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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빈민이 서로 돕는 마을 만들기
[단비인터뷰] 자립공동체 일구는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
2015년 07월 27일 (월) 10:40:11 이정화 기자 cool9867@naver.com

자립할 수 있는 51%와 도움이 필요한 49%가 서로 의지하며 일궈가는 도심공동체. 노숙인과 빈민들을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바나바하우스 밥집(바하밥집)을 꾸려가는 김현일(50) 대표의 꿈이다. 그가 지난 2009년 1월 컵라면 5개를 들고 무료 급식에 나선 지 6년이 지난 지금, 서울 보문동에 자리 잡은 바하밥집은 무료급식과 인문학수업을 통한 심리치료, 직업교육을 통한 자활을 이끄는 자원봉사단체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전문적 자활의료지원과 안정적 주거 제공, 일자리 창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함께 먹고 일하고 사는 생활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포부다. 

바하밥집은 현재 도시빈민들을 대상으로 공동육아, 청소년 멘토링, 철학수업, 음악교실 등을 꾸려가고 있고, 일반 직장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모아 만두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인근 동네에서 어렵게 살던 이들이 직접 만두를 빚어 판다. 같은 취지에서 곧 빵집도 열 계획이다. 사회로부터 소외된 채 자포자기했던 사람들을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끄는 김 대표를 지난 5월 30일 생활공동체의 구심점인 보문동 ‘사랑방’에서 만났다. 

   
▲ 바하밥집 김현일 대표는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 이정화

컵라면 5개 들고 나가 시작한 무료급식

신문배달, 퀵서비스, 치킨판매, 포장마차, 생수배달, 막노동… 김 대표가 바하밥집을 열기 전 먹고 살기 위해 했던 일들이다. 그는 ‘바나바하우스 프로젝트’의 첫 수혜자다. 바나바는 1세기 중반의 초대 그리스도교 전도자로, 재산을 팔아 신도들에게 나눠주는 등 헌신했다고 해서 ‘긍휼의 사도’로 불린다. 원래 바나바하우스는 보문동의 나들목 교회가 공동체 안 도시빈민들에게 전월세 보증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였다. 김 대표는 지난 2002년 다니고 있던 이 교회로부터 바나바하우스 기금 3천만원을 지원받아 아내, 두 딸과 함께 방 세 개짜리 집으로 이사했다. 이 때 미혼모, 가출청소년 등 세 명의 새로운 식구를 동거인으로 받아들였다.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자신도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에서 자청한 일인데, 가족이 아닌 이들과 함께 사는 게 쉽지 않았다.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내공이 없으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때는 저 혼자 힘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려 했고,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잘 사는 듯 하다가 이유 없이 또 가출하고, 사소한 거짓말을 하고, 돈을 훔치고....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제가 지친 거죠.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아이들을 다시 내보낸 거죠.”

교회의 도움을 받고 임대아파트나 일자리를 얻어 나간 친구들도 있지만, 다시 가출한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 짐을 떨치기 위해 봉사활동을 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계도 녹녹치 않았지만 노숙인, 새터민(탈북주민), 가출청소년, 중증장애인 돌봄 봉사 등을 주기적으로 했다. 

“당구장, 노래방에서 시켜먹고 가게 앞에 놔둔 짜장면 그릇 있잖아요. (거기 남은 음식을) 누가 먹고 있는 걸 몇 번 봤어요. 마음이 너무 짠했어요. 그 길로 컵라면 5개를 사서 동대문구 용두동에 있는 용두4교 다리로 무료 급식을 나갔죠. 다리 밑에 있던 노숙인들이 그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덜컥 시작한 ‘컵라면 무료급식’은 30개, 100개로 갈수록 양이 늘었다. 처음엔 자신의 용돈으로 비용을 충당하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아예 이 일을 전업으로 하자고 마음먹었다.  2012년에 어린이집 차량기사 일을 그만 두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바하밥집을 열었다. 나들목 교회에서 교회 주방을 사용하게 해줬고, 교회 청년들이 무급봉사로 일손을 도왔다. 홈페이지를 만들고 일반인 정기 후원도 모집하기 시작했다. 고맙게도 밥집의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지금은 200명이 넘는 정기후원자들이 한 달 기준 약 500만원, 비정기후원자들이 1000만원 가량을 보내준다. 김 대표는 직원 3명을 고용해 이 밥집을 사회적 기업으로 꾸려가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복지서비스, 환경보호 등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다.  

바하밥집은 일주일에 세 번 정기적으로 무료급식을 나간다. 화요일 목요일은 저녁 6시에 보문동의 대광고등학교 후문에서, 토요일은 정오에 용두4교 다리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대광고학생 등 고교생과 대학생, 인근 주민 등 10명에서 15명 정도의 자원봉사자가 꾸준히 이 일을 돕고 있다. 밥을 먹으러 오는 ‘손님’은 매회 200여명 남짓인데, 노숙인이 80% 정도고 나머지는 독거노인이다. 김 대표는 좋은 재료를 싸게 구하려 일주일에 세 번씩 경동시장과 가락시장에서 장을 본다. 그리고 바하밥집 주방에서 직접 따끈한 먹거리를 준비해 배식을 나간다. 

태어날 때부터 노숙인, 출생신고조차 안 된 사람도 

“처음에는 밥만 드리다 보니까 밥만 드리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 년씩 무료 급식을 하다보니까 밥 먹으러 오시는 ‘손님’들 사정을 알게 되더라고요. 노숙인들은 사고치고 잘못해서 노숙인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니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노숙인들 중 70~80%가 날 때부터 노숙인으로 태어나서 쭉 노숙인으로 살아온 사람들이에요. 인생이 불공평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불공평할 줄은 몰랐죠.”

밥을 먹다 핏덩어리를 토하는 폐결핵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부터, 한 달 내내 벗지 않아 피부에 붙어버린 양말을 일일이 손으로 떼어내는 것까지 김 대표는 주저하지 않았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예순이 다되도록 호적이 없는 손님에게는 ‘창씨’까지 해서 호적을 만들어 주었다. 변호사가 재능기부로 도와주고, 150여만 원의 비용을 들여 2년 만에 성사시켰다. 무료급식을 나가는 대광동을 딴 ‘대광 조씨’, ‘한양 황씨’가 그렇게 탄생했다. 

“이 분들의 가치관은 저희와 많이 달라요. 배고프면 밥 먹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안 먹어요. 하루에 한 끼 먹을 수도 있고 세 끼 먹을 수도 있고 못 먹을 수도 있어요.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요. 그래서 무료급식 때 손님이 200명 씩 오는데 밥을 500인 분씩 해요.”

김 대표는 태어날 때부터 노숙인이었던 아이들은 잘 교육시켜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재활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인문학 교육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직업 교육으로 기술을 가르쳐 공장에 취직시키면 자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 얼마 못 버텼다. 길어야 한 두 달이었다. 왜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해야 하는지, 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리에서 태어나 제대로 배울 기회도, 가치관을 형성할 시간도 없었던 이들에게 일반적인 의미의 재활은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김 대표는 그런 사람들을 억지로 사회로 내보낼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생활공동체에서 책임지자고 결심했다.  

지난해 9월 보문동에 문을 연 카페 브룩스도 이런 맥락에서 출발했다. 바하밥집에서 ‘큰형님’으로 불리는 미스터 브룩스(60)를 위해 카페를 열고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전과 22범인 미스터 브룩스는 28년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믹스커피 외엔 맛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출소 후 전과자란 이유로 취직이 되지 않고, 갈 곳도 없어 노숙을 했던 브룩스는 흰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이 테이크아웃(포장) 커피를 들고 지나가는 모습이 ‘천국 같았다’고 김 대표에게 말했다. 현재 이 카페에서는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한 바리스타 교육과 함께 전문가들의 재능기부 형식으로 인문학, 미술, 사진 등의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주로 찾는 이 카페에서 하루에 팔리는 커피는 20잔 정도. 수익은 모두 노숙인 재활프로그램의 운영비로 사용된다. 

   
▲ 노숙인의 자활을 위해 바리스타 교육과 인문학 강좌 등이 열리는 카페 브룩스. ⓒ 이정화

“저희는 수익이 영(0)만 돼도 운영을 해요. 적자만 안 나면 되는 거죠. 하지만 확실한 철학은 있어요. 맛있어야 한다. 상품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저희 이런 좋은 일 하고 있으니까 사 주세요’라고 동정심에 호소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상품성 있는 좋은 커피, 좋은 만두, 좋은 빵을 만들어서 한 번 먹어보고 다시 찾을 정도의 퀄리티가 나올 때까지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인생의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있는 생활공동체

바하밥집이 있는 보문동에는 봉제공장이 많다. 집이 공장이고 공장이 집인 아이들은 밤 12시까지 밖에서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 일 때문에 부모들이 돌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밤까지 거리를 배회하던 아이들은 바하밥집으로 들어온다. 카페 브룩스에서 같이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놀다 아이들을 인문학 교실로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이처럼 바하밥집과 인연을 맺는 사람이 늘면서 김 대표는 ‘공동체’를 꿈꾸게 됐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혼자 하려다 보니 너무 힘들고 다 포기하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활이 가능한 51%와 자활이 필요한 49%가 같이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울려 살면서 51%도 건강해지고, 49%도 건강해질 수 있는 거죠. 노숙인들 뿐만 아니라 미혼모, 동성애자, 탈북자 등 모든 도시 빈민들과 함께 교육, 공동육아에 대한 대안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거죠.”

그가 꿈꾸는 공동체에는 몇 가지 철학이 있다. 보험에 들지 말 것, 적금을 붓지 말 것, 공교육을 믿지 말 것,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벌지 않을 것 등이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나쁜 것 중 하나가 금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보험에 들지 않는 대신 30명 정도 되는 공동체가 5개 정도 연대해서 사회적 보험의 역할을 해 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부실한 공교육에 의존하는 대신 공동체 안에서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충분히 수준 높은 자체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노동에 할애하지 말자’는 철학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할 경우 제대로 된 가정이나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서로 생각을 나누고 수다를 떠는 시간 등 소중한 것들이 ‘지나친 노동’ 때문에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 20세, 18세인 김 대표의 두 딸은 학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링을 했다고 한다.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다 바하밥집에 온 철학자에게서 철학 교육을 받았고, 우울증이 있는 기타 선생님, 피아노 선생님에게서 음악을 배웠다. 사진, 미술 수업과 1대 1 멘토링(지도와 조언)도 받았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아 ‘한글을 못 배워 어떡하느냐’는 걱정을 들었지만 두 딸은 현재 3개 국어를 할 줄 안단다. 이런 결과가 ‘자본주의가 아닌 대안도 가능하다’는 김 대표의 ‘공동체 구상’에 자신감을 불어 넣은 셈이다. 카페 브룩스에서 빵집(베이커리) 개업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는 김 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힘주어 말했다.  

“가난한 사람들과 인생의 모든 것을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 수다를 떨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정화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환경팀 이정화입니다.
늘 현장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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