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5명 중 1명 이동 약자… 장벽은 여전

[리포트]

배리어프리. ‘장벽 없는 건축 설계’라는 뜻입니다.

고령자나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의 이동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입니다.

1974년 UN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등장한 뒤 세계적인 추세가 됐습니다. 

건물 입구에 설치된 경사로,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경사판이 설치된 저상버스가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지금 서 있는 제천시의 배리어프리 현주소는 과연 어디쯤일까요?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공시설, 시립도서관입니다.

그런데 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좁고 경사진 데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점자 보도블록도 사라집니다.

보행을 가로막는 쓰레기와 턱도 보입니다.

제천 시립도서관으로 가는 길 앞입니다.

여기 보시면 쓰레기 불법투기가 금지된 구역이지만, 좁은 인도에 쓰레기가 방치돼 있습니다.

가는 길에는 이렇게 분리수거함이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휠체어가 지나다니기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고속버스터미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경사로 앞을 주차금지 팻말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휠체어 통과할 수 있음’이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휠체어를 타고 탑승 가능한 버스는 없습니다.

[제천 고속버스터미널 직원]
“터미널 직원 분들이 휠체어를 접어서 (버스에) 넣어두시고 손님만 모시고 올라가는 쪽으로…”

제천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장애인단체의 오랜 요구로 지체장애인이 휠체어에 탄 채 이용할 수 있는 고속버스가 지난 2019년 국내에도 도입됐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서울-당진 구간에서만 운영되고 있을 뿐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고속버스 탑승이 사실상 어려운 겁니다.

지체장애인 이연태 씨는 사소해 보이는 변화가 장애인의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연태 / 지체장애인]
“예를 들어서 건물이 전부 다 계단이면 제가 못 다녔어요. 그런데 지금 경사로가 있기 때문에 다니는 거예요. (경사로 같은) 그 시설을 이용해서 제가 새로운 삶을 살잖아요. 사람 인생이 바뀌는 거예요.”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제천시는 지난 2019년, 충북 지역에서 최초로 바닥신호등을 설치했습니다.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건데, 시각장애인의 독립 보행에도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실질적인 수요를 반영해, 장벽 없는 설계를 점차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법래 / 세명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장애라고 하는 것이 어떤 행정적으로 규정된 그런 것이 아니고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그 스펙트럼 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항상 문제는 새롭게 발생할 수 있거든요.”

현재 제천시의 인구는 13만 2천여 명. 

그 가운데 등록장애인의 인구 비율은 약 7%로, 전국 평균 5%보다 높습니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도 전체의 약 20%니까, 제천시 인구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이동 약자인 겁니다.

앞으로도 이들이 이동할 때 마주쳐야 하는 장벽을 허물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비뉴스 이현이입니다. 

(편집: 이현이 기자 / 촬영: 이현이 유제니 박성동 기자)


편집: 김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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