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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10명과 ‘진실’은 아직 바다에”
[현장] 세월호 100일 유가족·시민 1박2일 도보 행진
2014년 07월 25일 (금) 18:06:32 최선우 황윤정 배상철 기자 cacacaca1518@gmail.com

세월호 참사 100일째를 맞은 24일 오후 6시 40분쯤, 희생자 유가족을 포함한 도보행진 참가자 1000여명이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다. 전날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안산시 합동분향소를 출발한 지 33시간 만이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광명시체육관을 출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를 가진 뒤 이곳에 도착했다. 서울역 광장에서 행렬을 기다리던 시민들은 ‘특별법 제정’ 등의 노란 손팻말을 들고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 구호를 함께 외쳤다.

   
▲ 24일 저녁 서울역에 도착한 시민 행렬. "특별법을 제정하라" 등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 최선우

중고생·엄마부대·가족단위 시민도 동참

“처음엔 진짜 일어난 일인지 믿고 싶지 않았어요. 보는 내내 화가 났어요. 국가든 어른이든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앞으로도 유가족 분들이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교복차림에 노란 손팻말을 들고 행렬에 합류한 서울 성심여중 1학년 최연(14) 양은 “생각보다 참가자가 많아 놀라고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최 양은 홍현주(14), 허은빈(14) 두 친구와 함께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나왔고, 부모님들도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 주었다고 말했다. 

   
▲ 손팻말을 들고 행진에 합류한 서울 성심여중 1학년 학생들. ⓒ 최선우

머리와 팔목에 노란 손수건을 맨 ‘엄마부대’도 있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고 목이 메인다”는 여다원(44·충북 진천)씨는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진천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눈물을 터뜨린 여씨는 손목에 맨 손수건으로 계속 눈물을 닦으며 대열로 걸어갔다. 여씨와 함께 충북 청주에서 올라온 김미영(47·어린이집운영)씨도 “(같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일이 함께 걷는 일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김씨는 “우리 아이들한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아이를 안전하게 기를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모두가)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족단위로 참여한 시민들도 많았다. 이날 아침 부산에서 올라와 국회의사당부터 합류했다는 장준영(47)씨는 아내 황경미(43)씨, 딸 리태(14)양과 함께 서울역앞 화단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인 리태는 “도보 행진이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다리 아프다”며 수줍게 웃었다.

저녁 7시10분부터 서울역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가 열렸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2학년 전찬호 군의 아버지인 전명선 가족대책위부위원장은 "오늘로 100일이 됐지만, 세월호 가족들이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은 여전히 깊은 바다에 빠져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우리를 위해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했지만 거짓이었고 새누리당도 수사권이 빠진 특별법을 내세워 특별법 제정을 거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일 아들 찬호의 생일에 선물로 특별법을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미뤄야겠다"고 아쉬워한 뒤 “언젠가는 특별법을 찬호 영정에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 서울역광장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수사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민들. ⓒ 최선우

통증과 피로에 지친 유족들, 시민 응원에 힘 얻어

짧은 행사를 마치고 유가족과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향해 ‘100일 100리 걷기’를 다시 이어갔다. 대열의 맨 앞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하라’고 쓰인 커다란 현수막이 펼쳐졌다. 긴 행진으로 지친 유가족들은 종아리 등에 파스를 여러 개 붙인 채 서로를 의지하며 무거운 걸음을 내디뎠다. 심한 통증 때문에 대열에서 잠깐 벗어나 쉬었다 다시 걷는 유가족의 모습도 보였다. 종로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은 길이나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거나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서울역을 출발한 행렬은 숭례문 오거리를 지나 저녁 8시30분쯤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에서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기다리던 2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은 준비한 생수와 초코파이 등을 나눠주며 환영했다. “같이 걷지 못해 미안하다”고 울먹이는 시민도 있었다. 유가족들은 일일이 “고맙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마지막 유가족 한 명이 광장 안으로 입장할 때까지 박수를 보냈다. 

   
▲ 서울역에서 서울광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민 행렬의 선두. ⓒ 배상철

유가족들이 자리를 잡자 ‘네 눈물을 기억하라’는 제목의 행사가 시작됐다. 서울시가 후원하고 이지애 전 한국방송(K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무대에는 시인 강은교,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가수 김장훈, 자전거탄풍경 등 문화예술인들의 노래, 연주와 시낭송이 이어졌다.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는 상황에도 유모차를 끌고 온 주부, 넥타이를 맨 직장인, 머리에 빨간 띠를 두른 노조원들, 대학교 총학생회 학생들, 교복차림의 고등학생 등 다양한 참석자들은 동요 없이 자리를 지켰다.    

가수 김장훈은 세월호 희생자인 고 이보미 단원고생과 함께 ‘거위의 꿈’을 불렀다. 생전에 이양이 남긴 노래영상에 김장훈의 목소리를 더한 듀엣이었다. 광장에 이 양의 맑고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유가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노래를 부르는 김장훈씨도 계속 눈물을 흘렸다. 많은 시민들도 눈시울을 붉히거나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내 새끼가 너무 보고 싶어” 서울광장 울린 엄마의 편지

“동혁아, 너와 네 친구들이 하늘에서 엄마 아빠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힘드시죠?’라고 쓸쓸히 묻는 것 같다. 4.16 특별법을 꼭 제정해서 그날의 고통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약속할게. 지금 여기에 나와 있는 모든 엄마, 아빠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내 새끼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는 거야.”

단원고생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가 무대에 올라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어 내려가자 광장 곳곳에서 다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청역을 지나던 20대 젊은 여성들도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 단원고생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오른쪽)가 딸과 함께 무대에 올라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 배상철

세월호가족대책위 대표이자 고 김빛나라 양의 아버지인 김병권씨는 “아직도 팽목항에는 열 분의 실종자 가족들이 비통한 마음으로 지내고 계신다”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열 명의 희생자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이어 “가족들의 뜻을 반영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며 광장이 떠나갈 듯 우렁찬 목소리로 국회와 청와대를 향해 “깨어나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답했다. 

유가족 위로해야 할 정부, 경찰력으로 광화문광장 진입 막아

밤 10시 무렵 추모행사는 막을 내렸다. 유가족과 일부 시민들은 인근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중인 다른 유가족 등과 합류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이 시청과 광화문 일대의 차도와 인도를 15대 가량의 버스로 통제하면서 길이 막혔다. 길을 열라는 유가족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밤 11시쯤 유가족 명찰을 단 여성이 쓰러지기도 했다. 미리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모여 있던 일부 유가족과 시민 등 200여명은 경찰의 장벽에 둘러싸여 밤늦도록 ‘거위의 꿈’과 ‘세월이 가면’ 등을 부르며 슬픔을 나눴다.

   
▲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 모인 유가족과 시민들이 경찰의 장벽에 둘러싸인채 노래를 부르고 있다. ⓒ 배상철

밤 11시 50분이 되어서야 프레스센터 앞 세종대로를 굳게 막고 있던 경찰 차량이 모두 빠졌고 유가족들은 최종목적지였던 광화문 광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100일 행사는 25일 새벽 3시 무렵 마무리됐다.


 

[최선우 기자]
단비뉴스 청년팀장
글이 가진 힘만큼의 책임을 늘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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