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시립미술관’ 둘러싼 갈등과 논란

[앵커]
지역 공공미술관은 지역민에게는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게 해주고, 지역 작가들에게는 전시 공간을 제공해 지역 미술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충북 제천시도 시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는데, 여러 가지 갈등과 논란 속에 지난해 연말 문화체육부가 실시한 설립 타당성 평가에서 탈락했습니다.

제천시는 재도전 계획을 밝혔는데, 그동안 걸림돌이 됐던 문제들은 해결이 될 수 있을까요?

이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북 제천시는 지난해 4월부터 제천시립미술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지상 4층, 연면적 1446제곱미터(㎡) 규모인 구 노인종합복지관을 리모델링해 세계적인 닥종이 예술가 김영희 작가의 작품을 테마로 도심 활성화에 주력한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문화체육부가 실시한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라는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립미술관을 설립하려면 미술관 설립과 운영 계획을 수립해 문체부로부터 타당성에 관한 사전평가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전평가는 예비평가와 세 단계의 본 평가를 거쳐 최종심사를 하게 되는데, 제천시립미술관은 최종심사 후 지원 부적정 판정을 받으며 탈락했습니다.

문체부는 제천시에 시민과의 갈등, 리모델링해 사용하겠다는 미술관 건물의 적합성, 관장 자격 문제, 그리고 소장품 확보 문제 등을 사전평가 탈락 사유로 통보했습니다.

문체부 담당자는 주민 25%가 시립미술관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천시가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설립 추진 단계부터 지역 사회에서 갈등이 빚어지는 인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제천시는 올해 설립타당성 평가에 다시 도전할 계획입니다.

닥종이 특화 미술관으로 전국에서 관람객을 유치하려는 원래 계획을 유지하면서, 그로부터 파생되는 현대 미술품을 전시해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지역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김상범 / 제천시 문화예술과 주무관] 
닥종이 미술관으로 특화된 미술관은 저희가 유지를 하지만 그래도 지역 작가들을 위한 공간계획이나 향후의 전시계획,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들은 조금 더 보완을 하고 다시 또 계획을 세워야 될 내용입니다.

하지만 특정 작가 중심의 미술관을 만든다는 계획에는 여전히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미술평론가인 김성호 전 여주미술관 관장은 공립미술관을 개인미술관 성향으로 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이 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설립 타당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립미술관의 기본 역할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찬동 / 수원시미술관 사업소장] 
시립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시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일단 기본적으로 소장이 돼야 되고, 지역 기반과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일단 주가 되고, 비중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이루어져야 되는 게 기본이에요.

옛 노인종합복지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미술관 건물로 쓰는 것이 적정한지도 여전히 논란입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작품을 보관하는 수장고 크기가 너무 좁아서 지속적으로 작품을 수집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이종원 / 한국미술협회 제천지부 위원장] 
작품을 그냥 빼곡빼곡 쌓아놓는 게 아니라 그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그 공간이 나름 확보돼 있어야 되는데 시립미술관 현재 계획하에 있는 수장고 면적은 전체 면적에 비해서 너무나 협소하다. 쉽게 얘기하면 창고 수준이다. 

제천시가 시립미술관 건립에 성공하려면, 지난 연말 지적된 여러 문제들에 관한 설득력 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해 보입니다.

단비뉴스 이정민입니다.

(편집: 이정민 기자 / 촬영: 나종인 PD, 이정민 기자 / 그래픽: 이정민 기자 / 앵커: 김계범 기자)


편집: 이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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