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위로의 노래’ 부르는 싱어송라이터 구만

“음악 듣는 게 좋아서, 낙서하는 게 참 좋아서, 쟨 공부가 제일 쉬워서, 그냥 다 좋아서 하던 일이었어.”

2019년 6월 발표된 가수 구만(25·본명 김규만)의 데뷔곡 '챈스'(Chance)의 첫 노랫말이다. 싱글 앨범의 표지에는 폴라로이드 사진 속 앳된 소년이 미소를 짓고 있다. 느리고 잔잔한 박자에 맞춰 블루스풍의 반주가 깔린다. ‘참 좋아서’는 싱어송라이터(가수 겸 작곡가) 구만이 음악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덮쳤다. 꽁꽁 얼어붙은 공연가에서 구만은 노래할 기회를 찾아 고군분투해야 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대유행)을 버티는 젊은 예술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해 11월 19일 서울 창전동 공연기획사 엠피엠지(MPMG)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고 지난 26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했다. 

데뷔 1년 만에 찾아온 팬데믹, 공연가는 얼어붙고  

 
2019년 6월 싱글앨범 ‘Chance’로 데뷔한 가수 구만. 앨범 표지에는 어린 구만의 폴라로이드 사진이 들어 있다. ⓒ ㈜엠피엠지

구만의 활동명 '구만'(9.10000)은 그의 본명 김규만을 부르기 쉽게 바꾼 것이다.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는 자신을 ‘시간의 흐름을 잇는 레트로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소개한다. '레트로'(Retro)는 과거의 기억을 그리워하면서 그 시절로 돌아가려는 흐름을, '포크'(Folk)는 1970년대 전후 생겨난 통기타 음악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선 해바라기, 김광석, 시인과 촌장 등이 대표적인 포크 가수다. 오래된 영화와 거기에 삽입된 음악을 즐겨왔다는 그는 자연스럽게 레트로풍 음악에 이끌렸다고 한다. 

“레트로라는 게 옛날 느낌을 가지고 있잖아요. 옛날이 어땠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다 같이 부를 수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노래가 유행했고요. 저는 옛날의 감성이 담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서울시 창전동의 MPMG 사무실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는 가수 구만. ⓒ 이현이

그는 첫 발표곡 '챈스'를 만든 시기가 미래에 관한 부담감, 성공에 대한 불안 등으로 힘들었을 때였다고 회고했다. 음악을 하다 지칠 때마다 ‘내가 왜 음악을 시작했지?’라는 물음을 던졌다는 그는 ‘그저 좋아서 시작했다’라는 걸 깨달았다고. 그는 “힘들다는 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며 “비슷하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실용음악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대학도 같은 전공으로 진학해 교내 밴드 '랑데뷰' 등에서 공연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는 2019년 종합포털 <네이버>가 주최한 '뮤지션리그' 앨범 발매 프로젝트를 통해 ‘Chance’를 내면서 직업 가수의 길을 걷게 됐다. 인디뮤지션(독립활동 가수)을 지원하는 ‘신한카드 루키 프로젝트’에도 선발돼 같은 해 9월 공연 무대에 섰다.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뮤즈온 2020’ 아티스트로 선정돼 첫 EP(이피반 레코드, 크기가 작은 CD 음반)로 ‘Dance rather than Love’(사랑보다는 그저 춤을 추자)를 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연인을 떠나보낸 아픔을 잔잔히 담아낸 네 번째 싱글 앨범 ‘나 혼자 남은 지구’를 발표했다.

꿈의 페스티벌 무대도, 버스킹 기회도 사라져

그러나 갓 데뷔한 그에게 2020년은 혹독했다. 그가 간절히 기다렸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는 코로나로 취소됐다. 버스킹(거리공연)을 통해 음악팬과 만나고파 서울시의 허가도 얻었지만 서울 홍대와 신촌, 탑골공원을 끝으로 중단됐다. 생활을 위해 중학교에서 기타를 가르치는 기간제 강사로 일하기도 했는데, 대면 수업이 어려워져 그것도 그만두어야 했다. 이후 카페에서 시간제로 일하고 개인 음악 레슨도 하며 노래할 기회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음악이라는 것이 수입만 보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게 재미도 있고 신기해요. 저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건 음악뿐이라고 생각하고, 또 그걸 들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음악을 계속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지난해 11월 8일 구만이 온라인으로 열린 단독 공연에서 ‘이불에 감춘 모습’을 부르고 있다. ⓒ 구만 유튜브 갈무리

온라인 공연은 그에게 중요한 돌파구가 돼 주었다. 뮤즈온 아티스트로 선정된 후 2020년 10월 디어클라우드, 엔플라잉(N.Flying) 등 유명 밴드와 함께 무대에 섰는데,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그는 “큰 공연장에서 다른 뮤지션과 공연해 본 경험이 처음이어서 좋았다”며 “공연 영상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면서 온라인으로 내 음악을 접한 사람들이 ‘구만의 감성이 좋다’며 팬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연과 인스타·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돌파구  

지난해 1월부터 MPMG 소속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11월 8일 복고 분위기를 살린 롤러장 콘셉트의 온라인 단독 공연을 유튜브로 송출했다. 그는 “처음 열린 단독 공연이었는데 온라인으로 제작할 수 있는 콘텐츠를 잘 만들어낸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는 또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유튜브 채널 <구만/qman>에도 라이브 영상을 열심히 올리고 있다. 

"쉬어버린 목소리라도 네게 닿으면 그때처럼 미소지어 줘요."

‘나 혼자 남은 지구’의 노랫말처럼 구만은 앞으로도 대중에게 솔직하고 쉬운 가사로 위로를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들을 음악을 통해 대신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2년 새해에는 정기적인 공연도 열 계획이다. 오는 29일 발매되는 싱글 앨범 ‘다른 널 사랑하고 싶어’를 포함, 꾸준히 앨범을 내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 구만이 단독 온라인 공연에서 'Super Car'를 부르고 있다.  


편집: 이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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