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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이대로 잊을 겁니까?
[씨네토크] 민영화 이면의 검은 거래, 영화 '블랙딜'
2014년 07월 16일 (수) 11:17:21 박진우 기자 ngfrien@naver.com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전기, 수도, 가스 같은 공공재 산업을 모두 민영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답을 줄 다큐멘터리 영화 <블랙딜>이 지난 7월 3일 개봉했다. 영화는 영국, 프랑스, 독일, 아르헨티나, 칠레, 일본 등 6개국에 발생한 민영화의 폐해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 '당신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 지난 7월 3일 개봉한 영화 블랙딜 포스터. ⓒ 인디플러그

세계 각국의 민영화 폐해 조명

영화가 다룬 6개 나라에서 민영화는 악몽과도 같았다. 일찌감치 민영화 바람이 닥쳤던 영국에서 승객들에게 열차의 예고 없는 연착과 정차는 일상이다. 한 시민은 자신의 철도 요금이 연간 500만 원이나 된다고 불평했다. 칠레 정부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을 민간에 넘겨 버리는 일종의 국가 사기를 자행한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전기 민영화 이후 전기가 자주 끊겨 사람들의 시위가 끊이질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일본 등에서도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재가 민영화된 이후 사람들은 턱없이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민영화를 옹호하는 이들이 흔히 주장하는 공기업 부채 감축과 경쟁을 통한 높은 수준의 서비스 제공 등의 효과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는 민영화가 오히려 높은 요금의, 질 떨어진 서비스를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민영화의 부작용을 가장 처참하게 겪고 있는 나라는 아르헨티나다. 아르헨티나 철도 상황은 마치 민영화의 종착역을 보여주는 듯하다. 폐차 직전의 일본산 중고 열차를 들여와 제대로 된 정비도 없이 십년 넘게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철 승객이 많아 객차 출입문도 없이 운행한다. 말 그대로 목숨 건 질주다. 민영화 이후 아르헨티나 민간 철도 회사의 관심은 오로지 수익 창출이었다. 승객의 안전은 뒷전이었다. 결국 지난 2012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온세역에서 통근열차 충돌사고가 발생한다. 사망자만 50여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였다. 온세역에서는 지난해 10월 다시 비슷한 사고로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다쳤다. 영화는 온세역 사고의 이면에 민영화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 문 없이 100km 속도로 운행하는 낡은 아르헨티나 열차. ⓒ 인디플러그

이훈규 감독이 <블랙딜>의 편집을 끝낸 시점이 지난 4월 15일이었다고 한다.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다음 날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보며 온세역 사고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세월호와 온세역 사고 모두 돈을 생명보다 우선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규정을 터무니없이 넘겨 화물을 과적하고, 그만큼 평형수를 빼 버린 것이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듯 온세역 사고 역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낡은 선로 안전장치를 제때 교체하지 않은 게 사고 원인이었다. 선로 안전장치를 도입할 돈은 철도회사 사장의 형제가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돈에 눈이 멀게 되면 사고는 어김없이 발생한다는 것을 이 닮은 꼴 참사가 웅변하고 있다.

시민에게 좋은 민영화란 존재하는가?

영화는 민영화의 배후에는 대부분 검은 손들의 악수가 존재한다고 고발한다. 권력과 자본이 결탁해 각종 이권을 주고받는 것을 영화는 ‘블랙딜’이라고 지칭한다. 공공 산업 운영권을 사기업에 넘기는 과정에서 정치인과 관료들이 돈을 받고 소수 자본가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사실이 세계 각국에서 드러났다. 카메라는 아르헨티나, 칠레뿐만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블랙딜’이 만연함을 비춘다.

   
▲ 아르헨티나 공공재 민영화 과정에서 실제 벌어진 '블랙딜' 사례들. ⓒ 인디플러그

프랑스의 다국적 기업 <수에즈>의 전 사장은 뻔뻔하게 자신의 검은 거래를 합리화한다. “역사를 돌아봐도 수천 년간 우리는 부정부패 속에서 살아왔고, 그 부정부패는 발전을 막지 않는다. 중국과 러시아는 부정부패의 온상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발전 중이다” 이런 해괴망측한 논리로 무장한 그는 뇌물공여로 두 차례의 옥살이를 경험한 적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민영화는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애초에 돈이라는 연결고리로 정치권력과 자본이 결탁하지 않았다면 민영화라는 단어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공공재 문제를 ‘안전과 편의’가 아니라 ‘효율과 적자 해소’로 접근한다면 일단 검은 속내를 의심해 봐야 한다. 민영화 정책으로 공공재 사업권을 손에 쥐게 된 사기업이 가장 상위 목표로 삼는 경영방침은 뭘까? 최대한 빨리 투자 자본을 회수하고 대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배당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엔 ‘시민’이나 ‘공공재’라는 개념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영화는 관객에게 줄곧 묻는다. “시민들에게 좋은 민영화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가?”

모든 위험은 망각으로부터 비롯된다

영화는 마지막으로 각국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사용하는 공공재 관련 산업을 누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모른다’였다. 단지 끊긴 전기가 들어오고 열차가 제시간에 운행만 된다면 좋다는 반응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고통이 ‘민영화’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모든 위험은 망각으로부터 비롯된다. 기억해야 할 일을 잊은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암담한 미래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철도민영화, 의료민영화 문제가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던 게 불과 몇 개월 전이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발생하는 새로운 이슈를 소비하며 정작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고 있다, 그 사이 수서발 KTX 자회사는 공식 출범했고, 의료민영화도 점차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대로 민영화 문제를 잊고 지낸다면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현재 모습이 우리의 미래에 나타날 수도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민영화, 이대로 잊을 겁니까?”


 

[박진우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장 박진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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