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 진중권 동양대 교수
주제 ①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 빌렘 플루서는 미디어로서 이미지의 가치를 강조한다.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에 대한 그의 사유를 담은 '그림의 혁명'. ⓒ 커뮤니케이션북스

미디어는 좁은 의미로 TV, 방송, 라디오, 잡지 등의 매체를 가리킨다. 그러나 캐나다의 문명비평가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넓은 의미의 미디어는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라고 정의했다. 동물은 땅을 팔 때 제 발로 파지만 인간은 도구를 이용한다. 맥루한의 말대로라면 이 도구 또한 미디어다. 도구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매개체인 것처럼 미디어는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이런 의미에서 체코 태생의 커뮤니케이션 철학자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는 ‘최초의 미디어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그는 선사시대와 역사시대, 그리고 현대의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변화를 설명하며 각 시대의 인간관을 분석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에서 빌렘 플루서가 제시한 ‘인간과 세계를 매개하는 미디어의 변화와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를 주제로 강의했다.

최초의 미디어는 이미지

“그 시대의 사람들은 세계를 그림으로 기록했습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f) 같은 구석기시대 여인상, 주로 짐승들이 그려진 알타미라, 라스코 동굴벽화 그리고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면 문자문화 이전에는 인간이 세계에 관한 정보를 이미지에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비너스는 해부학적으로 가슴과 엉덩이가 강조됐습니다. 출산∙육아∙생산을 위한 것입니다. 이걸 만듦으로써 애를 잘 낳고, 잘 기를 것이라는 바람이 반영됐습니다. 가상의 원인이 현실을 만든다는 사유방식, 원시시대의 상징형식을 주술적 상상력이라고 합니다. 주술은 소용이 없지만 효용은 있습니다. 어떤 주술은 나름대로 의미가 존재합니다. 금줄이 악귀를 쫓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실제로 금줄은 타인의 접근을 막아 감염 위험을 줄이고 태아를 보호하는 경험이 쌓인 지식입니다. 바이러스라는 개념이 없었을 때는 그런 형식을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주술들은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예술적 형식에 담아 그것을 저장하고 전달했다. 하지만 대부분 주술은 사용가치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다만 주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의 폭력 앞에서 공포감에 질려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복된 시행에도 불구하고 주술이 소용이 없다는 걸 언젠가는 깨닫습니다. 인간과 세계가 다시 끊어집니다. 가상과 실재를 구별하는 분별력을 갖게 된 시점에서 더 이상 이미지가 가진 주술성을 믿지 않게 됩니다. 이미지가 예술이 되면서 세계와 인간의 관계가 낯설어집니다. 그 때 등장하는 두 번째 매개체가 텍스트입니다."

의식을 재구조한 문자의 등장

문자를 이용해 인간은 세계를 기록하게 됐다. 진 교수는 “새로운 이미지의 등장은 과거의 생각이 매체만 바꿔서 나타난 것을 뜻하지 않는다”며 “미디어는 의식을 재구조한다”고 말했다. 문자의 등장은 다른 사고방식의 등장을 의미한다. 자연을 관찰해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고 그것을 법칙으로 확정하면서 자연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텍스트 문화는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이뤄집니다.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하나는 알파벳(alphabet)이고 하나는 넘버(number)입니다. 알파뉴메릭코드(alphanumeric code)라고 하는데 문자와 숫자 코드 두 가지 이질적인 결합으로 이뤄졌습니다.”

▲ 진 교수에 의하면 문자의 개발은 새로운 사고방식의 등장이다. ⓒ 박기석

한동안 철학자가 세계에 대해 설명하거나 해석할 권리를 갖고 있었다. 최초에는 과학이 없었고 모든 학문을 철학이라 불렀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는 자연과 사회의 거의 모든 현상에 대해 문자로 글을 썼다. 17세기경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권리가 인문학자에서 자연과학자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진 교수는 “칸트 같은 철학자가 태양계 행성에 관한 가설을 발표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 철학자가 천문학 가설을 발표하면 미쳤다는 소리 듣는다”며 “이는 권력이 넘어왔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수학화는 왜 중요할까? 사실상 인간이 알파벳으로 자연을 기록하는 한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기술적 관점이 극히 제한된다. 말로 건물을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연이 인간을 정복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자연을 수로 번역하는 것이다. 자연을 수학화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자연의 연속량을 1∙2∙3∙4∙5처럼 딱딱 끊어진 수로 어떻게 바꾸나 하는 것이다. 연속적인 자연(continuity)과 불연속적인 수(discontinuity)의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 모순을 해결할 방법이 17세기에 발명됩니다. 그 방법이 라이프니츠와 뉴튼이 발견한 미적분입니다. 영국과 독일의 전혀 다른 지역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적분이 발명됐다 하더라도 이것은 자연 정복의 이론적 가능성이지 아직은 실천적 가능성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실제 사용되는 수학적 문제들은 복잡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미사일의 궤적을 어떻게 구하겠습니까? 실질적 자연 정복의 이론적 가능성은 17세기에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자연정복의 이론적 가능성이 실천적 가능성으로 전환되려면 계산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계산기 시대가 등장합니다. 오늘날 기술은 과거 기술과 차원이 다릅니다.”

문자는 세계를 담는 모형

▲ 진중권 교수는 세계와 인간의 관계가 다시 끊어져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해석이 강조됐다고 말한다. ⓒ 이대용

세계와 인간의 관계가 다시 끊어진다. 이제 사람들이 텍스트를 믿지 않는다. 진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사람이 상당히 상대주의적이고 회의주의적이라서 팩트보다는 해석을 강조한다”며 “팩트라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팩트’(fact)의 어원은 라틴어 ‘팍툼’(factum)에서 왔다. ‘팍툼’은 ‘만들어진 것’(the made)이라는 과거분사 형태다. 팩트라는 것도 만들어 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들뢰즈, 데리다, 보드리야드, 푸코는 근대인식론적 낙관주의가 없고  회의적이다.

“옛날에는 책이 세계와 인간을 매개했습니다. 세계를 알고 싶으면 책을 읽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책을 읽어도 세계를 모릅니다. 책을 읽고 아는 것은 세계가 아니라 세계에 대한 해석을 아는 것입니다. 옛날엔 현대인의 심리를 알고 싶으면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라고 했지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알 수 있는 것은 현대인의 심리가 아니라 도스토예프스키의 심리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자연과학이 세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믿는다. 인문과학은 세계에 대한 해석이라고 보고 자연과학은 세계 그 자체라고 보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 진 교수는 이에 대해 “자연과학에 대한 근대 인식이 무너진 것은 ‘불확정성 원리’ 때문이다”이라고 말했다.

“‘라플라스의 악마’(Laplace’s demon)에 따르면 인간은 세계를 완전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산능력이 부족해 그렇게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가 있고 컴퓨터에 우주 모든 존재의 위치 값, 운동량만을 입력하면 세계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운동량을 측정하면 위치를 모르게 되고 측정하면서 상태가 바뀝니다. 인식론적 낙관주의가 무너졌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연과학자가 주는 세계의 모습을 ‘세계의 모상’(세계를 그대로 찍은)이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실제로 자연과학자가 우리에게 주는 것은 ‘세계의 모상’이 아니라 해석된 모습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세계상은 모상이 아니라 모형이다. 지금은 우리가 가진 기술과 관측 범위 내에서는 모형이 사용되지만 발전하면 폐기될 수 있다. 이 모형을 안다고 해서 세계 자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형은 굉장히 실제적인(practical)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가정하고 아직까지 쓰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과학도 그렇고 인문과학도 그렇고 ‘텍스트가 곧 세계다’라는 생각을 접어버리면서 세계와 인간은 다시 낯설어 진다.

텍스트의 죽음과 이미지의 재등장

오늘날 사람들은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활자를 소비하지 않는다. 책이나 신문을 읽는 일보다 텔레비전, 컴퓨터를 통해 이미지를 보는 데 더 열중한다. 이와 같은 활자매체의 죽음을 맨 처음 예견한 사람이 맥루한이다. 그는 1964년에 쓴 <미디어의 미래>에서 활자시대의 종말과 전자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 진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는 문자와 이미지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 박기석

디지털 시대를 연 컴퓨터도 개발 초기에는 텍스트의 요소를 강하게 갖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 컴퓨터 이용 방법이 변한 게 좋은 예다. 빌 게이츠가 ‘윈도우즈’를 개발하기 전에는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 수많은 명령어를 일일이 기억해야 했다. ‘도스’라는 컴퓨터 운영 체제가 문자를 매개로 작업을 수행했던 것이다. 그 당시 컴퓨터는 문자문화 도구였다. 그러나 운영 체제가 ‘윈도우즈’로 바뀌고 난 뒤 우리는 그림으로 된 명령어(아이콘)을 마우스로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예전에 PC통신을 할 때는 아주 긴 글을 자세히도 썼습니다. 그러면 댓글도 성심성의껏 달았습니다. 요즘은 어떻게 바뀌었죠? 동호회 게시판에 긴 글을 쓴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러면 세 가지 반응이 나타납니다. 첫째 스크롤 압박, 둘째 ‘누가 세 줄로 요약해 주세요’, 셋째 ‘참 좋은 글입니다’,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이는 의사소통의 형식이 이미지 중심으로 변했고 글은 부차적 요소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신문은 텍스트문화의 총화입니다. 요즘 신문업계가 힘들다고 하는데 이는 (활자시대가 끝났다는 점에서) 당연합니다. 신문회사들이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하는 것은 이미지 중심의 문화에 적응하려는 시도입니다.”

선사시대에서 역사시대로 그리고 현재의 디지털 시대까지 미디어는 이미지에서 텍스트로 다시 이미지로 변해왔다.

인간이 세계를 창조하는 시대로

근대철학에서는 세계를 객체(object), 세계를 인식하는 인간을 주체(subject)라고 불렀다. 곧, 모든 근대철학의 패러다임은 주객관계가 기본틀이었던 셈이다. 인간 개인의 주관을 강조하는 주관주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객관주의, 그리고 실재론이나 관념론 모두 주체와 객체를 나누고 그 관계를 설명한다.

“객관적이라는 말은 인간이 손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세계가 객체(객관적인 대상)였죠. 세계는 인간에게 주어졌다는 의미에서 ‘다툼’(Datum: 라틴어로 ‘주다’라는 뜻· the given)이라고 불렀습니다. 인간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없었으니까요. 동시에 객체를 인식하는 인간은 주체가 됩니다. 그런데 적어도 청동기시대 이후부터 인간은 자연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킵니다. 예를 들면 4대강 사업도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일이죠. 이제 인간은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는 ‘팍툼’(Factum: 라틴어로 ‘만들다’· the made)으로 바뀌었습니다.”

플루서는 디지털 시대에는 더 이상 인간과 세계의 주객관계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세계는 인공적인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더 이상 세계는 인간에게 주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은 세계를 바꾸고 변형시킵니다. 여기서 세계가 객체라는 의미는 사라집니다. 객체의 개념이 없어지면 동시에 객체를 인식하는 주체도 의미를 잃게 됩니다.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주객관계로 바라보던 패러다임이 무너지게 되는 거죠.”

포스트-히스토리 이전에는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능력이 중요했다. 세계를 바꾸는 방식이 이미 존재하는 것을 변형시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시대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던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경지에 도달했다. 1996년 영국에서 양을 복제한 뒤 현재는 토감(토마토와 감자의 합성식물), 무추(무와 배추의 합성식물) 등 지금까지 없던 합성생물을 만들게 됐다.

▲ 진 교수의 강의를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 박기석

인간은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던 DNA를 창조해낸다. 디지털시대 인간은 생명창조의 근처에까지 와있는 것이다. 더 이상 인간은 주체가 아니다. 자기 상상을 앞으로(pro) 던져(ject) 실현해나가는 존재, 즉 기획자(projector)다. 근대시대에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게 중요했다면 디지털시대에는 인간에게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앞에서 설명했던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텍스트가 생기기 이전에 이미지를 매개로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했습니다. 이때 인간은 주술적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죠. 문자가 생기고 나서 사람들은 문자를 매개로 한 기술적 이성을 중시하게 됩니다. 문자문화의 도래죠. 그런데 디지털시대에 더 이상 텍스트는 세계를 설명할 수 없게 되고 인간은 다시 이미지를 미디어로 택하게 됩니다. 문자문화가 퇴조하면서 기술적 이성은 힘을 잃었지만 여전히 어느 정도는 세계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미지를 매개로 한 상상력이 기술적 이성을 만나게 된 이 시대는 기술적 상상력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주술적 상상력과 달리 상상 속 세계를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진 교수는 소니(SONY)가 개발한 워크맨을 기술적 상상력의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어디서나 원하는 음악을 듣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당시 음반시장의 주류는 LP레코드로, LP판을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은 워낙 커 휴대할 수 없었다. 이런 고정관념 때문에 1979년 소니가 워크맨을 출시한 첫 달 워크맨은 3천대 정도의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런데 점점 워크맨을 휴대하며 길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기술자들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 사람들은 이에 적응해 그 세계를 살아가는 셈이다. 요즘 우리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길거리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기술적 상상력은 그만큼 큰 영향력을 갖는다. 디지털 시대에 중요한 것은 기술력보다 그 기술을 꿈꾸는 상상력이다.

기술 경쟁에서 상상력 경쟁으로

몇 해 전부터 중국의 과학기술이 한국 산업계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삼성전자가 6개월만 가만히 있으면 중국 회사가 똑같은 제품을 반값에 출시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의 분발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는 디지털시대의 경쟁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디지털시대의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기획하는 존재입니다. 그들에게 경쟁은 상상력 경쟁입니다.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삼성은 계속 기술력을 높이지만 그렇다고 경쟁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한편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경쟁 없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 애플 경우가 그렇습니다. 애플은 디자인을 꾸미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예술가로 불리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사업가일 뿐입니다.”

▲ 디지털 시대는 기술적 상상력의 시대라고 말하는 진 교수. ⓒ 이대용

진 교수의 말처럼 잡스는 IT 업계의 창조주라 불린다. 반면 삼성전자는 ‘카피캣’(copycat: 모방꾼)의 오명을 뒤집어썼다. 둘 차이는 기술적 상상력의 존재 여부였다. 그렇다면 기술적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디지털 이미지는 문자문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소프트웨어가 프로그래밍돼 있는 것처럼요. 프로그램은 알파벳과 숫자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이미지는 문자로 돼 있는 그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이미지를 해석하려 해도 남이 만든 이미지 밑에 깔려 있는 텍스트를 읽어내야 합니다. 누군가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책을 안 읽어서 사랑스럽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문자문화시대가 지났다는 것을 함의하는 말인데 이는 틀린 말이죠. 텍스트를 무시하고 이미지에만 몰두한다면 포스트-히스토리의 인간이 아니라 프리히스토리의 인간이 됩니다. 기획에서 중요한 것은 한 마디로 문자를 가지고 이미지를 그리는 능력입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인문교양특강I>은 정희진, 진중권, 안광복, 주일우, 천정환, 이상수, 이택광 선생님이 강연을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의를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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