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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세 벼락 인상’ 막고 공공임대 늘려야
떠도는 청춘 ‘민달팽이족’ ③ 배울 만한 선진국의 청년주거정책
2014년 07월 28일 (월) 15:21:59 홍연 조용훈 기자 hongyeon1224@gmail.com

“세입자로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 청년들을 위해 임차인보호법이 강화돼야 합니다.”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정준영(27)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 젊은 층의 주거 빈곤이 심각한 것은 사회적 대책이 부족해 모든 것을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 때문”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늘리는 것과 함께 세입자 보호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개발·재건축 여파 등으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 청년들이 변두리나 지하 등 더 열악한 공간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대료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지 못하도록 증가율 상한선을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국에서는 물가상승률 등을 기준으로 임대료 증가율을 제한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장치 필요

“선발 기간이 단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원하는 대학생전세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이세희(25‧여‧가명)씨는 공공임대주택의 지원절차를 간소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H의 계약조건에 맞는 집을 찾기도 힘들고, 어렵사리 집을 찾아도 심사를 거치는 데 한 달 가량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집주인이 기다려주지 않을까봐 마음을 졸여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LH의 2014년 임대주택지원자 선발공고는 지난 1월 8일에 나왔고, 14~16일의 신청기간을 두고 2월 11일에 입주대상자를 발표했다. 입주대상자들이 이때부터 집을 찾고 모든 절차를 거치면 학기가 시작된 후에야 입주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또 대상자 선정이 더 늦은 신입생(2월 12일~13일 신청/ 3월 4일 발표)은 3월 말에야 입주가 가능해 임시 거주공간을 찾느라 고생을 해야 했다.

   
▲ 청년 주거난을 당사자들이 해결하자는 취지로 모인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참가자들이 창립대회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조용훈

지난 2010년부터 주거문제를 정책 의제로 만드는 데 주력해온 청년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런 의견들을 개진하는 것과 함께 자체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권지웅(27) 대표 등 80여 명이 모여 주택협동조합 창립대회를 열고 올해 중 1호 주택을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3채의 주택을 확보, 조합원들에게 주거공간을 임대하기로 했다. 권 대표는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고, 조합원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집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구노력과 별도로 정부차원에서 임대료 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이후 정부가 1~2인 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을 많이 늘렸지만 재건축 등으로 임대료가 크게 올라 원래 살던 학생들이 고시원이나 지하방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 임대료 상한제 등 세입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권지웅 민달팽이유니온 대표. ⓒ 조용훈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청년세대는 물론 서민층 전반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집값을 떨어뜨리는 게 근본적 해결책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선 소장은 “현재 집값이 너무 높게 설정돼 있어, 많은 청년들이 집을 사는 것을 포기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청년들을 비롯해 1인가구가 앞으로도 더욱 급속히 늘 것이므로 단신세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하며, 임차인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전월세 상한제'도 도입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택 바우처 등 수요자 직접 지원도 바람직

반면 주택산업연구원의 김지은 책임연구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게 안 좋을 수도 있다”며 “집값을 낮추는 것은 현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쉬운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외국에는 저소득층의 임대료 일부를 정부가 쿠폰 형태의 교환권으로 지원하는 ‘주택 바우처’ 대상에 청년 비율이 높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세대 주거실태 점검 및 지원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경우 임대료가 부족한 청년들에게 정부가 ‘독립지원금’을 준다. 대상자의 소득수준을 계산해 대개 임대료의 50% 정도를 보조해준다. 덴마크도 정부보조금으로 청년층의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데, ‘학생지원금’이 대표적이다. 18세가 넘으면 개별 학생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금이 나오며, 주택 임대료뿐 아니라 기본 생활비의 일부를 충당할 수 있다.

미국도 수요자 지원 중심의 주거복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데, 지원 대상 저소득층에 청년세대를 포함한다. 예를 들어 뉴욕 주 단칸방에 거주하는 18~25세 청년들에게는 월 최대 200달러(약 20만원)까지 주택보조금이 지급된다. 보조금 지급 기한은 일단 3년이며 2년 연장이 가능하다.

   
▲ 주요국의 청년주거 지원제도. ⓒ 조용훈

반면 우리나라는 공급 중심의 정책으로 행복주택, 행복기숙사,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마저도 수요의 극히 일부만을 충족할 수 있을 정도로 물량이 적다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전체 주택공급량의 약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인 11.5%에 비해 낮다. 주거복지가 잘 돼 있는 네덜란드는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35%이며, 특히 수도인 암스테르담은 61%나 된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공공임대주택 보급을 확대하는 노력과 함께 수요자에게 직접 주거비를 지원하는 방식을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경우 ‘주택 바우처’ 등으로 임대료를 보조하거나, 보증금을 싼 이자로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또 신혼부부 등 결혼한 세대에는 내 집 마련을 위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거 문제는 대한민국 서민 모두의 고민이지만 비싼 등록금과 높은 생활물가에 시달리는 대학생 등 청년층 가운데는 당장 몸 누일 곳을 못 찾아 고통을 겪는 이들이 특히 많다. 껍데기집이 없는 달팽이처럼 주거 불안에 시달린다고 해서 ‘민달팽이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고시원, 하숙집, 지하셋방 등을 전전하거나 학교 동아리방과 도서관에서 ‘눈치잠’을 자기도 한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불안한 청년 주거의 현실을 취재하고 대안을 모색했다. (편집자)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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