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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워 없애던 수소로 친환경 전기 생산
[청정에너지 현장을 가다] 수소 ① 울산 연료전지 실증타운
2014년 06월 29일 (일) 21:33:39 신은정 기자 sej@danbinews.com

“총 실시간 발전량 77.6kW(킬로와트), 총 실시간 열 생산량 18.6kcal/s(킬로칼로리퍼세크), CO2(이산화탄소)감소량 70ton(톤)...”

   
▲ 수소타운 입구 경비실에 걸려있는 수소타운 연료전지 운전현황. ⓒ 신은정

지난해 8월 23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있는 수소타운에 들어서자 입구 경비실 넓은 통유리 너머로 ‘연료전지 운전현황’이 한 눈에 들어왔다. 지나는 사람 누구나 볼 수 있는 전광판에는 각 가구에 설치된 수소연료전지가 정상적으로 운전 중인지 혹은 점검이 필요한지 등도 단박에 알 수 있도록 표시돼 있었다.

   
▲ 수소타운인 LS니꼬동제련 사택 외벽에는 수소 공급 파이프가 설치돼 있다. 공단에서 굵은배관을 통해 전달된 수소가 각 가정에 나뉘어 공급될 때는 굵기가 얇은 파이프를 타고 들어간다. 실제 파이프의 색은 은색이나 기존 도시가스 배관과 구분되도록 영상에 붉은색을 입혔다. 수소타운 홍보 동영상 재편집. ⓒ 울산수소타운 홍보관

엘에쓰(LS)니꼬동제련의 사택과 부설체육관, 수소타운 홍보관 등으로 구성된 이 단지의 모든 건물 외벽에도 특이한 부분이 있었다. 일반적인 아파트 외벽에 흔히 보이는 가스관과 수도관 외에 은색 파이프 하나가 더 보였다. 단지에서 10킬로미터(km)정도 떨어진 삼성비피(BP)화학에서 수소를 공급받아 각 세대로 전달하는 관이다.

가정에서 전기 만드는 세계 최대의 수소타운

울산수소타운은 인근 공장에서 공급받는 수소로 각 가정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국내 최초, 세계 최대 규모의 단지다. 일본의 후쿠오카현, 덴마크의 롤랜드, 캐나타 토론토 등에도 수소타운이 있지만 이곳보다는 크기가 작다.

   
▲ 수소타운은 삼성비피(BP)화학에서 파이프로 수소를 공급받는다. 울산 수소타운 홍보 동영상 재편집. ⓒ 울산수소타운 홍보관

지난 2013년 7월 가동을 시작한 이 타운은 중앙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 울산시 등 공공부문과 (주)퓨얼셀파워, 지에스(GS)칼텍스주식회사, 현대하이스코(주),(주)효성 등의 연료전지회사, 사택을 운영하는 LS니꼬동제련 등의 기업이 총 88억원을 들여 조성했다. 기존 건물에 수소배관을 굴착, 매설하고 세대별로 연료전지를 설치한 후 시운전과 전기•가스 안전점검 등을 거쳤다. 수소타운은 오는 2018년 4월까지 약 5년간 실증작업에 활용될 예정인데, 이 기간 후에도 연료전지를 계속 사용할지는 사택 거주자들이 결정한다고 한다. 다만 울산시는 수소타운이 있는 울주군에서 남구, 중•북•동구 등으로 거점 수소타운을 점차 확대해갈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어떻게 수소로 전기를 만들까. 먼저 수소를 제조하거나 분리하는 단계가 있고, 이렇게 얻은 수소를 저장했다가 가정용, 산업용, 수송용 발전에 사용하는 단계가 있다. 수소를 얻는 가장 오래된 방법은 물(H₂O)을 전기분해해서 수소(H₂)와 산소(O₂)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은 무공해이고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은 생산비용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것은 메탄(CH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와 수증기에 촉매를 넣어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천연가스 대신 석유나 바이오매스(가스화 상태)에서 수소를 얻는 방법도 있고, 석탄을 가스화시켜 수소를 얻기도 한다.

이런 방법들을 통해 얻은 수소는 기체•액체•고체 등 다양한 형태로 저장했다가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전기를 얻는 발전장치를 연료전지라고 부른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2002년 발간한 책 <수소혁명>에 따르면 공급되는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연료전지는 내연기관 보다 효율이 2~3배 높다. 또 전기와 열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성하는 것이 물밖에 없어 기존 화력발전 등에 비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40% 정도 감축하는 효과가 있다.

   
▲ 울산수소타운 홍보관에 전시된 연료전지 시스템 내부에 들어가는 기기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분리판, MEA, 전력변환장치, 열교환기, 스택 등이다. ⓒ 신은정

수소를 연료로 써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소용량에서 대용량까지 다양한 규모의 발전이 가능하고 휴대용, 가정용, 빌딩용, 자동차용 등으로 다채롭게 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울산시는 수소산업을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기업과 소재부품 사업을 육성하기로 했다. 울산에는 석유화학 공장들이 몰려 있고, 이 공장들이 석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소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소 공급이 가능하다는 게 큰 경쟁력이다. 과거에는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일부 공업용으로 쓰고 나머지는 태워 없앴는데, 이제는 돈을 받고 팔 곳이 생긴 것이다.

울산 산업단지 특성 살려 연료전지 클러스터 추진

울산시는 앞으로 수소의 품질을 종합 관리하는 수소인증센터 구축, 발전용 연료전지단지 조성, 수소전문연구기관 유치 등을 통해 글로벌 수소산업 거점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현재 울산에서는 ‘세계적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구축’을 목표로 많은 기업과 기관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수소 생산과 공급에는 에스케이(SK)에너지, 에스오일(S-OIL), (주)덕양에너젠, 동덕산업가스주식회사 등 화학에너지기업이 참여하고, 전지차량생산은 현대자동차, 대우버스(주), 현대모비스(MOBIS) 등 자동차기업이 맡고 있으며, 연료전지 연구개발(R&D)은 유니스트(UNIST), 울산대학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울산테크노파크 등이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수소에너지의 보급 확대를 담당하고 있다. 

   
▲ 울산수소타운홍보관에 각 가정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가 전시돼 있다. 좌측부터 (주)효성, (주)퓨얼셀파워, 현대하이스코(주)의 연료전지. ⓒ 신은정

현재 울산수소타운에는 모두 150대의 가정용‧공업용 수소연료전지가 설치돼 총 195kW 규모의 발전을 하고 있다. 연료전지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함께 발생한 열에너지는 각 가정에서 물을 데워 탱크에 저장해뒀다 쓰는 식으로 활용한다. 엘에쓰(LS)니꼬동제련 총무환경팀 최철줄(57) 관리소장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한 4인 가족 세대의 경우 월 전기료가 종전 7만원에서 3만원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다른 세대도 대부분 전기료가 절반 이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자체 생산한 전기로 기존 전력수요의 반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 소장은 수소가 혹시 폭발하는 일이 생기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주민들 사이에 있었으나 실제로 보니 연료전지에 안전장치가 잘 돼 있고 모니터링(감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위험하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게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아직은 일반 보일러에 비해 비싸고, 소음과 열이 나는데다 자리를 많이 차지합니다. 도시가스(LNG)배관 말고 배관을 하나 더 설치해야 되는 것도 불편하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큰 흠을 꼽자면 수소연료전지가격과 설치비용이 비싼 거죠. 수소연료전지 기계값만 3800만원인데 각 가정에 연결까지 하면 총 6000만원이 들거든요.” 

   
▲ 수소연료전지설치 개략도 ⓒ 울산수소타운 홍보관

최 소장의 지적대로 수소연료전지의 설치비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실증단계인 지금은 정부에서 설치비 6000만원을 전액 지원해 준다. 하지만 연료전지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기술개선 등을 통해 연료전지 가격과 설치비용이 훨씬 낮아져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온실가스 줄이고 분산발전으로 경제적 낭비와 갈등 예방도 

울산수소타운 건립을 주도한 울산테크노파크 화학기술연구전문센터의 우항수(51)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경제성과 친환경성에서 수소연료전지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우 센터장은 “울산수소타운이 연간 260만kW의 에너지를 생산해 331t의 석유사용 대체효과를 내고 이산화탄소 발생도 연간 991t 정도 줄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런 온실가스감축효과는 어린잣나무 38만 그루를 심는 것과 같고 승용차 주행이 462만km 줄어드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의 또 다른 장점으로 소규모 분산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꼽았다. 원자력발전이나 화력발전처럼 한 곳에서 50만kW, 100만kW의 대용량발전을 할 필요가 없고 동네나 공장마다 수소연료전지를 설치하면 그대로 작은 발전소가 된다. 전기가 많이 필요하면 연료전지 양을 늘리면 된다. 그러면 낙후지역에 대규모 원전 등을 짓고 장거리 송전탑으로 대도시에 전기를 보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제적 낭비와 사회적 갈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좌) 울산수소타운홍보관에 전시된 수소연료전지의 내부 구조도. (우상) 2013 대한민국에너지대전에 전시된 (주)퓨얼셀파워의 3kW급 연료전지 스택. (우하) 2013 대한민국에너지대전에 전시된 (주)미코의 1000W 연료전지 스택. ⓒ 신은정

우 센터장은 수소가 폭발할 우려 등 일부에서 지적하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생산과정에서 수소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봤을 때) 원리원칙대로 설치하고 점검만 제대로 하면 수소폭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해 쓰는 ‘자원빈국’이면서도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한국.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후쿠시마 사고 같은 핵재난을 막으려면 화석연료와 원전 의존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현실은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선진국에서는 햇빛, 바람, 지열 등 ‘토종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한 전력생산이 이미 원전 비중을 넘어섰다. <단비뉴스>는 남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국내의 현장들을 찾아 실태를 점검하면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편집자)

* 이 시리즈는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 프로젝트의 취재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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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정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 환경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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