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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유망주, ‘평창 메달’ 향해 구슬땀
[단비인터뷰] 스켈레톤 올림픽 입상 기대 높인 윤성빈
2014년 09월 27일 (토) 18:41:00 장환순 기자 janghs04@naver.com

선수생활 경험이 전혀 없던 고3 학생이 썰매종목 중 하나인 스켈레톤에 입문한 지 고작 1년 6개월 만에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16위를 기록했다. 봅슬레이, 루지 등 썰매종목을 통틀어 한국선수들이 역대 올림픽에서 올린 성적 중 최고였다. 5~6년은 훈련해야 제대로 탈 수 있다는 이 종목에서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며 ‘올림픽 메달’의 기대를 한껏 높인 윤성빈(21·스켈레톤국가대표·한국체육대) 선수를 지난 6월 4일 서울 오륜동 한국체대 캠퍼스에서 만났다.

   
▲ 윤성빈 선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장환순

박수 받았지만 아쉬움 남는 ‘소치 올림픽 16위’

“언론에서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지만, 저는 귀국하고 나서도 한 달 정도는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실수했던 기억이 자꾸 났거든요.”

처음 참가한 올림픽에서 괄목할 성적을 올렸지만 윤 선수는 아쉬움이 더 컸다고 한다. 지난 2월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산키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1,2차 레이스에서 합계 1분 54초 56으로 13위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3차 레이스에서 실수를 해 종합성적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록단축을 노리고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다 썰매의 균형이 흔들렸다고 한다. 

“감독님은 안전하게 가라고 하셨는데 순간 욕심이 생겼죠. 스스로에게 실망도 많이 했고 아쉬움이 컸지만, 어차피 목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니까요....”    

운동을 좋아해서 막연히 체대진학을 꿈꾸던 서울 신림고 3학년 시절, 윤 선수는 그의 운동신경을 눈여겨 본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스켈레톤을 처음 접했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도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두 손으로 농구 골대를 잡을 만큼 탄력과 순발력이 남달랐던 그는 민첩성이 필요한 스켈레톤에 잘 적응했다. 방과 후 계단 뛰어오르기 등 혹독한 체력훈련과 스타트(출발)훈련을 반복하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고, 2012년 9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제 1회 스타트 챔피언대회’에서 현역 국가대표선수를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스켈레톤은 머리를 앞으로 향한 자세로 강철 썰매에 엎드려 1200~1500미터(m)길이의 트랙을 타고 내려가는 경기다. 모두 14~19개의 커브구간이 이어지는데, 헬멧과 팔꿈치 보호대 등 최소한의 보호장구만 착용한 채 시속 130킬로미터(km)를 웃도는 속도를 감당해야 한다.  워낙 위험한 종목이라 1928년과 1948년의 스위스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라진 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부활했다. 스켈레톤과 비슷한 루지(누워서 타는 썰매)의 경우,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그루지야 대표선수가 훈련도중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그러나 윤 선수는 처음 썰매를 탈 때 무서움보다 재미있을 거란 기대가 더 컸다고 말했다.  
   
   
▲ 윤성빈 선수의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 경기 모습. ⓒ 연합뉴스

“전혀 무섭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문제는 통증이었죠. 몸의 옆 부분이 트랙에 자꾸 부딪치니까 굉장히 아팠어요. 보호 장비를 껴도 소용없더라고요.”

윤 선수는 누구보다 빠르게 썰매에 적응하고 기량을 끌어올렸다.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무서운 신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타트 속도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켈레톤에서 스타트는 경기결과의 70~80%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데, 타고난 탄력과 순발력이 좋은 무기가 된 셈이다.

체중 12kg 늘리고 혹독한 훈련 버텨

그러나 그의 빠른 성장이 타고난 운동능력에만 기댄 것은 아니었다. 스켈레톤 선수는 민첩성을 요하면서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게 유리하다. 체중이 무거울수록 썰매에 가속도가 붙어 기록을 단축하기 쉽기 때문이다. 윤 선수는 하루 여덟 끼를 먹어가며 운동해 75kg이던 체중을 87kg으로 불렸다. 또 불어난 몸집 때문에 순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혹독한 웨이트 트레이닝과 육상훈련을 병행했다.

평창에 있는 ‘스타트훈련장’은 실제 경기장과 흡사한 스타트 시설을 갖추고 있어, 썰매종목 선수들이 여기서 훈련을 많이 한다. 겨울시즌에 대비해 몸만들기를 하는 여름훈련은 특히 고되다. 보통 새벽, 오전, 오후로 나눠 훈련을 하는데 휴식시간에 잠을 자두지 않으면 다음 훈련을 소화할 수 없을 만큼 강도가 세다. 윤 선수는 이전에 선수 생활을 했던 경험이 없어 다른 선배나 동료들에 비해 이런 훈련을 따라가는 게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미래만 생각하고 운동했습니다. 생각 없이 단순한 게 저의 장점이기도 하죠.”

힘든 훈련보다 극복하기 어려운 건 비인기종목이라는 한계였다. 우리나라에 스켈레톤이 도입된 건 90년대 후반이지만 아직 실전연습을 할 썰매트랙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대표팀은 주로 미국과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가서 실전감각을 익힌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은 러시아, 미국, 라트비아 등 자국 내에 시설이 잘 갖춰진 나라의 대표들이었다.

국내에선 썰매를 튜닝(조정)하는 방법 등 장비 관련 연구도 부족해 다른 나라 기술에 의존한다. 썰매 강국 선수들은 트랙의 특성에 따라 흔들림 등을 고려해 썰매 내부의 나사를 조정하고 레이스를 펼친다. 그러나 윤 선수는 캐나다 출신 코치가 오기 전까지는 썰매튜닝이라는 게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도 장비기술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비인기종목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올림픽 때만 반짝 보도하다가 확 사그라지는 관심이 아쉽죠. 사실 인터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취재하는 기자분들보다 그냥 필요에 의해 억지로 오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보면 다 알거든요.”

‘기대주’에 머물지 않고 결과로 말할 것

그는 언론이 많은 관심을 갖게 하려면 자신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선수의 목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다. 이에 앞서 올해 12월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출전해 10위 안에 드는 게 1차 목표다. 올림픽 다음으로 큰 경기인 월드컵에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참가해 기량을 겨룬다. 그는 “보통 월드컵 성적이 올림픽으로 이어지곤 한다”며 “이번 월드컵을 시작으로 조금씩 쌓아 올라가면 4년 뒤 좋은 성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윤성빈 선수가 인터뷰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장환순

평창 썰매트랙도 내년 말 완공되기 때문에 실전연습의 기회도 늘어날 수 있다. 그는 “트랙이 완공되면 올림픽 전까지 300~400번 정도 실전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익숙한 코스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소치 올림픽 때와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가대표팀의 훈련기간은 1년 365일 가운데 250일 정도. 남은 100여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운동하는 생활을 이어간다. 한창 대학생활을 즐길 스물한 살. 새벽부터 종일 힘든 훈련을 이어갈 때면 평범한 친구들이 부럽지 않을까. 그는 “놀면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부럽긴 하지만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혹독한 훈련을 달게 받으며 4년 후를 바라보는 그는 평창 올림픽에 대해 강한 승부욕과 투지를 보였다.

“지난 올림픽에서 실수를 했지만, 평창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기대주’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제가 결과로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환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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