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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취재기자는 왜 ‘기레기’가 됐나
[다시 찾은 진도] ③ 여전히 불신 자초하는 언론
2014년 05월 25일 (일) 02:11:24 조창훈 박세라 송두리 조용훈 기자 nakedjochang@gmail.com

세월호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나고 실종자 수가 크게 줄면서 사고해역과 가까운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등에 파견됐던 기자들도 현장을 많이 떠났다. 지난달 23일 <단비뉴스> 자원봉사팀이 처음 갔을 때 진도군 실내체육관 2층 복도에는 100여명의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15일 취재차 다시 갔을 때는 서너 명의 기자들만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시민들로부터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지탄을 자초한 취재진의 행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 상처 더하는 오보와 추측보도 여전

“기자분들이 낸 오보가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려주세요. 사명감도 좋지만 이동식 조립주택 입주 문제는 가족들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제발 신중하게 보도해 주세요.”

   
▲ 한국기자협회는 지난달 20일 세월호 참사보도는 신속함에 앞서 정확해야 한다는 등 10개항의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 한국기자협회
지난 16일 오전 10시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범대본)가 팽목항에 실종자 가족을 위해 이동식 조립주택을 설치하는 현장. 취재진이 모여들자 경기도 안산시에서 파견된 지원대책반 관계자가 언론 보도를 성토했다. 가족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희망자에게 신청을 받아 조립주택을 배정하는 것인데 일부 언론이 이를 왜곡했다는 것이다. 

“아침에 한 언론사에서 ‘진도체육관에 머무는 가족을 내쫓기 위해 팽목항에 조립주택을 설치한다’는 뉴스를 냈어요. 사실관계 확인을 안 한 명백한 오보입니다. 결국 그 언론사로부터 사과까지 받았어요. 이런 보도가 나면 입주하려 했던 가족들은 들어오고 싶을까요?”

무리한 속보경쟁 속에서 ‘확인’과 ‘검증’을 소홀히 한 취재는 이번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심각한 오보를 양산하며 언론의 신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 오전 11시 무렵 문화방송(MBC)을 시작으로 와이티엔(YTN), 에스비에스(SBS) 등이 대서특필한 ‘수학여행 학생 전원 구조’ 소식은 사고 초기에 국가적 긴장감을 이완시킨 최악의 오보였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목포MBC에서 “160여명 밖에 구조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5차례 이상 올렸지만 MBC 내부에서는 이를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여러 언론사는 구조된 승객과 피해자 가족 등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무례하고 무리한 취재로 지탄을 받기도 했다.  

울며 기도하는 가족 뒤에서 요란한 셔터소리

기자협회가 뒤늦게 ‘신속함에 앞서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 보도한다’, ‘자극적 영상이나 무분별한 사진, 선정적 어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등 ‘참사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무리한 취재와 추측성 보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추모와 애도의 노란 리본들이 휘날리는 팽목항 방파제에는 실종자 가족, 자원봉사자, 일반시민 등이 수시로 찾아와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조속한 귀환을 기원한다. 그러나 이들의 간절한 기도와 마음을 다한 애도는 취재진의 셔터소리에 자주 방해를 받는다.

지난 17일 이른 저녁 무렵 방파제에 앉아 있던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자 전문가용 카메라를 든 3명의 기자가 다가갔다. 그들은 불과 10미터(m) 남짓한 거리에서 요란한 셔터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었다. 울며 기도하던 여성이 뭐라고 항의하진 않았지만 더 이상 기도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잠시 후 한 남성 기자는 “야, 이 사진 대박이야”라고 말했고, 함께 있던 여성 기자는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미소를 띠었다.

   
▲ 바다를 향해 주저 앉아 우는 중년 여성의 모습을 찍기 위해 카메라 기자들이 쉼 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다. ⓒ 송두리

정부 공식 브리핑 ‘연출’되기도

실종자 수색에 임하는 정부의 의지와 능력에 대해 국민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수색진행 상황을 브리핑(보고)하는 현장에서는 방송화면을 의식한 ‘연출’까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진도군청 범정부사고대책본부(범대본) 브리핑룸(기자회견장)에서 사고 32일째 정례 브리핑이 열렸다. 60여 명의 취재진과 한국방송(KBS), MBC 등 10여개사의 방송카메라가 대기했고 현장중계용 뉴스석을 설치한 방송사도 있었다.

먼저 범대본의 박승기(해양수산부), 고명석(해양경찰청) 대변인이 단상에 올라 이날 새벽 4시경 희생자 한 명을 수습했다는 것 등 보도자료 내용을 2분간 그대로 읽었다. 브리핑 후 기자들이 서너 가지 질문을 던지고 대변인들이 답변하는 데 6분이 더 걸렸다. 답변이 끝나자 범대본 브리핑 사회자가 “카메라와 오디오를 모두 꺼 달라”라고 요청했다. ‘백브리핑(보도하지 않는 비공식브리핑)’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방송사 카메라기자들은 순순히 카메라를 바닥에 내리고 방송용 조명도 껐다. 고명석 대변인은 단상 밑으로 내려와 기자들의 추가 질문을 받았다.

   
▲ 지난 17일 진도군청 2층 브리핑룸에서 언론사 취재진이 범대본의 정례 브리핑을 보도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조창훈

“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이 국회 현안보고를 못해서 국회의원이 가족 요청으로 진도로 내려와 현안보고를 받겠다고 합니다. 이것이 수색작업에 방해가 됩니까?” (ㅅ 인터넷 신문 기자)

“검토가 필요합니다. 수색을 총지휘하는 대책본부장(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이나 해경청장(김석균)이 상황을 검토한 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고명석 대변인) (중략)

“아까 질문한 부분에 답변을 듣고 싶은 것은 국회의원이 진도군청에서 일을 하실 수 있냐는 건데 이게 수색에 방해가 되는지?” (ㅅ인터넷신문 기자)

“내려와서 하실 때 방식이나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기는 어렵고요. 국회의원이 내려와서 2~3일 정도 현안보고를 받는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정도 하겠다고 하면 어렵거든요. “ (고명석 대변인)

이런 문답을 포함한 백브리핑은 10분 만에 끝났다. 브리핑 사회자가 “방송사, (질문) 취합해 주세요”라고 말하자 한 지상파 방송국 기자가 질문을 취합한 종이를 범대본측에 전달했다. 백브리핑 때 제기된 질문 몇 개를 추린 것이었다. 그러자 범대본 대변인과 대여섯 명의 정부관계자들이 모여 답변을 준비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다시 켠 상태에서 ‘공식인터뷰’가 시작됐다. 미리 정해진 기자들이 선체붕괴에 따른 구조대책 등 5개 질문을 던졌고 범대본측은 준비된 답변을 했다. 백브리핑 때 제기된 국회의원 현안보고 문제는 공식인터뷰에서 빠졌다. 이 모든 브리핑 과정이 약 30분 만에 끝났다.

   
▲ 지난 17일 진도군청 브리핑룸에서 이뤄진 정례브리핑 시간 순서. 이날 브리핑은 총 30여분 만에 끝났다. ⓒ 조용훈

브리핑을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묻자 한 지상파 방송국 기자는 “정제되지 않은 장면이 나가지 않기 위해 방송국 기자들이 협의해서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해서 진행하는 것이므로 (기자들 사이에) 큰 불만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어떤 기자도 까다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상업적 욕심버리고 정확한 보도 필요

그러나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를 지낸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이번 세월호 사안은 초기부터 정부의 구조작업 발표에 과장·왜곡이 많았다"며 "정부 발표가 진실인지 아닌지 철저하게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할 기자들이 연출된 화면을 위해 백브리핑을 거친다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남재일 교수도 “(백브리핑을 거치면서 일부 질문이 빠지는 등)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왜곡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기자는 시민과 정부 사이에서 시민들을 대리하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 후 고명석 대변인이 브리핑룸을 나서자 10여 명의 기자들이 따라 나가 복도에서 추가 질문을 했다. 한 일간지 기자가 “투입되는 민간잠수사 중 바로 사고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인가”를 묻자 고 대변인은 “나도 정확히 모른다, 확인한 다음 메일로 보내주겠다”며 해당 기자의 명함만 받아갔다. 공식브리핑의 질의답변을 통해 전 국민에게 알려져야 할 중요 정보가 별도 질문을 던진 한 기자에게만 제공될 참이었다.

   
▲ 지난 17일 진도군청 범정부사고대책본부(범대본)의 정례 브리핑이 끝난 뒤 진도군청 복도에서 고명석 대변인에게 추가 질문을 하고 있는 취재진. ⓒ 계희수

진도에서 기자들이 취재 거부를 당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자원봉사자, 진도군민, 일반시민들도 기자라는 말을 듣는 즉시 고개를 돌리거나 ‘아무것도 모르니 묻지 말라’고 거절하기 일쑤였다. <단비뉴스>팀도 사고 후 한 달을 넘긴 가족의 심정을 묻기 위해 팽목항 가족대기실에서 나오는 한 중년 남성에게 다가갔지만 "실종자 가족 아닙니다"라는 답을 듣기도 했다.

팽목항에서 자원봉사 중이던 한 의료팀원은 “처음에는 언론에 적대적이지 않았다”며 “취재를 당해보니 나의 말과 기자들이 인용한 부분이 달랐다”고 말했다. 특히 실종자 가족의 건강상태에 대한 대답이 본의와 달리 자극적으로 보도됐다고 분개했다. 그는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알리는 게 중요하지 않나”며 “상업적인 욕심을 버리고 정확한 보도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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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훈 기자]
단비뉴스 미디어팀 조창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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