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개편 3주 째, 시청률은 계속 제자리걸음

제이티비시(JTBC) <뉴스9>이 ‘100분 뉴스’ <뉴스룸>으로 개편한 지 3주가 지났다.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 첫 날 개편 이유를 “뉴스룸이 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뉴스9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에 제약 받지 않고 ‘한 걸음 더’ 들어간 심층 보도를 위해 시간을 2배로 늘린 것이다. <뉴스룸>은 월~목요일에 1, 2부로 나누어 100분 동안 뉴스를 보도한다. 금~일요일에는 기존 <뉴스9>처럼 50분 뉴스를 진행한다.

▲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 방송 첫 날 "뉴스룸이 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뉴스9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진실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개편 취지를 밝혔다. ⓒ JTBC 화면 갈무리

지난 9일 뉴스를 보면 사실을 더 깊이 다루기 위한 개편이라는 손석희 앵커의 말이 실감난다. 이날 <뉴스룸> 1부에서는 국정원의 카카오톡 감청과 관련해 1분30초~2분 내외의 리포트 6건을 연달아 보도했다. 감청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감청 요구를 받았을 때 해외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을 다뤘다. 감청의 문제점을 짚은 리포트는 2분 20초를 넘기도 했다. 

보통 뉴스가 한 사건에 한 건의 리포트를, 길면 2~3건의 리포트를 내보낸다는 사실과 비교했을 때 파격적인 보도였다. 또한 2부에서 IT 전문 변호사를 초대, 8분간 카카오톡 감청과 관련한 문제점을 짚었다. 한 사건에 대해 17분 가까운 시간을 쓴 것이다. 기존 50분 뉴스에선 뉴스 전체의 3할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뉴스룸>은 9일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5건의 리포트와 1건의 인터뷰를 통해 길게 다루기도 했다.

1부는 그대로, 2부는 새롭게

<뉴스룸>이 매번 파격적인 구성을 보이는 건 아니다. 1부는 기존의 <뉴스9>과 구성이 비슷하다. 한 사건에 대해 1분 30초~2분 내외의 리포트를 2~3건씩 보도하는 식이다. 개편 첫날인 지난달 22일에는 에볼라 백신 개발 뉴스가 2건, 복무 중인 군인이 사망했을 때 지급하는 장례비인 영현비를 군당국이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2건 씩 보도됐다. 뉴스 중간에 1분 동안 네 가지 뉴스를 짧게 전달하는 ‘뉴스 브리핑’ 코너가 추가됐고, 1부 마지막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진도 현장을 연결해 세월호 관련 사건을 업데이트 했다.

2부는 새로 추가된 코너로 구성되었다. 손석희 앵커가 특정 키워드로 그날 있었던 일을 논평하는 ‘앵커 브리핑’, 탐사 기획코너인 ‘탐사 플러스’, 논쟁이 되는 사안이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팩트 체크’ 등이다. 모두 사건만 전달하는 일반적인 뉴스 리포트와 다른, 사건을 깊게 파헤치는 심층 보도다. 

지난달 23일 ‘앵커 브리핑’에서는 ‘덫’이라는 키워드로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 발의한 국회선진화법에 스스로 얽매이게 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 7일에는 바비 멕퍼린의 노래 “Don't worry be happy”를 키워드로 김성주 적십자사총재의 과거 발언과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현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논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논란이 왜 일어나는지 맥락을 짚으면서 ‘한 걸음 더’ 들어간 것이다. 

▲ 지난 7일 '앵커브리핑' 모습. 이날 손석희 앵커는 'Don't worry be happy'를 키워드로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 JTBC 화면 갈무리

‘팩트 체크’ 코너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사실상 증세인지, 우리나라의 채무 정도가 건전한지, 과자 과대포장이 사실인지, 텔레그램은 안전한지, 파라벤 치약이나 나트륨 분유는 실제로 건강에 유해한지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실들을 검증했다. 8분이라는 긴 시간을 통해 전문가 의견, 보고서 등을 살펴가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지, 어떤 부분에서 의견이 충돌하는지, 논란 중에 어떤 부분이 거짓이고 사실인지 등을 차근차근 따진다. 지난 9일 다뤘던 나트륨 분유 파동의 경우, ▷나트륨은 모유에도 포함되어 있는 성분이고 ▷학계에서 나트륨은 몸에 필요한 물질이라고 말하고 있고 ▷해외 제품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17~22㎎)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는 점을 들어 나트륨 분유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말은 거짓이라고 판정했다.  

‘탐사 플러스’ 코너는 2건의 리포트를 통해 특정 주제를 심층 보도한다.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 폐기물이 수입되고 있는 사실, 첨성대의 부실한 관리 등이 이 코너를 통해 보도됐다. 다만 이 코너는 <뉴스9>이나 <뉴스룸> 1부가 2~3 리포트씩 한 사건을 다루는 것과 차이점이 없다. 한 시청자는 “2부의 주요 코너 '탐사 플러스'는 생각보다 기존뉴스의 '심층취재' 코너와 큰 차이가 없다.”(@hurphist)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외에도 2부에서는 1부에서 다뤘던 내용의 관련 인터뷰 혹은 인물 인터뷰를 긴 호흡으로 진행한다. 지난달 29일과 30일에는 <싸가지 없는 진보>의 저자 강준만 교수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내보냈다. 총 27분을 넘는 긴 인터뷰 동안 “진보 진영은 왜 싸가지가 없다고 생각하셨습니까?”, “'풀뿌리 건설만이 살길이다'라고 대안을 제시하셨는데 (…) 좀 싫증나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와 닿는다고 보십니까?” 등의 질문과 이에 대한 대답이 오갔다. 지난 8일에는 손연재 리듬체조 선수와의 인터뷰를 18분간 진행하기도 했다. 

모두 기존 50분 체제에서는 시도하기 힘든, 심층 보도를 위한 뉴스 구성이다.

“다양한 포맷 필요”

시간이 2배로 늘어난 만큼 뉴스는 알차졌다. “100분으로 늘어나니 뉴스 꼭지 많아지고 충실해지고, 세상의 전모가 보입니다.”(@jk_*****)처럼 <뉴스룸>을 칭찬하는 소감이 많이 보였다. 하지만 전체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직 미적지근하다. <뉴스룸>의 개편 첫날인 지난달 22일 시청률은 2.037%(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기준), 개편 첫 주인 지난달 넷째주 평균 시청률은 1.902%였다. 기존 <뉴스9> 시청률이 1.9~2.2%를 오갔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달 첫째 주 시청률도 1.929%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 <뉴스9>과 <뉴스룸>의 시청률 변화 추이. <뉴스룸>은 9월 넷째주에 개편됐지만 시청률 면에서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 조한빛

기존 <뉴스9> 시청자들은 <뉴스룸>에 만족하지만, 개편이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당기진 못한 것이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길어진 만큼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나만 그런가”(@nine*******) 같은 의견도 종종 눈에 띄었다. 뉴스포맷에서 100분이라는 긴 시간을 끌어가기엔 긴장감이 떨어지는 만큼 길이와 형식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포맷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00분 뉴스가 최초로 시도되는 거라 의미가 있지만 시청자들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며 “포맷 자체를 변경해서 뉴스를 긴장감 있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뉴스 포맷 안에서 10분 이상 인터뷰를 가져가는 것에서 지루함을 느낄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포맷과 관련해선 기존 <뉴스9>의 형식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뉴스룸 1부가 기존 <뉴스9>과 큰 틀에서 비슷하다는 점은 앞에서도 말했던 바다. 최진봉 교수는 “2부에서 몇몇 새로운 코너가 도입됐지만 뉴스가 기본적으로 리포트와 인터뷰에 의존하고 있다” 면서 “설문조사, 실시간 SNS 조사 같은 포맷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9일 카카오톡 감청 사태를 다뤘던 것처럼 “특정 주제에 대해 4~5건 이상의 리포트를 할애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심층성을 강화하는 구성을 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첨언했다.

시청률로 <뉴스룸>을 평가하는 건 옳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BBC>가 좋은 뉴스로 인정받는 건 시청률 때문이 아니다”면서 “심층보도를 위한 100분 뉴스라는 시도 자체가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100분으로 늘어났는데 시청률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재영 교수도 “1부와 2부의 뉴스들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고 차별성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며 “방송 여건상 힘든 부분들이 많겠지만, 1부와 2부를 차별화해서 새로운 구성으로 100분 뉴스를 끌어가보려는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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