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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는 왜곡된 위로를 주고받는 공간”
[단비인터뷰] '충격고로케'와 '일간워스트' 개설자 이준행
2014년 08월 28일 (목) 13:51:04 홍연 기자 hongyeon1224@gmail.com

“일베를 왜 두려워해야 하죠?”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대항한 듯한 ‘일간워스트(일워)’를 만들어 화제의 중심에 섰던 이준행(30·독립 프로그램개발자)씨가 지난 5월 14일 서울 교대역 부근 카페에서 이뤄진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반문했다. ‘일베 회원들의 공격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반응이었다. 이씨는 일베를 겨냥해서 일워를 만든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일베를 패러디한 듯한 이름 때문에 지난해 말 개설 당시 주요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 '충격고로케'와 '일간워스트' 개설자 이준행씨. ⓒ 홍연

일워 사이트에서는 실제로 일베 회원들의 ‘공격’이 시도된다고 한다. 한꺼번에 수많은 컴퓨터로 일워에 접속해서 서버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도 하고, ‘좌좀(좌파좀비) 퇴치’ 등 이른바 ‘일베어’들을 수없이 반복해 게시판을 도배하는 일도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런 공격에 위축되지 않지만 그동안 인터넷에 올린 자신의 사진들을 지우는 등 ‘신상털이를 주의하는 정도’의 대비는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대한 반발로 ‘일워’ 개설

“일워를 만든 건 일베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철도민영화 논란을 보며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대한 반발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시글에 대한 추천 버튼을 ‘풍작’으로, 비추천 버튼을 ‘민영화’라고 이름 붙였죠.”

이 사이트에는 선행·공포·유머·그림·요리·역사·경제 등 다양한 범주의 글이 올라오고, 회원들을 농민이라고 부르는 ‘농촌 컨셉’에 따라 좋은 글도 풍작으로 부른다고 한다. 이씨는 일워가 즉흥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철도민영화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해 12월 28일 한 트위터사용자가 "일간워스트를 만들어서 '비추천' 버튼 이름을 민영화라고 하자“라는 글을 올린 게 계기였다. 이 글을 본 이씨가 ”사이트 원하시는 분 열분 계시면 만들어 드릴게요”라고 답글을 달았더니 금방 열 명 넘는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씨는 전에 1만원을 주고 사 놓았던 인터넷 도메인(주소)에 일워 사이트를 만들었다. 트위터에 한줄짜리 제안이 올라온 지 두어시간 만이었다. 이 사이트가 ‘일베 대항사이트‘로 소문이 나자 한꺼번에 방문자 수백만명이 몰려 서버가 고장나기도 했다.

일워를 ‘일베 공격용’으로 오해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은 과거 이씨가 ‘일베고로케’를 만들었던 전력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출근길에 심심풀이 삼아 당시 한창 화제가 되고 있던 일베에 대해 분석을 해봤다고 한다. 일베에 게시된 글 전체를 노트북에 내려받은 뒤 자신이 고안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글에 등장하는 명사 빈도수를 세어본 것이다. 그랬더니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가 욕설들이고 2위가 노무현, 3위가 ‘김치녀’ 등 여성을 비하한 표현, 4위가 광주라는 통계가 나왔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일베고로케’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이 내용을 그대로 떠서 게시했다. 빨간색 화면에 일베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들이 표시돼 사이트의 성향을 한 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아침 9시50분쯤 지하철에서 내릴 때 트위터에 올렸더니 몇 만 명한테 퍼졌고, 신문기자들한테 전화가 오더군요.”

‘낚시 기사’ 경쟁하는 언론의 민낯도 고발 

이씨는 이에 앞서 ‘충격고로케(hot.corokr.com)'라는 사이트로 화제를 모은 일이 있다. 고로케'라는 이름은 “고로케를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예전에 사둔 도메인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월 개설된 이 사이트는 국내 신문사의 온라인판을 포함, 닷컴(인터넷) 뉴스들이 얼마나 많은 ’낚시성‘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지 한 눈에 보여줬다. 기사 제목에 ‘충격’, ‘경악’, ‘헉’, ‘알고 보니’ 등 눈길을 끌기위한 낚시성 어휘가 얼마나 많이 들어갔는지 집계해 매일 순위를 매겼다. 언론사들이 광고단가로 연결되는 ‘클릭’을 더 많이 유도하기 위해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선정적 제목을 남용하는 행태를 고발한 것이다. 충격고로케는 지난 5월 29일 집계를 종료했는데, 그동안 ‘충격’ 등의 어휘를 제목에 가장 많이 사용한 언론사는 <한국경제>로 나타났다고 한다.

“트래픽(방문경로)을 추적해보니 언론사에서 많이 들어오더군요. 자기네들이 걸려있나 확인해보는 거죠. 하지만 1년 반 가량 집계결과를 공개해도 언론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서비스를) 종료했죠.”
 
그가 이처럼 화제의 사이트들을 ‘뚝딱뚝딱’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가까이 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우연히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교양과목을 무료 수강할 기회를 얻게 돼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게 됐고, 이후 실험 삼아 여러 사이트를 만들어보곤 했다고 한다. 대학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가 컴퓨터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일워 등의 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어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개인적으로 좋아서 하는 일이니 크게 공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대안 언론의 기사를 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뉴스 고로케'(http://news.coroke.net)를 만들기도 했다.

   
▲ 이준행씨가 최근 개설한 '뉴스고로케'(http://news.coroke.net). ⓒ 뉴스고로케 화면 갈무리

이씨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든 경력은 15살 때 시작됐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모이는 ‘아이두’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현실세계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많이 왔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 아이들이 와서 적극적으로 친구를 구하기도 했고, 주변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고민거리를 올려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이처럼 위로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왜곡된 위로’가 부작용을 낳기도 하기 때문에 주의와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일베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것도 어느 정도 ‘위로’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죄나 폭력에 대한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도 이에 공감하는 댓글들을 보며 안도하고 왜곡된 위로를 얻는 것이죠. 바로 이점에서 커뮤니티는 ‘양날의 칼’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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