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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음을 기록하라”
'서울디지털포럼 2014'를 통해 본 바람직한 재난 보도
2014년 05월 26일 (월) 00:49:43 신은정 기자 sej@danbinews.com

“럭키 퍼넬의 죽음은 단순히 사망 사건의 한 통계 숫자가 아닙니다. ‘호미사이드워치D.C.(Homicide Watch D.C.)’는 하나의 지역사회이자 사람이 모이는 광장입니다. 여기서 럭키의 가족과 친구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함께 럭키를 추도하고 사연을 공유하며 경험을 나눕니다. 소녀에게 일어난 비극은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워싱턴의 모든 살인사건 정보공유하는 호미사이드워치

지난 21일부터 이틀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혁신적 지혜 : 기술에서 공공선을 찾다’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2014>에서 ‘글래스 아이 미디어(Glass Eye Media)’의 최고경영자(CEO) 로라 아미코와 크리스 아미코는 18세 소녀 럭키의 피살사건을 예를 들며 ‘공감 : 그녀를 위로하다’라는 제목의 강연을 시작했다.

   
▲ 지난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알림 1관에서 '글래스 아이 미디어' 공동 설립자 로라 아미코와 크리스 아미코가 총격 사건 희생자 럭키 퍼넬의 생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 신은정

기자 출신인 로라와 크리스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일어나는 모든 살인사건의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웹사이트 ‘호미사이드워치D.C.’를 지난 2010년 창립했다. 워싱턴 시민들이 살인 사건과 그 이후 전개 과정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워싱턴 D.C.는 미국 내에서 강력범죄가 빈발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곳이다.  

“호미사이드워치는 우리가 알고 있는 희생자와 용의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연결되는 작은 방입니다. 왼쪽 벽에는 이 살인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있습니다. 이름, 사진, 친구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 오른쪽 벽에는 용의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있습니다. 무죄추정의 원칙하에 있는 용의자들입니다. 이 두 개의 벽을 연결하는 것이 형법 제도입니다.” 

   
▲ 크리스 아미코는 희생자와 용의자에 대한 얘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스미스소니언협회, 서울디지털포럼

크리스의 설명에 이어 로라는 이 사이트가 살인 사건과 개개인의 경험을 연결시키고 더 나아가 사람들이 형법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희생자가 사망한 장소, 부고, 담당 형사들의 이름과 연락처, 사건 관련 보도, 법원 판결문, 소셜 미디어 반응 등 희생자와 용의자의 가족, 친구, 이웃 등이 궁금해 할 정보를 모아 누구나 사건의 모든 측면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다.

사이트 이용자들은 호미사이드워치에 있는 600여 건의 살인사건을 검색해서 유사점과 차이점 등을 직접 분석할 수 있다. 로라는 호미사이드워치가 사이트 이용자들에게 나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희생자와 용의자들의 이야기를 공개함으로써 비슷한 비극이 재발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시청자 마음 움직여 진실규명에 집중

로라는 발전한 기술을 사이트에 도입한 것과 위키피디아처럼 범죄를 검색할 수 있다는 특성만이 호미사이드워치의 성공요인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들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신념, 얼굴은 잘 모르는 이웃들이지만 이들이 정의를 위해 나설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이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호미사이드워치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워싱턴D.C. 시민들이 힘을 모아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비극을 이겨내고 함께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 사이트는 희생자, 용의자, 그들의 가족, 친구, 지역민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 호미사이드워치의 '럭키 퍼넬'에 관한 페이지. 누구든지 사이트에 공개된 담당 형사의 연락처로 전화하면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난 사건이라도 기자들이 범죄를 추적 취재하며 얻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호미사이드워치

“네 죽음이 의미 있도록 너를 죽인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좋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희생자 가족과 “거짓말을 하지 않는 착한 아들이었으니 지금의 상황을 잘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는 용의자 가족, 그리고 “투표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지만 여전히 살해당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는 이웃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호미사이드워치는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일차적 역할을 넘어 지역사회를 사람 중심으로 변모하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언론도 세월호 희생자 기억하는 공간 만들어야

재난 보도에서 정확성보다는 무분별한 보도경쟁이나 정부발표 받아쓰기에 몰두했고, 심지어 ‘클릭 장사’를 우선시해온 한국 언론은 그 자체가 재난이 돼 버렸다.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속어)’라는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언론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자 한국기자협회는 지난 4월 20일 ‘세월호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방송(KBS) 등 일부 매체는 세월호 참사 한 달째인 지난 5월 15일을 기점으로 부정확한 보도에 대한 반성을 지면과 리포트를 통해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의 전모를 대중이 기억하게 하고, 피해자와 의사자에 대한 추도와 위로를 함께 할 수 있게 하는 호미사이드워치같은 보도를 시도하는 한국 언론사는 아직 없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 5대 일간지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중 일부만 세월호 추모와 관련한 작은 배너를 띄워뒀을 뿐이다. 방송 3사 중에는 KBS와 문화방송(MBC)이 추모 글을 남길 수 있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참여자 수는 각각 200여명, 40여명으로 매우 적었다. MBC의 추모페이지에는 45초짜리 추모영상 2개만 덩그러니 올라와 있었다.

주류 언론이 비극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으로 기능하지 못하자 오프라인에서는 합동분향소로, 온라인에서는 포털의 온라인 게시판으로 추모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정부합동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장례지원단은 합동분향이 시작된 지 31일째인 지난 23일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총 88곳의 합동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202만 267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26일 오전 2시 기준으로 네이버의 온라인 추모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42만 8430건, 다음에 올라온 글은 23만 5038건이나 됐다.

   
▲ 26일 오전 2시 기준으로 인터넷 포탈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온라인 추모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총 66만 3,468건이다. ⓒ 네이버, 다음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대변인인 고(故)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이냐시오 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미사에서 "한 달 뒤에도 잊지 않겠다.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평생 잊지 않겠다"고 위로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오는 6월말까지 재난보도 준칙을 제정해 언론단체 공동 명의로 발표하기로 했다. 단순한 보도 준칙 제정 뿐 아니라 사건과 피해자를 잊지 않기 위해 취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보존하고 공유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호미사이드워치D.C.(Homicide Watch D.C.)’의 신조는 ‘모든 죽음을 기록하라. 모든 희생자를 기억하라. 모든 사건을 추적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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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환경팀 기자.
세상의 선한 변화를 이끄는 뉴스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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