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주요일간지의 철도, 서울대병원 파업 보도

철도노조 파업이 12월 30일 현재 역대 최장인 22일째를 맞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12월 9일 철도민영화 철회, 임금 6.7% 인상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는 수서 발 KTX 운영사 설립을 사실상 ‘민영화’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수서 발 KTX 운영사 설립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계열사 설립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민영화 저지를 목적으로 한 노조의 파업은 불법이라며 8천명 가까운 노조원들을 직위해제하고, 신규인력을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도 노조 지도부 체포를 명분으로 민주노총을 강제 수색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23일 서울대병원 노조가 6년 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의료 공공성 회복을 위해 임금 인상,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선택진료제 및 의사성과급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올해만 68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될 정도로 경영이 악화됐다며 노조의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서울대병원 파업은 지난 11월 4일 임단협 타결로 마무리됐다.

<단비뉴스>는 주요일간지가 최근 잇따라 발생한 파업을 어떻게 다뤘는지 살펴보기 위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6개 주요 일간지의 보도를 모니터했다. 분석 기간은 서울대병원 파업의 경우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14일, 철도 파업은 지난 12월 9일부터 14일까지 6일 동안이다. 

파업 ‘불편’과 ‘피해’만 강조하는 표제

서울대병원 파업 첫날 표정을 다룬 지난 11월 24일 주요일간지의 표제를 살펴보면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난 배경을 전달하기보다는 파업으로 인해 환자들이 겪는 불편만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지난 10월 24일 주요 6개 일간지 서울대병원 파업보도 표제. ⓒ김성숙

<조선>, <중앙>, <동아>의 표제는 약속이나 한 듯 닮은꼴이다. 세 신문 모두 ‘서울대 병원, 6년 만에 파업’이라는 문구와 함께 환자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은 ‘환자 식사, 도시락으로’라는 표현으로 환자의 식사 문제를 파업이 초래한 대표적 피해로 내세우고 있다. <중앙>과 <동아>는 진료 마비가 현실화한 것이 아닌데도 ‘발 동동’이라는 표현을 똑같이 사용하며 파업으로 인해 환자의 처지가 매우 급박해진 것처럼 묘사했다. 

<경향>과 <한국>의 표제도 환자에 초점을 맞추긴 했으나 상황 묘사는 <조중동>과 달랐다. <경향>은 ‘진료 대기 길어져 환자들 불만’이라는 표제로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아니고 ‘응급실·중환자실은 평소대로’라는 설명을 붙여 위급한 환자 진료를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알렸다. <한국>도 ‘서울대 병원 농성 어수선’이라는 문구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여줬다. 이어 ‘진료 큰 차질 없었지만 일부 환자 “불편” 호소’라는 문구를 통해 <경향>과 마찬가지로 진료에는 큰 문제는 없음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파업 관련 기사는 싣지 않고 수도권 면에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는 노조의 사진만 보도했다.

 

▲ 지난 10일 주요일간지 지면에 등재된 철도노조 파업보도 표제. ⓒ각 언론사

그렇다면 지난 12월 9일 시작된 철도노조 파업 관련 주요일간지의 보도는 어땠을까?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주목하는 경향은 서울대병원노조 파업 때와 똑같았다. 파업 첫 날 소식을 다룬 지난 12월 10일자 <조선> 표제의 경우 ‘4년만에 철도파업… 하루만에 화물수송 반토막’, <동아>는 ‘물동량 60∼70% 철로 수송 시멘트업계 직격탄’, <한겨레>는 ‘화물운송 일부 차질…평소 40%선 그쳐’ 등으로 모두 파업이 화물수송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시멘트·석탄 등 사전 수송·비축… 피해 적어’라는 표제로 다른 일간지와는 다른 논조를 보였다.

 

▲ 지난 10일 주요일간지 철도노조 파업보도 표제

사용자의 입장만을 적극 대변한 표제도 눈에 띄었다. <중앙>은 ‘코레일 "철도노조 불법 파업 … 가담 4356명 직위 해제"’라는 표제를 통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사측의 입장만 전했을 뿐 노조의 입장은 담지 않았다. 반면에 <동아>, <경향>, <한국>은 직위해제 소식은 다뤘지만 ‘불법파업’이라는 사측의 입장을 그대로 내보내진 않았다. 또 <경향>, <한겨레>, <한국>은 파업 첫 날 보도에서 철도 민영화 논란과 관련한 노사 양측의 입장을 비교적 균등하게 표제를 통해 다룬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시작하면 겨우 관심, 파업 전후엔 무관심

서울대병원 파업은 13일 동안 진행되었으나 주요 일간지들은 대부분 파업 이후 후속보도에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월 25일부터 파업 종료 다음 날인 지난 11월 6일까지 2주 동안 서울대병원 파업 관련 보도는 <조선> 1건, <동아> 2건, <경향> 2건, <한국> 3건에 그쳤다. <중앙>과 <한겨레>는 지난 10월 24일 첫 보도 이후에는 후속 보도를 하지 않았다.

 

▲ 10/25~11/6 주요 6개 일간지 서울대병원 파업 관련 후속보도 표제. ⓒ김성숙

<조선>은 지난 11월 4일 ‘[기자수첩] 炳과 싸워야 하는 소중한 시간에 근심 커지는 환자들’이란 기자 칼럼을 통해 환자들이 겪는 불편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동아>는 지난 10월 31일, ‘의사-간호사 품질평가 거쳐 납품 파업 노조 말만 듣고 일방적 질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대병원 노조의 주장을 반박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0월 28일 ‘서울대병원, 경영난 심각하다더니… 연봉 2억 넘는 의사, 5년간 60% 늘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서울대병원측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원인은 병원 측의 방만한 경영에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주요 신문들은 파업 시작 때 일제히 관련 소식을 보도한 것과는 달리 파업 종료와 그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조사 대상 6개 신문 가운데 <동아>, <경향>, <한국> 등 3개 신문만 11월 5일자 신문을 통해 임단협 타결과 파업 종료 사실을 알렸고, <조선>, <중앙>, <한겨레>는 관련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한편 <한국>은 파업 종료 다음 날인 11월 6일, ‘[기자의 눈] 임금 투쟁 그친 서울대병원 파업’을 통해 서울대병원노조가 의료 공공성 회복 등을 내세우며 파업에 돌입했으나 결과는 임투에 그치고 말았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보통 파업이 끝나면 관심 대상에서 신속하게 지워버리는 게 언론의 속성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이 기자 칼럼은 파업 종료 이후에도 그 결과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었다.

 

▲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주요일간지 신문게재면 별 철도노조 파업 보도빈도. ⓒ김성숙

철도노조 파업은 그 규모나 사회적 파장이 서울대병원 파업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따라서 관련 보도도 훨씬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문사 별로 보도빈도와 관련 기사 게재 지면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단비뉴스>는 파업 초기 보도 행태가 대체로 파업 전 기간의 후속 보도에서도 이어진다고 보고 철도파업이 시작된 12월 9일부터 6일치 신문을 분석했다. <조선>은 모두 10건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주로 사회면을 통해서였다. 지난 12월 13일 기사 ‘철도파업에… KTX도 오늘부터 감축 운행’만 유일하게 종합 1면에 보도됐다. 6개 일간지 중 가장 적은 양인 8건을 보도한 <중앙>은 종합면을 통해서는 아예 철도파업을 다루지 않았다. 적어도 매일 한 건 이상의 기사를 내보낸 다른 언론사와 달리 <중앙>은 12월 12일에는 한 건의 기사도 싣지 않았다. 또 다른 주요 일간지들이 종합 혹은 사회면을 통해 파업 현황을 지속해서 보도한 것과 달리 <중앙>의 경우 총 8건의 기사 중 3건이 의견이나 인터뷰 기사였고 사실보도는 5건에 불과했다.

<동아>는 이 기간에 모두 11건의 기사를 보도했다. 5건은 종합, 5건은 사회, 1건은 오피니언 면에서 다뤘다. 12월 9일부터 12일까지는 사회면에 기사를 실었는데 12일부터는 종합면에 싣는 변화를 보였다. <한국>은 종합 8건, 사회 3건, 오피니언 2건 등 모두 13건의 기사를 내보냈다. 1월 10일부터 12일까지 철도파업이 시멘트 수송에 미치는 영향을 연달아 보도하는 특징을 보였다.

<경향>과 <한겨레>는 철도파업 관련 기사에 종합면을 주로 할애했다. 오피니언 면에도 각각 4건을 실어 다른 신문사에 비해 많았다. <한겨레>는 총 17건의 기사 중 12건을 종합면을 통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스티븐 코튼 국제운수노련(ITF) 사무총장의 특별기고를 게재하는 등 한국의 철도노조 파업이 국제 노조 조직의 관심사가 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같은 기간 26건의 기사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인 <경향>은 종합면에서만 19건의 기사를 내보내는 등 6개 분석대상 신문 가운데 가장 비중 있게 철도파업을 다뤘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20일을 넘기면서 파업 관련 보도도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중동 등 주류 매체를 통해서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경쟁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고,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와 코레일의 입장을 주로 볼 수밖에 없다. 철도파업의 불법성은 끊임없이 강조되고 기관사 복귀율은 생중계되다시피 하고 있다. 최소한의 균형도 갖추지 않은 이런 보도를 주로 접하면 철도노조의 파업 배경이 뭔지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진보나 중도 매체들도 문제는 없지 않다. 철도 민영화 문제는 오래전부터 노조 차원에서 제기돼 왔지만 철도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언론은 거의 없었다. 파업이 한창 진행되면서 관련 보도가 무더기로 생산되고 있지만 파업이 일단 끝나면 어떤 식으로 끝나더라도 이는 곧 언론의 관심사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 매체가 보수든 진보든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의 파업 보도는 주로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 주목해 왔다. 논조 또한 사측의 입장에 경도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철도 파업 보도도 이전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언론의 기능 가운데 중요한 부분이 어떤 갈등의 조짐이 있을 때 미리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골고루 다뤄서 여론의 검증을 받게 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조정하는 것이다. 파업 돌입 등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냄비처럼 끓어오르다 파업이 끝나면 금방 식어버리는 보도행태, 파업의 표피적 현상만 주로 다루고 본질을 외면하는 취재방식, 정부와 사측의 입장에 기울어진 논조로는 갈등 치유는커녕 갈등을 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사회적 비용과 분열의 골을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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