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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많이 먹으면… 배 많이 부르다?
KBS '뉴스9'의 분석 없는 '데스크 분석'
2013년 11월 21일 (목) 11:05:37 김혜영 기자 firstjournal@naver.com

“시청자 여러분은 요즘 저축하시나요?  일정 수준의 저축은 개인, 국가 모두에게 꼭 필요합니다... 경제 빈혈 생기지 않도록 국가차원의 묘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데스크 분석입니다.” (10/29 저축 늘려 경제 활성화)

“밀양만 빼고 주변 지역 주민들은 이미 송전탑 짓는 짐을 졌다는 겁니다...이 진실들은 밀양주민들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반대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데스크 분석입니다.” (10/2 송전탑 사태의 진실)

“이번 채동욱 총장 사태는 혼외아들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해 물러난 첫 사례입니다...데스크 분석이었습니다.” (9/30 검찰총장 임기 보장되려면…) 

   
▲ KBS <뉴스9>의 '데스크 분석'은 '현상의 본질을 분석하고, 맥락을 짚어준다'는 본래의 취지와 무관한 '하나마나한 분석'이 대다수다. ⓒ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KBS <뉴스 9>의 ‘데스크 분석’이 내놓은 ‘분석’들이다. ‘데스크 분석’은 KBS가 지난 5월 메인뉴스의 심층성을 강화하겠다며 신설한 코너다. ‘데스크 분석’에는 ‘뉴스가치를 판단하는 위치에 있는 경륜 있는’ 기자가 ‘복잡다단한 사안을 명료하게 풀어준다’는 뉘앙스가 배어있다. 실제 KBS는 이 코너를 만들면서 “팀장급 이상의 기자들이 직접 나와 현상 뒤에 숨어있는 본질을 분석하고, 어떤 시각과 관점으로 뉴스를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맥락을 짚어줄 것"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보듯 현재까지 나온 ‘데스크 분석’은 당초 취지와는 동떨어진 편향된 ‘분석’이나 하나마나한 ‘분석’이 대부분이다.    

'데스크 분석'은 평일 뉴스에 1꼭지씩 들어간다. 보통 어떤 중요한 사안을 다룬 일반 리포트가 1개 이상 나간 뒤 데스크가 스튜디오에 나와 그 사안을 1분30초 안팎의 분량으로 다시 정리하는 형식이다. 지난 5월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약 6개월 간 총 121개의 '데스크 분석'이 나갔다. ‘데스크 분석’이 당초 취지를 얼마나 살리고 있는지 살펴봤다.

‘데스크 분석’이 지금까지 다룬 주제는 ‘사회’ 분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식품 사범 엄정 처벌해야!'(5/28)에서부터 ‘백신 주권’ 확보 서둘러야’(11/14)까지 59건이 나갔다. 이어 경제(27), 정치(23), 국제(8), 기타(문화 3, 종합 1) 순이었다. ‘사회’ 분야에 치우쳐 있지만 이는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진짜 문제는 ‘데스크 분석’의 관점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30일자 KBS <뉴스9>의 ‘데스크 분석, 검찰 총장 임기 보장되려면…’편은 방송 후 내부적으로도 “KBS가 정권의 대변인도 모자라 조선일보의 2중대로까지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TV 조선>의 이른바 ‘임 여인 가정부 증언’ 관련 보도를 그대로 받은 3편의 리포트에 이어 나온 ‘데스크 분석’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를 "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해 물러난 첫 사례"라고 단정해 ‘분석’했다. 

언론 감시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모니터 보고서에서 "혼외아들 논란으로 문제가 시작된 점은 맞지만, 유례없는 '법무부의 검찰총장 감찰지시' 직후 사퇴를 결정한 배경을 고려하면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며 KBS ‘데스크 분석’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관련 지난 9월 30일 '데스크 분석'은 미확인 사실을 단정적으로 보도해 논란이 됐다. ⓒ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이틀 뒤인 10월 2일 보도된 ‘데스크 분석, 송전탑 사태의 진실’ 역시 일방적으로 한전 측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전이 126일 만에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 이 날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이 문제를 다뤘는데 각 신문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논조가 크게 엇갈렸다. <문화일보>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반대 시위 더는 수긍 어렵다", 동아일보는 "밀양 송전탑 건설, 더 미뤄선 안 돼" 등의 사설을 통해 한전 측의 입장에 힘을 실어준 반면 경향신문은 "타당성도 정당성도 부족한 밀양 송전탑 공사", 한겨레는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서둘 일 아니다" 등으로 송전탑 건설 반대 입장에 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의 '데스크 분석'은 '사태의 진실'이란 제목으로 "전력 위기는 여전하다"며 "무조건 반대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니 주민들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전 쪽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입장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전한 것이다.       

이런 편파적 ‘분석’의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현대차 4시간 부분 파업 돌입…2년 연속 파업’이란 리포트 뒤에 이어진 ‘분석’에선 다음과 같이 교묘히 사측의 입장을 대변했다.

“현대 자동차 전체 직원들의 평균임금은 9천 4백만원입니다…현대차는 올 봄 노조의 특근거부로 8만 3천대를 생산하지 못했고…결국 회사는 해외공장의 생산비중을 늘리겠다고 합니다.” (8/20 美 자동차업계의 교훈)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8월에는 ‘10대그룹 7곳 상반기 투자 축소…설비투자 8%↓’라는 보도에 이어 다음과 같은 ‘데스크 분석’을 내보냈다.  

“국내 투자에 멈칫거리던 우리 기업들의 투자금을 해외에서 끌어간 모양새입니다…경제 민주화와 규제 완화 등 최근 첨예한 현안들에 있어 취지는 살리되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08/26 ‘국내 투자’ 환경 만들어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국민참여 재판에서 배심원 무죄 평결을 받은 후엔 다음과 같은 데스크 분석이 나갔다. 

“국민참여 재판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취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배심원단의 판단을 놓고 여론이 양쪽으로 갈라진다면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10/30 ‘국민참여재판’ 보완해야)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참여 재판이 도입된 2008년부터 지난 9월까지 재판부와 배심원 평결이 엇갈린 경우는 전체 1009건 중 82건(7.5%)에 불과했다. 그러나 ‘데스크 분석’은 국민참여 재판에서 ‘나꼼수’ 관계자들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나자 느닷없이 국민참여 재판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 한 쪽의 입장만을 반영하는 편파적 분석으로도 비판을 받고 있다. ⓒ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편향성 못지않은 문제는 ‘분석’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하나마나한 ‘분석’이 ‘데스크 분석’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 태안에서 일어난 고등학생 익사 사고 역시 안전불감증이 문제였습니다…정부가 노력한다고 해도 사회 전체의 의식 변화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어이없는 원시적 사고들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7/19 비극 부른 '안전불감증')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입니다…수백만원의 벌금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음주운전을 이제는 흉악범죄로 여기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8/7 '음주 운전' 인식바꿔야)

"국민 한 사람 하루 10원 저축하면 한 해 1000억원이 쌓인다…이 저축이 오늘의 한국을 있게 했습니다…일정 수준의 저축은 개인, 국가 모두에게 꼭 필요합니다…저축은 경제의 피니까요." (10/29 저축 늘려 경제 활성화)

팀장급 이상의 기자들이 현상 뒤의 본질을 ‘분석’한 것치고는 너무 뻔하다. 그래서 ‘데스크 분석’은 안팎에서 종종 조롱의 대상이 된다. 지난 7월 KBS를 퇴직하고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합류한 김경래 기자는 퇴직 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그대 행복한가?’라는 글을 통해 <뉴스9>의 ‘데스크 분석’을 “밥 먹으면 배부르다는 날카로운 데스크 분석”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실제 1분 30초라는 짧은 분량을 감안하더라도 민망한 '분석'이 너무 많다. ‘데스크 분석’에 따르면, 납품비리나 공금횡령은 책임자를 '엄정 처벌'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혁신'하면 된다. 음주 운전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비자금 조사는 제대로', 경제민주화는 '지혜를 함께 모아 해결할 수 있다.(표 참조) '데스크 분석'이 앞에 최소한 1꼭지 이상의 관련 이슈 리포트 다음에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내용이 왜 소중한 전파를 타야하는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7월 22일자 '도심 배수시설 기준 강화해야'라는 데스크 분석은 앞서 '물난리' 관련 보도가 15꼭지나 나온 뒤다. (표 참조.)   

   
▲ '분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단순하고 천편일률적인 방안들. ⓒ 김혜영
   
▲ 굳이 반복할 필요가 없는 '분석'으로 뉴스를 하나의 사안으로 도배하기도 한다. ⓒ 김혜영

‘편향성’ 및 ‘뻔한 분석’과 함께 ‘데스크 분석’이 노정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꼭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무분석’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 촛불집회’가 주말마다 열렸던 지난 7,8월에 ‘촛불집회’나 국정원 의혹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 ‘데스크 분석’은 없었다. 여야 대치를 단순 공방 차원에서 다룬 것이 전부였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9일째 계속되고 있습니다…국회 밖의 목소리를 수렴해 원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정치권이 국회 밖에 나가있는 상황입니다…여당은 야당이 촛불의 추억에 사로잡혔다, 야당은 여당의 광장공포증이 재발했다 이렇게 서로 비난하는 형국입니다…생활고에 폭염까지 겹쳐 짜증스런 국민들에게는 시원한 정치도 청량제가 될 수 있습니다. 먼저 한발 물러서는 쪽이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그래서 나오고 있습니다. 데스크 분석이었습니다." (8/9 형식에 집착…대화 취지 무색)

"정치권의 공방전은 계절의 흐름과는 반대쪽으로 가고 있습니다…53년 전의 3.15 부정선거가 다시 등장하고 대선 불복 같은 험한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전월세 대책, 세제 개편안, 새 정부 첫 국정감사, 국정원 개혁 논의 등 할 일은 쌓여 있습니다…나라 밖 여건까지 감안하면 정치권이 다투고만 있을 시간은 없어 보입니다. 늘 민생이 최우선이라는 여야의 다짐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데스크 분석이었습니다." (8/23 “민생이 최우선”)

양비론을 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결국 장외에 나가 있는 야당이 장내로 들어와야 한다가 요지이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이라는 중요한 문제는 외면하면서 슬쩍 여당 편을 드는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이 밖에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사실관계 오류, 친일․독재 미화, 편향적 역사관 등이 논란이 된 시기에도 ‘역사교과서 왜곡’ 관련 데스크 분석은 한 건도 없었다. 최근 논란이 된 전교조 문제, 통합진보당 해산청구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분석이 필요해 보이는 사안들은 비켜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0월 21일부터 "젊은 뉴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가을 개편을 한 KBS <뉴스9>. KBS의 보도본부장이 천명했다는 "더 깊이 있고 분석적이고 입체화된 뉴스"는 과연 무엇일까. 보도본부장의 천명 이후 나온 ‘데스크 분석’은 다음과 같다. 

“…과거와 달리 지금 우리의 사회안전망은 많이 촘촘해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빈틈이 많아서 어렵고 소외된 이웃은 도처에 있습니다…여드레 후에는 광화문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됩니다. 이 눈금을 밀어 올릴 사랑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데스크 분석이었습니다.” (11/12 ‘소외된 이웃’에게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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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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