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23만 구독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

우리나라 인구 절반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만 13세 이상 인구 중 지난 1년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45.6%에 불과하다. 2011년의 61.8%에 비해 크게 줄었는데, 이는 영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유튜브(Youtube)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유튜브가 사람들을 책으로 이끌기도 한다. 10일 기준 23만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겨울서점>의 김겨울(30) 씨도 그런 역할을 하는 유튜버 중 하나다. 책을 소개하는 유튜버, 즉 북튜버 중에서 1세대로 꼽히는 김 작가는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서 관련 물건 리뷰, 책장에 꽂혀있는 책 분석, 저자와의 대화 등 다채로운 영상을 보여준다.

그는 <MBC FM>에서 2019년 10월부터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를 진행하는 디제이(DJ)이고, 2015년 디지털 싱글 <사랑하긴 했나요>로 데뷔한 싱어송라이터(작곡가 겸 가수)이기도 하다. 또 <독서의 기쁨>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책의 말들> 등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에는 <아무튼, 피아노>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서울 중구 인현동의 한 회의실에서 그를 만나고 지난 7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했다. 

싱어송라이터 겸 작가가 유튜브를 하는 까닭은 

▲ 2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김겨울 작가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서정민

“단순하게 시작했어요. 원래 제가 유튜브 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마포FM>에서 라디오 진행을 했었는데 프로그램 제작을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에 대해서 방송을 좀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 책을 좋아하니까 책에 대한 걸 좀 해볼까’라는 생각을 했고, ‘유튜브에서 해보지 뭐’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하게 됐죠.”

2017년 1월 11일, <겨울서점> 채널에 첫 영상이 올라왔다. “겨울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김겨울입니다”로 시작된다. 영상의 배경에는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이 있다. 김 작가가 가족과 함께 사는 집의 책방이다. 세로만으로는 부족해 가로로도 책이 누워있는 책장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차분하고 정갈한 목소리와 말투가 그의 이름인 ‘겨울’과 잘 어울렸다.

김겨울이라는 이름은 예명이다. 본명은 밝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던 시절부터 겨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어릴 때부터 겨울을 좋아해서 선택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겨울이라는 계절 자체가 양쪽의 느낌이 다 있다”며 “춥고 차갑기도 한데 또 따뜻한 느낌이 있다는 사실이 좋다”고 말했다. 

심리학, 철학, 공상과학소설 등 다채로운 책 소개

▲ 유튜브 <겨울서점> 채널의 다양한 영상들. ⓒ 겨울서점

김 씨는 관심의 폭이 넓다.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이중 전공한 그는 심리학과 철학 관련 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재생목록 ‘주인장의 책장’에는 심리학 전공 서적에 관한 영상부터 만화로 배우는 철학책인 <어메이징 필로소피>까지 그의 관심사를 다양하게 담아낸 영상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 등 과학책이 등장하기도 한다. 공상과학소설(SF) 작가 김초엽을 다루고, 1400페이지에 달하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600페이지에 달하는 <휴먼카인드>를 한 영상에 담기도 한다.

그의 채널은 <겨울서점> 외에 ‘윈터 김'(Winter Kim)과 ‘윈터 레코드'(Winter Records)도 있다. 2011년 7월 개설돼 현재 1700여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는 ‘Winter Kim’에는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던 과거에 커버(남의 노래 부르기)했던 영상들이 담겨있다. 

“1집 ‘겨울소리’ 미니앨범을 만들면서 매주 유튜브 영상을 올리고 책 <독서의 기쁨>을 쓰는 작업을 동시에 했죠. 힘들어서 당분간은 음악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클래식 피아노로 가 있습니다.”

피아노는 그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2018년 7월에 개설돼 현재 1만 3000여 명의 구독자가 있는 <Winter Records> 채널은 클래식 피아노 연습 과정을 담기 위해 만들었다. 이 채널에서 김 씨는 피아노 연습뿐 아니라 독일어 학습지를 공부하는 영상이나 가수 태민의 '어드바이스'(advice) 안무 커버 영상 등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독학으로 배운 영상 편집, ‘재미있어서 버틴’ 작업

▲ 쇼팽의 스케르초 2번을 연습하는 김겨울의 영상. ⓒ <Winter Records겨울레코드> 갈무리

좋아서 시작한 유튜브였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을 자발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1인 동영상 창작자는 혼자 촬영 장비를 설치하고 혼자 말하고 혼자 편집하고 혼자 채널을 관리해야 한다. 생각보다 훨씬 품이 많이 든다. 김 작가는 독학으로 영상 편집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책을 사거나 하지도 않았고 그냥 이것저것 눌러보고, 모르는 건 검색해가면서 몸으로 부딪쳐 배웠다”며 “편집을 할 때는 한편 당 3~4일 정도 걸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당연히 구독자 0명에서 시작을 한 거니까 지치긴 했지만 (영상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밌어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편집할 때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를 계속 보고 들어야 하는 게 이상했지만, 완성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일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한다. 

“유튜브 채널을 구독자수 10만 명, 20만 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가 없었어요. 빨리 몇 명이 돼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없었고, 영상 하나하나 재밌게 만들어서 올린 다음에 어떻게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겠지 생각했어요. 목표 인원수가 없었기 때문에 매번 올리는 것 자체로 제가 만족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구독자 수가 느는 정확한 계기는 잘 모르겠지만 만 명이 되는 데 1년 정도 걸렸고, 2만 명이 되는 데에 한 달 걸리더라고요.”

조회수 65만의 최고 인기 영상은 ‘발음 팁’

지난 5년 간 <겨울서점> 채널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영상은 조회수 65만 회의 ‘내 말을 상대방의 귀에 꽂는 발음 팁’이다. 2018년 2월에 올렸다.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단련된 말하기와 책 소개를 할 때의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음색 깡패’라는 별명을 가진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렸다. 2위는 지난해 4월에 올려 64만 조회를 기록한 ‘어린 왕자 경상도 버전 낭독 배우기’ 편이다. 2020년 10월에 출판된 <애린왕자>는 어린 왕자를 경상도 사투리로 재해석한 책이다. 김 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기형 배우에게 <애린왕자> 낭독을 배우는 영상을 올렸는데, ‘부모님, 조부모님 생각이 나서 너무 재밌었다’ ‘책 낭독이 이렇게 재밌는 건 처음이다’ 등 댓글이 1300여 개나 달렸다.

▲ 인터뷰 도중 다양한 표정을 짓는 김겨울 작가. ⓒ 서정민

영향력 커지면서 ‘정확한 전달’에 고심

<겨울서점>은 <책 읽기 좋은 날>(구독자 50.5만 명) <책한민국>(30.1만 명) 등에 이어 상위권에 속하는 북튜브 채널이다. 유명한 북튜버가 책을 추천하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경우도 있어서 출판업계, 언론계 등의 협업 요청을 받기도 한다. 전자도서 업체 리디북스, 가수 장기하, 가수 요조, 유튜버 천재이승국,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유키 쿠라모토 등과 협업을 했다. 겨울서점 채널의 구독자가 늘면서 김 작가의 고민도 커졌다.

“초기에는 그냥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거에 방점이 찍혀 있었는데, 채널이 덩치가 커지면서 고려해야 될 게 많이 생겼죠. 숫자를 틀린다거나 사실관계를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회적으로 하나의 미디어로서 책임이 있는 거니까요. 아무리 유튜브가 기업이라고 말하고 채널이 개인 거라고 얘기해도 미디어는 미디어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어요.”

그는 지난해 7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아무튼, 피아노> 원고 작업을 위해 유튜브를 휴방했는데, ‘언제 돌아오느냐’는 댓글들이 달린 것을 보며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냥 내 자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MBC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첫 녹음날의 모습을 담은 겨울서점 영상 갈무리. ⓒ 김겨울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서 세계의 넓음을 기뻐하는 사람

“원래 삶에는 의미가 없는 거고, 본인이 그걸 의미 있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든지 아니면 의미가 없다는 걸 받아들이고 재미있게 살다 죽든지 이런 거죠.”

김 작가는 ‘자연인’ 김겨울과 ‘유튜버’ 김겨울, ‘작가’ 김겨울의 영역을 구분 지으려 애쓴다고 말했다. 유튜버 김겨울로서 사람들에게 보이는 게 자신의 100%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악플(악성댓글)이 달려도 이렇게 선을 그어두면 좀 덜 힘들다고 말했다. 

북튜버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김 작가는 자신을 ‘이방인’이라고 정의했다. 유튜버, 싱어송라이터, DJ, 작가 등 많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하나로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사람. 지난해 2월에 나온 책 <책의 말들> 소개 글에 쓰인 것처럼 ‘글과 음악 사이, 과학과 인문학 사이, 유튜브와 책 사이에 서서 세계의 넓음을 기뻐하는 사람’이라는 설명이 어울린다. 

“저는 제가 항상 경계에 있다고 느껴요. 그러니까 어느 것 하나에도 완벽하게 속해 있다고 느껴지지가 않아요. 항상 그 양쪽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여기서는 저걸 얘기하고 저기서는 이걸 얘기하는 존재라고 항상 느끼거든요. 그것이 때로는 외롭게 느껴지거나 내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느끼고요. 거기서 오는 풍요로움이 저에게 있다고 느낍니다. 저는 계속 그런 사람으로 살게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김 작가는 유튜버로서 ‘최종목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왜 목표를 궁금해 하는지 모르겠다”며 “인생의 최종목표는 피아노 잘 치고 책 많이 읽은 할머니 되는 거, 뭐 이 정도”라며 웃었다. 


편집: 박성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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