 눈 마주칠 수 있는 집을 소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70,80년대 우르르 지은 국내 단독주택들은 단열, 누수 등의 문제가 많아 불편하고, 깔끔하게 새로 짓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건축업체 테라디자인의 이종민(38∙부산) 대표는 이처럼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지만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리노하우스’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흔에 살고 싶은 집, ‘리노하우스’로 실현

▲ 부산 테라디자인 사무실에서 <단비뉴스>와 만난 이종민 대표. ⓒ 조은혜

“비교적 가격이 싼 노후주택을 사서 개조한 뒤 ‘도심 속 단독주택’으로 완성하는 개념이죠. 리모델링은 규모가 큰 빌딩이나 상가를 개조한다는 어감이 있어서 사람들이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리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혁신(renovation)과 집(house)을 합성한 단어죠.”

이 대표는 부산 부경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건축회사를 다니다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리모델링 전문업체 테라디자인을 경영하며 주택에 대한 책 세 권을 펴냈고 <장식신문>에서 연재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지난 2013년 리노하우스 프로젝트에 대해 쓴 <마흔에 살고 싶은 마당 있는 집>은 처음, 혹은 두 번째로 자기 집을 마련하려는 30,40대를 겨냥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어릴 적 살던 단독주택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다. 그 향수의 핵심은 흙을 밟으며 뛰어 놀았던 마당이다. 그래서 그가 추구하는 리노하우스의 핵심은 `마당 있는 집`을 만드는 것이다.  

전세값으로 단독주택 장만하기 

▲ 이 대표의 저서 <마흔에 살고 싶은 마당 있는 집>(오른쪽)이 사무실 책상에 진열돼 있다. ⓒ 조은혜

“촌에 가면 단독주택을 구할 수 있겠죠. 그런데 애기들 교육 문제와 직장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골로 갈 수 없잖아요. 특별히 작가라든지 하는 사람이 아니면 어렵기 때문에, 도심 속에서 집을 구해서 여유를 늘리는 그런 작업을 하는 거죠.”

그는 리노하우스를 ‘아파트 전세값으로 도심 속 단독주택 갖기 프로젝트`라고 소개한다. 여유자금이 많지 않은 서민과 중산층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꿈꾸던 단독주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노하우스의 지향점다. 전체적으로 땅값이 비싼 서울에서는 쉽지 않지만 경기도, 부산, 광주 같은 지방도시에서는 도심의 낡은 주택을 싼값에 사서 약간의 개조비용을 들여 새집처럼 만드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리노하우스 작업은 고객이 꿈꾸는 집을 노트에 옮겨 적고, 이를 바탕으로 설계도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설계비는 최소한으로 받는다. 대문, 주방 탁자, 붙박이 슬라이드 등은 테라디자인이 자체 제작한 것을 쓴다. 기성제품이 더 싼 경우는 기성제품을 쓰면서 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한다. 또 고객의 아이디어 중 실현 가능한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해 ‘꿈의 집’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어떤 집은 2층 베란다에 있는 물탱크 일부를 책상으로 쓰고 싶다는 고객의 뜻을 존중해 나무를 붙여 책상을 만들고 의자를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공간도 효율적으로 쓰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부산 남산동 자신의 집이 성공사례 1호 

▲ 부산 동구 수정동 리노하우스의 시공 전과 시공 후 사진. 대지 44평짜리 낡은 주택을 사는데 1억 3천만 원, 개조 비용으로 6천만 원 남짓 들었다. ⓒ 테라디자인 블로그

“대부분 주택에 왜 그렇게 돈을 쓰느냐, 차라리 신축을 하지 그렇게들 말하죠. 그 인식을 바꾸기가 힘들어서 제 집부터 먼저 바꿨죠. 아파트 전세금을 가지고 남산동에 집을 사고 공사까지 마쳤거든요.” 

이 대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가장 흔한 단독 주택들은 70,80년대에 일률적으로 지어졌는데 누수와 단열문제가 계속해서 생긴다. 리노하우스도 낡은 주택의 누수와 단열 문제를 해결하려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나온 것이다. 이 대표가 지난 2010년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단열과 누수를 막는 주택 보수 공사를 주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분 공사로는 누수와 단열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상태가 나빠졌다. 그는 집 전체를 한 번에 개조해 단열과 누수를 해결하면 주기적으로 부분 공사를 하는 비용보다 저렴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당시에는 아파트와 주택 가격의 차이가 지금보다 더 커서 주택개조의 경제성도 보다 높아 보였다. 하지만 고객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파트 전세 계약이 끝나자 그는 자신이 먼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그것이 2011년 `남산동 프로젝트`였다. 

대지 42평짜리 집을 1억 6000만원에 샀다. 천장에 쥐가 몰려다니고 마루에는 난방도 안 되는 낡은 주택이었다. 마당에는 나무들이 쑥처럼 엉성하게 자라 있었다. 거기에 공사비용 5000만원을 들여 총 2억 1000만원으로 리노하우스를 만들었다. 공사에는 40일이 걸렸다.  거실과 마당을 데크(나무판)를 이용해 연결하고 최대한 자연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작은 방을 없애고 거실을 넓혔다. 레몬색으로 벽을 칠하고 인조 잔디를 깔았다. 단열에도 공을 들였다. 남산동 집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자 리노하우스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후 지금까지 100여 개의 리노하우스 작업을 했다. 작게는 대지면적 20평에서 크게는 150평 사이의 주택이었다. 비용은 1평(3.3㎡)당 평균 200만 원 정도 들었다.

건축 폐기물 줄여 환경도 살리는 재생사업

▲ 리노하우스 건설 현장. 집의 골조는 그대로 두고 외피만 공사하고 있다. ⓒ 테라디자인 블로그

“제가 예수도, 공자도 아니고 자선사업을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리노하우스가 친환경인 건 분명해요. 리모델링 자체가 친환경적인 거죠.”

재건축 등을 위해 건물을 허물면 엄청난 폐기물이 쏟아진다. 건물에 골조를 새로 세우는 것도 환경파괴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골조를 그대로 살리면서 벽면 등 외피만 새로 입히는 리노하우스는 그런 의미에서 친환경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일종의 재활용이고 재생이다.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리노하우스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구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것에 그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건물 리모델링 시장이 신축시장 규모에 육박하거나 넘어선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체 건축시장에서 리모델링의 비중이 10% 미만이지만 영국과 미국은 각각 43%, 31%에 이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은 100년 정도고 건물의 각종  설비와 마감재 수명은 20~25년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주택은 지은 지 수십 년 된 것들이 대부분이라 골조가 비교적 튼튼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의 가치와 효용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펜션이란 무엇입니까. 결국 마당,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환경, 그런 걸 위해 펜션으로 가지 않습니까. 그런 걸 꿈꾸는 사람들이 저희를 찾아오죠. 또 층간소음 때문에 찾아옵니다. 전자는 꿈을 현실화하려고 오시는 거고, 후자는 스트레스 때문에 오시는 거죠.”

주택 개조 비용을 최소화하느라 테라디자인은 큰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의 앞날에 대해 이 대표는 낙관적이다. 주택 리모델링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50,60대는 주택에 5천만 원씩이나 투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30,40대는 리노하우스 개념을 잘 이해하고 제 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파트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려주고, ‘마당 있는 집’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이 작업을 그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한다. 특히 대규모 건설 사업을 싹쓸이하는 대기업들이 수익률 낮은 주택 리모델링 시장까지 건드리진 않을 것이므로, 꿋꿋이 이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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