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⑧ 7장: 공공 포럼으로서의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➀ 서문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② 1장: 저널리즘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③ 2장: 진실; 첫 번째 그리고 가장 혼란스러운 원칙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④ 3장: 기자는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⑤ 4장: 사실 확인의 저널리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⑥ 5장: 기자의 독립성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⑦ 6장: 권력을 감시하고 목소리 없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제공하라

한때 디지털 기술은 민주주의의 충직한 아군처럼 보였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기술이 공공의 문제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확장하면서, 민주주의가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리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기술이 민주주의를 배반했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기술이 편향적이고 오염된 정보의 광범위한 확산을 도운 결과, 여론이 극단으로 치닫고, 시민은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 기업의 수동적 존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실을 검증하고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는 언론의 책무는 뒤로 밀려났다. 저자들은 책 <저널리즘의 기본원칙> 7장 ‘공공 포럼으로서의 저널리즘’에서 언론이 새로운 공론장을 재탄생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며,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공론장을 오염시켜 온 언론

인쇄 기술이 나오기 전, 정보와 의견의 교류는 대개 선술집에서 이뤄졌다. 시민은 술잔을 부딪으며 정보를 공유하고, 공적인 주제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신문 등장 이후,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는 공적 토론은 신문의 의견, 칼럼, 사설로 이어졌다. 시민은 신문사에 글을 투고하거나 편집자에게 편지를 쓰는 식으로 공적 논의에 참여했다. 신문사는 카페와 살롱처럼 시민이 모여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편집국 인근에 마련하기도 했다. 이렇게 언론은 오랫동안 시민을 위한 공론장을 만드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아왔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매체 규제가 완화되며, 언론이 ‘주장 문화’의 물결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주장으로 채워진 정치 토론쇼가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쏟아졌다. 공공의 문제를 다뤄야 하는 정치 토론 프로그램이 정쟁의 경연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언론은 수익 극대화를 우선시했고, 사실 검증의 노력을 뒷전으로 미뤘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대답 문화’가 새로운 주류를 형성했다. 방송 진행자는 전체 시민이 아닌 특정 성향의 시청자에게 충성하며, 시청자가 듣고 싶어 할 만한 대답을 패널에게 이끌어냈다. 주장 문화에서는 최소한 두 개의 상반된 입장이라도 볼 수 있었지만, 대답 문화에서는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다뤄졌다.

2010년대부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하면서 공론장은 더 붕괴했다. 플랫폼 기업은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람들을 비슷한 성향끼리 묶는다. 알고리즘은 개개인의 관심사를 고려해서, 그들이 선호할 만한 사실과 의견을 제한적으로 제공한다. 사람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상호작용 해 나가다 보니, 개인의 고정관념은 더 강화됐고, 사회는 더 작은 조각으로 쪼개졌다.

저널리즘의 일곱 번째 의무는 ‘공공 포럼’을 제공하는 것이다. 출처 언스플래시
저널리즘의 일곱 번째 의무는 ‘공공 포럼’을 제공하는 것이다. 출처 언스플래시

언론이 공론장의 중재자 역할 해야

공론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민주주의도 위험하다.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타협을 토대로 하는데, 공론장이 무너지면 타협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언론은 공론장을 되살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들은 공론장에 나온 주장 중 정파적인 선전·선동과 상업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한 거짓말을 가려낼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말한다. 언론은 공론장의 수많은 정보 가운데 거짓과 과장을 솎아낼 능력과 책임이 있는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인터넷이 자정 능력이 있으므로, 언론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에 ‘주장의 자유 시장’이 열리면, 서로 간의 경쟁을 통해 바람직한 주장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된 정보의 확산 속도는 그것을 바로잡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또 온라인에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여론을 흔들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강자도 있다. 공론장이 풍요로워질수록, 사실을 검증하는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으면, 디지털 시대의 공론장은 잘못된 사실 위에서 각자의 주장만 강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저자들은 텔레비전의 정치 토론쇼가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치중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자극적인 주장은 토론을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중간 지대에 있는 수많은 사람의 존재를 배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공론장은 반드시 공동체의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무가내에 가까운 토론만이 기승을 부리기 마련이며, 시민을 위한 타협점을 찾는 길은 요원해진다.

디지털 공론장 시도하는 지역 언론

저자들은 디지털 공론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역 언론 모델을 소개한다. 미국 뉴햄프셔주의 <라코니아 데일리 선>은 독자가 더 사려 깊은 주장을 펼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위스콘신주의 <밀워키 저널 센티넬>은 지역 사회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다루는 글을 집중적으로 게재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에 해당하는 이 기획은 시민이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시민의 참여가 더 많은 기사로 이어졌다.

와글와글 토론합시다

강민정 기자 그동안 소셜미디어가 공론장을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에서는 오히려 소셜미디어가 공론장을 좁혔다고 말한다.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지 궁금하다.

조승연 기자 소셜미디어가 공론장을 좁혔다는 건, 사람들 사이에 공유되는 관점의 다양성이 줄어든 것을 지적한 것 같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이 공론에 참여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양극단으로 쏠리는 탓에, 의견의 스펙트럼은 전보다 좁아진 것 같다.

문준영 PD 디지털 시대에 ‘필터 버블’ 현상이 강화되는 건 플랫폼의 책임뿐만 아니라, 사람의 본성 탓도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자기 생각에 맞는 정보를 선호한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준수하는 정치 토론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해서, 인간의 편향적인 본성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조재호 기자 공공 포럼을 제공하는 게 언론의 책임이라는 점이 생소하다. 언론은 진실을 다루는 기관이고, 포럼은 의견을 나누는 곳이다. 언론과 포럼의 역할은 상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콕 찍어 곱씹어 봅시다

안수찬 교수 먼저 인간의 본성 이야기를 하자. 아이들은 원래 채소를 안 먹는다. 부모의 훈육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채소를 먹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성은 교육과 훈련으로 변할 수 있다. 인간의 문명도 그렇게 발전해 왔다. 디지털 환경에서 시민이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정보만 편식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당연하지 않다. 언론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해야 한다.

공공 포럼을 제공할 책임이 사실과 진실을 보도하는 책무와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그 주체를 구분하면 된다. 기자는 사실과 진실을 보도한다. 제 의견을 앞세우지 않는다. 다만, 사실과 진실에 관한 당사자, 관련자, 시민의 주장과 의견을 기사에 잘 담는다. 한편, 기자가 소속한 언론은 지면이나 전파를 통해 여러 주장과 의견을 골고루 담아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광장’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전담하는 편집자, 그리고 논설위원을 둔다. 다만, 지면과 전파에서 다룬 의견과 주장이 기자의 사실 보도를 왜곡하지 않도록, 두 조직을 분리한다. 즉, 편집국과 논설위원실을 조직 체계에서 분리하고, 각 조직이 책임지는 지면이나 프로그램도 분리한다.

살짝 예습합시다

다음 기사에서는 이 책의 8장 <기사 흡인력과 독자 관련성>을 다룬다. 아무리 좋은 기사여도, 독자가 읽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기자가 어떻게 기사의 흡인력을 높일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저널리즘 책을 읽는 이들의 모임(이하 저책이책)’은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독서 동아리다. 저널리스트가 쓴 책, 저널리즘에 관한 책 등을 다양하게 읽는다. 그동안 매달 한 권을 함께 읽어 왔는데, 2023년 가을에는 평소와 다른 공부를 했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7차례에 걸쳐, <저널리즘 기본원칙> 개정 4판을 강독했다. 회원들은 매달 한 번 모여, 2~3개 장을 발제하고 토론했다. 각 장이 마무리될 때마다 동아리를 지도하는 안수찬 교수가 보완 설명했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이 쓴 이 책은 2001년 초판 발행 이후, 2007년 2판, 2014년 3판, 2021년 4판을 거치면서 줄곧 보완됐다. 책을 옮긴 이재경 전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 언론계에서 100여 년에 걸쳐 실천을 통해 만들어진 저널리즘의 원칙을 정리했다’고 이 책을 소개했다. 함께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그 내용을 <단비뉴스> 독자에게 전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토론과 보완 설명 가운데 중요한 대목을 발췌하여 소개한다. 서문을 포함해 본문 11장을 모두 12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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