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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로 살기 참 어렵지만
[단비인터뷰] 세월호 등 집회 공연 ‘우리나라’의 가수 이광석
2014년 09월 13일 (토) 20:15:25 이정희 기자 yargomaki@gmail.com

지난 5월 11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 공연이 조용히 시작됐다. 행인들은 무심히 지나치고, 시끄러운 차량 소리에 노래가 묻혔다. 음악가들이 노란 종이로 만든 바람개비를 건네자 지나가던 몇 사람이 발길을 멈췄고, 곧 20여명으로 불어난 청중이 보도에 둘러서서 귀를 기울였다. 기타 하나, 스피커 하나가 공연 장비의 전부인 음악가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곡 ‘미안해, 정말 미안해’ 등을 혼신을 다해 불렀다. 흐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이광석(43)씨가 우산을 꺼내 손병휘, 백자, 조동희 등 동료가수들을 씌워주었다.

   
▲ 가수 이광석씨가 지난 5월 11일 열린 '세월호를 지켜보는 작은 음악가들의 선언'공연에 참가했다. ⓒ 이정희

대학 노래패에서 우리나라 대표 민중가수가 되기까지 

“대학 신입생 시절(91년), 선배들 꼬임에 넘어가 노래패에 들었고 지금은 민중가수로 살고 있네요. 군부독재 시절이었던 그 당시 저를 포함한 많은 학생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학교생활은 뒷전이었지만 학교보다는 길거리에서 더 많은 걸 배웠죠.” 

건국대 부동산학과를 다니면서 목사가 되기 위해 신학대학원을 갈 생각을 하고 있던 이광석 씨는 당시 노태우 정권의 폭압에 맞서 거리로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91년은 ‘열사정국’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청년들이 희생을 무릅쓰고 비민주적인 정권에 저항했고, 정권은 이들을 가혹하게 진압했다. 명지대 1학년 강경대 학생이 진압군인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진 것도 그 때였다. 그는 노래패 친구들과 현장에 나가 노래로 집회를 이끌었다. 종교인과 가수의 갈림길에서 고민했지만 결국 자신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노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노래패 친구들과 대학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났죠. 그 친구들과 99년도에 결성한 게 그룹 ‘우리나라’입니다. 저희는 (주로) 통일을 주제로 노래합니다. 큰 집회도 가고 작은 집회도 가고 싸우는 현장도 가고 축제현장도 갑니다. 쌀시장 개방에 반대하는 전국농민대회, 반전평화집회, 전국노동자대회,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위한 공연, 각 지역 장기파업 현장 등 많은 곳에서 공연하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식 공연입니다. 그 큰 물결을 생각하면 아직도 짠하네요.” 

이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널리 불렸던 ‘다시 광화문에서’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그가 속한 우리나라의 백자, 이혜진, 달로와(박일규) 등 멤버들은 그룹과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씨는 “음악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은 것이고 사회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할 때 존재하는 것”이라며 음악 하는 사람들이 사회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감시 당하는 것'보다 불편한 건 '먹고 사는 일'

   
▲ 그룹<우리나라>의 단체 초상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광석씨. ⓒ 이정희

“제 노래가 정치적이라고 편 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원래 사람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정치가 뭔가요?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돌보는 것 아닙니까?” 

그는 자신의 음악을 ‘정치적’이라고 규정짓는 이들에게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예술가들의 정치참여는 과거부터 이어져 온 예술 정신이며 그런 예술가의 입장을 정치적이라고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공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여하고 통일 노래를 부르고 다니면서 그는 당국의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고 한다. 지난 2001년 6·15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합법적으로 평양에 다녀왔는데, 사무실 근처에서 자꾸 사진을 찍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어 붙잡아 경찰에 넘긴 적도 있다. ‘국정원 직원 맞느냐’고 캐물으니 ‘맞다’고 시인하더란다. 그룹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재일 조선학교를 돕는 ‘몽당연필’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데, 일본 도쿄로 떠나기 위해 공항에 갔을 때도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의심되는 사람을 만나 신고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사찰하는 이런 사회에서 사는 게 몹시 불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중가수로 살면서 감시당하는 것보다 더 불편한 것은 먹고 사는 일, 즉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한다. 

“저희는 국내 몇 개 안 되는 민중가요 그룹이고 전업가수지만 공연도 얼마 없어요. 공연을 통해 수입을 얻고 그걸 서로 나눠 가지는데,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해체할 뻔한 적도 있었어요. 지금 인디밴드들도 비슷할 겁니다. 음악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어요. 시간제로 다른 일을 해야 밥이라도 먹고 살죠.” 

자신이 필요하다 싶은 현장이면 계산 없이 달려가기 때문에 그는 노래만으로 먹고 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선거철에 선거유세와 관련한 음악 작업을 하며 부수입을 얻기도 한다. 노래의 음향·편집 작업을 도와주는 정도다. 꼭 지지정당의 일만 받는 것은 아니지만, 보수정당에서 작업의뢰가 왔을 때는 ‘마음 편하게 노래하며 살자’는 소신에 어긋나 거절했다고 한다.

사람들과 울고 웃으며 끝까지 노래할 것

   
▲ 그의 노래 '사월목련'에는 공감과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 이정희

“유명가수가 아니므로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합니다. 작년에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항의하는 의미로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에서 K.G.B.(국정원 게이트 버스킹) 공연을 기획해 진행하기도 했죠.” 

지난해 7월부터 한 달여간 열린 K.G.B. 길거리 공연에는 윤영배, 이정열, 라야밴드, 거닐숨 등 60여 명의 음악가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광화문광장에서는 매주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공연은 음악가들의 열정적인 참여와 시민들의 호응에 힘입어 관련 사건의 국정조사가 끝난 지난해 8월 15일까지 이어졌다. 전라남도 목포와 나주에서 활동 중인 음악인들이 “K.G.B 깃발을 사용하며 공연을 해도 되느냐”며 문의하는 등 지역에서도 호응이 있었다고 한다. 시민들이 김밥과 음료수 등 먹을 것을 들고 와 격려하기도 했다. 

“힘들지만 그래도 계속 해야죠. (노래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하면서 (압력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일이라면 홀가분하게 음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항상 사람들과 함께 하는, 슬플 땐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기쁠 땐 함께 기뻐하는 음악을 만들어야겠죠.”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서 그의 노래 ‘사월목련’이 잔잔히 흘렀다. “남들도 나처럼 외로웁지요, 남들도 나처럼 흔들리고 있지요...." 지난 해 나왔던 곡이지만 4월 16일의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부르는 것이어서 더욱 구슬펐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노래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죽을 때까지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고통과 상처를 노래로 달래는 것이 그의 일이지만, 자신도 그 노래를 통해 크나큰 위로를 받는 모습이었다.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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