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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침수된 언론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언론의 추한 민낯, 어뷰징(Abusing)
2014년 06월 05일 (목) 20:32:18 김혜영 기자 firstjournal@naver.com

‘타이타닉·포세이돈 등 선박사고 다룬 영화는?’
‘[진도 여객선 침몰] SKT, 긴급 구호품 제공·임시 기지국 증설 “잘 생겼다 잘 생겼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4월 16일 오후 온라인 경제매체 <이투데이>가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된 기사의 제목이다. 첫 번째는 세월호 사고와는 전혀 관련 없는 ‘선박영화’들을 소개하는 기사였고, 두 번째는 SK텔레콤이 재난현장에 긴급 구호품을 제공하고 임시 기지국을 만들었다는 기사였으나 제목에 해당회사의 CF에 등장하는 “잘 생겼다”라는 문구를 사용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수백 명이 바다에 잠겨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실시간 화제 ‘검색어’를 이용해 ‘낚시 기사’를 남발하는 언론 행태에 많은 누리꾼들이 분노했다. <이투데이>는 그날 바로 기사를 삭제하고 편집국장이 직접 “독자 여러분께 상황에 맞는 기사와 제목으로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절감한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정부의 재난관리시스템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동시에 한국 언론의 치부도 속속들이 들춰냈다. 확인과 검증 없는 받아쓰기, 무분별한 속보와 특종 경쟁, 땅에 떨어진 취재윤리 등은 한국 언론사(言論史)에 길이 남을 오보들을 양산했고, 희생자 가족들을 이중의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 현재도 비슷한 내용을 베껴 쓰거나 짜깁기한 '낚시'기사들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생산되고 있다. ⓒ 네이버 뉴스화면 갈무리

언론, 국가적 재난마저 상업적으로 이용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한국 언론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초대형 참사마저 돈벌이에 이용하는 극단적 상업주의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극적인 표제에다 실시간 이슈 키워드를 마구잡이로 삽입한 이른바 ‘어뷰징 기사’다. ‘어뷰징’은 ‘남용 또는 오용’을 뜻하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관심을 끌만한 기사를 반복적으로 생산‧유포해 ‘화제’를 남용하는 행태를 말한다. ‘어뷰징 기사’의 목적은 누리꾼들의 클릭을 최대한 많이 유도해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어뷰징 기사’들은 대개 연예계 가십 등 선정적 이슈를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낚시성 문구를 동원해 다룬다. 톱스타의 열애설이라도 터진 날에는 하루 동안 보통 2000건 이상의 기사가 쏟아진다. 대부분 처음 보도된 기사를 베끼거나 짜깁기해서 제목만 살짝 바꾼 것들이다. 

국가적 재난이었던 세월호 참사도 ‘어뷰징’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대형 참사였고 수많은 문제들이 노출됐기 때문에 세월호와 관련해 엄청난 수의 기사가 쏟아진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기사들이 다 순수한 기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4월 16일 이후 현재까지 언론(온/오프라인 모두 포함)이 쏟아낸 30여만 건(6월 5일 현재 313,780건)의 세월호 관련 기사 가운데 상당수가 ‘어뷰징 기사’로 나타났다. ‘어뷰징 기사’는 세월호 침몰 첫날부터 쏟아졌다,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네이버가 ‘뉴스스탠드’ 제휴 언론사에 자제를 촉구하는 메일을 보낼 정도였다.

   
▲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4월 1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참사에 대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해 달라고 제휴 언론사에 촉구했다. ⓒ 네이버

<단비뉴스>는 네이버와 제휴한 온라인 매체 165개(통신;8 경제/IT;58 인터넷신문;43 스포츠연예;56)를 대상으로 4월 16일부터 5월 27일까지 보도된 세월호 관련 기사들을 살펴봤다. 초기에 나온 대표적 ‘어뷰징 기사’는 민간잠수사를 사칭한 홍가혜 씨 관련 기사들이다. MBN이 홍 씨의 인터뷰를 방송한 지난 4월 18일 하루에만 515개의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참사 이후 5월 27일까지 보도된 홍 씨 관련 기사는 모두 1,302건으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규모 수색 총력'이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를 강하게 비판해 화제가 된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관련 기사도 4월 25일 하루에만 409건이 쏟아졌다. ‘다이빙벨’ 관련 기사는 참사 이후 5월 27일까지 모두 3,133건이 나왔다. '다이빙벨'과 '이종인' 대표가 함께 들어간 기사는 모두 2,27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사의 상당수는 실시간 검색 어 유입을 노린 ‘어뷰징 기사’들이었다.

낚시 기사, 모호한 바이라인으로 책임 회피

‘어뷰징 기사’들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대부분의 기사에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바이라인은 보통 ‘온라인팀’ 또는 ‘이슈팀’ 등의 모호한 이름으로 돼 있다. 또 하나는 검색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출처불명의 네티즌 반응을 덧붙인다는 점이다.

4월 18일자 <스포츠조선닷컴>에 실린 “MBN 홍가혜에 김창렬도 낚였다 ‘실종자 가족께 죄송합니다’ 사과”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면 기사 말미에 “홍가혜 MBN 인터뷰에 네티즌들은” “홍가혜 MBN 인터뷰에 애궂은 김창렬이 낚였구나” “홍가혜 MBN 인터뷰, 진위여부 철저히 검증해야” “홍가혜 MBN 인터뷰 개인 발언 보도 신중하길” “홍가혜 mbn 인터뷰, 황당한 점이 한둘 아냐” 등을 누리꾼의 반응이라며 덧붙이고 있다. 이는 ‘홍가혜’와 ‘MBN 인터뷰’를 검색하는 누리꾼들을 ‘낚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고 볼 수 있다. 

   
▲ '어뷰징'기사는 대개 바이라인에 기자이름이 없고, 출처 불명의 네티즌 반응을 덧붙인다. ⓒ 기사 화면 갈무리

이른바 '구원파'와 관련한 기사 역시 상당수가 ‘어뷰징 기사’로 나타났다. 위와 같은 조건에서 '구원파'를 검색하면 온라인에 모두 7,168건의 기사가 나타난다. '구원파' 기사는 사건 초기(4/16~23:514건)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4/24~30:1076건, 5/1~7:1187건, 5/8~14:1133건)
 
특히 이들 기사 가운데는 구원파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을 다룬 ‘어뷰징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탤런트 전양자 씨에 관한 기사는 모두 1,223건이나 나왔다. 부인이 유 전 회장의 조카로 알려진 가수 박진영 씨와 관련된 기사도 405건으로 집계됐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의 열애설 등 대중들의 관심이 쏠릴만한 이슈가 나올 때마다 대다수 언론사들은 실시간 상위검색어가 포함된 기사를 급히 만들어 온라인에 뿌리고 누리꾼들의 클릭을 유도한다. 홈페이지 접속량이 광고료 등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뷰징 기사는 뉴스 소비 패턴이 지면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언론의 본분, 온라인도 예외 될 수 없어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면 신문은 하루 동안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용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했지만 온라인 뉴스는 실시간으로 기사가 나오기 때문에 같은 기사 의 반복을 통해 ‘시간적 점유전략’을 취하는 것”이라며 지나친 어뷰징 행태는 "넘쳐나는 정보 중 무엇이 독자에게 중요한 뉴스인지를 선별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론의 어뷰징 행태가 포털의 ‘실시간 검색 서비스’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다.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언론이지만 ‘거름망’ 역할을 하지 못하는 포털사이트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네이버’는 뉴스서비스방식을 ‘뉴스스탠드’로 바꾸며 트래픽 경쟁의 완화를 유도했지만 별다른 변화를 이끌지 못했다. 실제로 ‘네이버’나 ‘다음’등과 같은 대형 포털사이트는 ‘어뷰징 기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언론사의 자정노력이 우선이라며 자신들의 역할이나 책임에 대해서는 선을 그어왔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지면 신문으로는 ‘정론직필’을 추구하는 유력 일간지들이 자사 닷컴 사이트를 통해 어뷰징 기사들을 양산해내는 것은 명백한 독자 기만”이라며 “최소한 저널리즘 기관으로서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관이라면 그런 상업시장에 동조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성언론이 중심을 잡고 제대로 된 언론 기능을 수행한다면, 그런 (어뷰징)기사들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외면 받고 도태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기성언론이나 쓰레기 기사를 찍어내는 ‘찌라시’나 인터넷상에서는 구분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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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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