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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과 ‘옥수수수염차’의 공통점은?
[씨네토크] 보수언론과 거대자본의 실체 고발한 '슬기로운 해법'
2014년 06월 08일 (일) 19:15:45 박진우 기자 ngfrien@naver.com

세월호 참사로 한국 언론의 민낯이 드러났다. ‘기자님’은 ‘기레기’가 됐고, 언론은 ‘찌라시’로 전락했다. 속보경쟁 속에 ‘오보’는 일상이 됐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급기야 언론은 분노와 멸시, 조롱의 대상이 됐다. 사회의 목탁, 빛과 소금이어야 할 언론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 지난 5월 15일 보수언론 '조중동'과 재벌기업 '삼성'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슬기로운 해법>이 개봉했다. ⓒ 시네마달

한국 언론이 갑자기 문제아가 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곪을 대로 곪아 오다가 세월호 참사를 임계점으로 터진 것뿐이다. 최근 나온 다큐 영화 <슬기로운 해법>은 한국 언론이 임계점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신랄하게 들춰낸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를 주인공으로 한 <어머니>, 쌍용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당신과 나의 전쟁> 등을 통해 끊임없이 한국 사회의 모순에 천착해 온 태준식 감독의 새 작품이다.

입맛에 맞게 조작·왜곡하고

영화는 신문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조중동’의 오보 문제로 시작한다. 2012년 <조선일보>는 태풍 ‘모라꽃’ 내습 때의 사진을 태풍 ‘카눈’의 사진으로 둔갑시켜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이 대형 오보 사건을 조선일보는 고작 박스기사 하나로 얼버무리며 넘어갔다. 2009년 <중앙일보>는 철도파업 때문에 서울대 입학시험을 보지 못한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을 통해 철도노조의 파업을 질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오보였다. 그 입시생이 열차를 이용했을 시간에 열차는 정상적으로 운행 중이었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중앙일보는 2년 후에야 오보를 인정하는 아주 작은 박스기사를 내보냈다. 두 오보 사건 모두 박스기사 하나가 유일한 반성의 표시였던 것이다. 오보를 내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확과 진실 추구라는 저널리즘의 원칙은 설자리가 없다.

   
▲ '조중동'은 부자 상위 3%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세금폭탄'이라며 국민들에게 겁을 줬다. ⓒ 시네마달

“옥수수수염차에 옥수수 성분이 몇 프로 들어있는지 아세요? 0.07% 들어 있습니다. 0.07% 성분을 전체라고 하고 있는 지금의 언론은 광고 찌라시에 불과합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한국 언론의 특기는 침소봉대다. 없는 일도 있는 것처럼, 있는 일도 없는 것처럼 만든다. 영화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종합부동산세를 예로 든다. 당시 ‘조중동’은 온 국민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하는 것처럼 몰아갔다. 종부세가 시행되면 ‘세금폭탄’이 떨어진다고 겁을 줬다. 그러나 실상은 어땠나?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부자 상위 3%에만 해당되는 세금이었다. 옥수수 성분이 0.07% 들어있는 음료를 옥수수수염차로 이름 붙여 파는 행위는 그래도 광고라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조중동’의 기사는 기사를 가장한 정치적 공격 행위이자 부동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프로파간다와 다름이 없었다.

한국 언론 앞의 절대자, 삼성

영화는 이어 언론과 광고의 관계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특히 신문광고의 상당 부분을 건설업계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언론사 자산의 45%가 부동산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신문의 부동산 기사에 ‘훈풍’, ‘봄바람’, ‘연착륙’과 같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적대적인 기사를 쏟아 냈던 점 역시 필연이었음을 들춘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목을 매는 언론의 태도는 광고주에 대한 배려이자 자신들의 자산을 불리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 지난 2009년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앞두고 '조중동'에 삼성 광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 시네마달

삼성을 빼놓고 언론 광고를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영화는 삼성이 수년째 주요 신문의 최대 광고주이며 2위와의 격차는 상당하다고 말한다. 삼성은 언론계의 ‘밥줄’ 그 자체다. 2009년 삼성 이건희 회장의 특별사면을 앞두고 ‘조중동’에 삼성 광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바탕으로 삼성의 치부를 다루던 <한겨레>나 <경향신문>에서는 삼성 광고가 사라졌다. 삼성이 광고를 끊자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큰 타격을 입었다. 영화는 결국 경향신문이 삼성을 비판하는 칼럼을 뺀 사례를 들며 삼성 광고의 폭력성을 지적한다. 영화는 말한다. 한국 언론의 절대자는 독자가 아니라 삼성이라고.

시민의 언론 감시만이 유일한 해법

영화는 결론에 이르러서야 왜 제목이 <슬기로운 해법>인가를 보여준다. 이미 갈 데까지 간 언론과 자본, 권력의 유착 고리를 끊고 저널리즘의 정상화를 도모할 유일한 대안은 ‘슬기로운 해법’, 즉 ‘시민의 감시’라는 것이다. 물론 영화가 제시하는 해법은 실증적이지도 심층적이지도 않다. 그저 입바른 소리, 하나마나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용자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언론을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 어떤 해법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영화가 제시하는 ‘당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나 기업에만 시민의 감시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언론에도 시민이라는 엄혹한 감시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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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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