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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기술일까 예술일까
[단비발언대] 장경혜 기자
2013년 09월 09일 (월) 13:56:51 장경혜 기자 jang_gaeng@hotmail.com

 

 
▲ 장경혜 기자

같은 영국 사람이지만 가는 길이 전혀 다른 두 요리사가 있다. 먼저 제이미 올리버. 그는 앞치마도 계량 도구도 사용하지 않는다. 혀가 짧고 말은 빨라 늘 침이 튄다. 조리기구를 드럼스틱처럼 두들기느라 재료를 흘리는 모습이 꼭 옆집 오빠 같다. 올리버 쇼의 특징은 요리 보조로 등장하는 이들이 전문 조리사가 아닌 올리버 자신의 지인들이라는 점이다. 느닷없이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심지어 처제까지 나와 재료를 다듬는다. 한 명이 아닌 ‘다수’를 향하는 그의 요리철학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그는 최고급 오리 간 조리법 대신 30분 내에 여럿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닭 조리법을 알려준다. 화려하거나 앞서 나가는 식단은 아닐지라도 ‘나눔’이 전제된 소박하고 정감 가는 식탁이 내세울 만한 게 없는 영국요리의 명예를 높였다. 그는 채 서른이 되기 전에 영국 왕실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다음은 고든 램지. 그 역시 영국 왕실에서 훈장을 준 저명한 요리사다. 그의 별명은 ‘데빌(악마)’. ‘옆집 오빠’ 올리버와는 전혀 다르다. 주방의 ‘무능’과 ‘게으름’을 증오하는 프로정신이 독설을 키웠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이를 재빠르게 간파한 미디어였다. 자극을 재빠르게 시청률로 연계시킨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는 1등 요리사를 뽑는 심사위원을 맡아 무자비한 인신공격을 해댔다.

램지의 독설은 영국 왕실에서도 유효했다. 훈장 수여로 왕실을 방문했을 때 그는 왕실 요리사에게 대접받은 요리를 ‘선사시대 음식’이라고 혹평했다. 전통의 궁중요리까지 비난하는 권위는 ‘별’에서 나온다. 램지의 식당은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자그마치 별을 13개나 따냈다.

   
▲ 헬스키친(Hell's Kitchen)에 출연한 고든 램지(위)와 푸드레볼루션(Food Revolution)에 출연한 제이미 올리버(아래). ⓒ 폭스(Fox)채널·에이비씨(ABC)채널 화면갈무리

미학적으로 평가하자면 램지는 ‘기술자’, 올리버는 ‘예술가’에 가깝다. 램지는 정형화한 고급 메뉴를 지향한다. 일정한 코스는 다른 레스토랑의 그것과 유사하며 맛과 모양 역시 수렴하는 특정 양식이 있다. 조리법은 철저히 계량화했고 완성품을 향유하는 소수 계층의 장벽은 높다. 그는 정해진 캐넌(비례법)에 수치를 입력해 조각상을 만들었던 이집트 장인의 모습을 닮았다. 장인들의 작품이 단 한 명의 파라오를 향했던 것처럼 램지의 요리는 그것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단 한 사람을 향한다.

반면 올리버는 좀 더 유연했던 그리스의 예술가를 닮았다. 그의 음식 또한 햄버거나 파스타 같은 형식적 캐넌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한정적 역할만 할 뿐이다. 그리스 장인들은 캐넌으로 일일이 규정할 수 없었던 자세와 각도, 표정 등을 자의적으로 구상해 창작에 개성을 더했다. 올리버 역시 그때 그때 생산되는 제철 재료와 계량을 최소화한 레시피로 요리에 자신만의 개성을 입혀 나간다. 재료를 다듬는 도마를 음식을 담은 식기로 바꿔버린 그의 완성품은 어딘가 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살아있다. 그리스 조각상이 마치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처럼 생동감을 지니듯 그의 음식은 차오르는 생명과 영양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반면 램지의 음식은 죽어있다. 아름답고 흠결이 없지만 모형 같다. 몰개성으로 완성된 조형물과 유사하다. 올리버가 그리스의 자유분방한 예술가라면, 램지는 이집트 문화를 일구어낸 익명의 기술자들에 더 가까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리버가 영국 왕실 요리를 접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마 램지처럼 고기의 질긴 정도를 섬세하게 측정하는 게 아니라 왕실 조리법의 대중화를 고민했을 것이다. ‘30분만에 궁중요리 만들기’를 주제 삼아 대중들이 왕실 요리를 싸고 신선한 재료로 뚝딱뚝딱 만들어낼 수 있도록 조리법을 개발했을 것이다. 올리버가 향한 계급은 대중이었다. 반면 램지의 눈은 고급 취향을 가진 소수를 향했다. 램지의 요리가 한 사람을 위해 양식과 규격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렸다면 올리버는 그것을 끌어 내리고 여러 사람을 위해 파이를 나눴다.

부르디외는 개인이 보유한 ‘미적 취향’이 그에 걸맞은 실천과 상품으로 인도한다고 지적했다. 즉 익숙한 상품을 소비해서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것은 생활양식을 세상에 계속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부르디외는 개인의 ‘미적 취향’을 ‘구조화한 구조’이면서 동시에 ‘구조화하는 구조’라고 정의했다. 올리버가 ‘구조화하는 구조’는 문화의 향유가 저렴하며 대상이 다수를 향하는 ‘대중문화’ 형성과 유사하다. 그의 요리에는 장막과 경계가 없다. 그의 처제처럼, 우리도 그와 함께 요리할 수 있다. 그는 요리사의 권위를 해체해서 궁극적으로 ‘구별짓기’를 희석한다.

반면 램지가 재생산하는 미적 구조는 ‘미적 불관용’의 폭력을 가한다. 정통 문화를 소유한다고 자부하는 그는 자신의 양식만이 진정한 가치가 있으며 다른 양식은 가치가 없거나 열등하다고 평가한다. 각종 서바이벌·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그의 독설과 왕실 요리사의 개성마저 무시하는, 그가 재구조화할 삶의 양식은 늘 소수를 향할 것이다.

올리버는 불우한 가정의 아이들을 전문 요리사로 교육시킨 뒤 자신의 식당에 취업시키는 사회활동을 해왔다. 패스트푸드로 가득한 영국 급식 식단을 건강한 음식으로 개혁하는 운동도 한다. 그의 역할은 요리사를 넘어서서 사회 활동가로 나아간다.

램지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2명의 자살자를 배출하는 비극을 낳았다. 모두 그의 독설을 뒤집어쓴 이들이다. 그가 총괄했던 레스토랑에서는 아시아 조리사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었고 그가 운영하는 일부 식당은 파산 위기에 몰려있다. 그는 지금 거액의 탈세 혐의까지 받고 있다. 

미디어가 키운 두 요리사의 엇갈린 행보가 씁쓸하다. 올리버는 요리를 민주화했지만 램지는 권위화했다. 해답은 공감에 있었는데 램지는 누구 손도 잡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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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혜 기자]
단비뉴스 편집부 & 지역농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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