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기술과 저널리즘’ 김민성 구글 뉴스랩 부장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Google News Initiative, GNI)는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발전을 위해 전 세계 뉴스업계와 협력하는 프로젝트로, 2018년 출범했다. GNI 소속인 구글 뉴스랩은 언론인 또는 기업가와 협력해 뉴스 혁신을 촉진하는 활동을 한다. 구글 뉴스랩은 50개 이상의 국가에서 교육지원 등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김민성(42) 부장이 구글 뉴스랩 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김 부장은 2003년부터 국민일보와 다음뉴스, 한국경제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한경닷컴의 디지털 뉴스 실험실 ‘뉴스래빗’(NewsLab-it)에서 국내 최초로 가상현실(VR) 저널리즘을 구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특강에 나서 ‘기술이 저널리즘을 구원할 수 있을까: 구글 뉴스랩의 취재지원도구 활용법’을 주제로 폭넓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구글이 각국에서 저널리즘을 지원하는 이유는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특강에서 디지털 시대 언론의 고민에 관해 이야기하는 김민성 구글 뉴스랩 부장.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구글 직원의 출장이 제한돼 줌 화상회의로 연결했다. ⓒ 최태현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왜 저널리즘을 걱정할까. 김 부장은 먼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한국 언론사들이 포털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처럼 구글도 해외 언론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저널리즘 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검색 웹 서비스’라는 정체성을 가진 구글이 수용자에게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김 부장은 “구조화된 정보 중에서 가장 수준 높고 믿을 만한 정보가 좋은 저널리즘이기 때문에 구글의 미션(사명)과 저널리즘의 미션이 만난다는 게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 피차이의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은 애널리틱스(빅데이터 분석) 기술, 지도 매핑 기술, 다양한 시각화 기술로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이야기)과 퍼블리싱(출판)이 가능할까를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인은 ‘저널리즘의 정의’를 고민해야

“저널리즘이 뭘까요?”

김 부장은 강의를 시작하며 수강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미국 오레곤대의 세스 루이스 교수가 저널리즘을 정의하는 연구를 시작했을 때 ‘그걸 하면 (합의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실직한다’는 농담을 동료 교수에게 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실제로 학계와 현장에서 저널리즘의 정의는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그는 “저널리즘의 정의가 어렵기 때문에 기자와 피디 개인이 저널리즘을 정의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여러분이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이유가 저널리즘에 있는데, 7년, 10년이 지나면 연봉이 너무 낮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어떤 사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생활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줌 화상회의로 김민성 부장의 강의를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학생들. ⓒ 최태현

김 부장은 2003년 미국의 언론인 댄 길모어가 저널리즘 전문지 <니먼 리포트>에서 언급한 ‘대화형 저널리즘’을 소개했다. 길모어는 “일방적 강의식 저널리즘(journalism as a lecture)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하며 ‘대화로서의 저널리즘’(journalism as a conversation)을 강조했다. 길모어는 언론이 뉴스를 일방적으로 발행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시민과 대화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때 기자의 역할은 시민과 힘을 합쳐서 시민이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 부장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인과 시민의 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요즘 유튜브 라이브에서 실시간 채팅창으로 대화하지 않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상상할 수 없지만,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전통적 매체)는 여전히 일방적 소통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져서 최대한 시민들의 합의를 끌어내고 사회 변혁을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저널리즘으로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속화하는 디지털 저널리즘

김 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저널리즘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거대 언론사들도 지면과 전파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제대로 옮겨가지 못하면 기존 충성 독자들까지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블 등 유료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이동하는 ‘코드커팅’이 코로나 시대에는 MZ세대(2030세대)가 아닌 기성세대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유수 언론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발간한 ‘2021년 저널리즘, 미디어, 테크놀로지 트렌드 및 예측’은 43개국 234명의 편집국 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뉴스룸 혁신을 위해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4%는 ‘독자 데이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답했다. 독자 분석 데이터와 거기서 나온 통찰이 가장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독자가 언론사 사이트에 들어와 돈을 내고 뉴스를 보는 디지털 구독모델을 전제한 사고다.

▲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발간한 ‘2021년 저널리즘, 미디어, 테크놀로지 트렌드 및 예측’을 설명하고 있는 김민성 부장. ⓒ 최태현

현재 디지털 구독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사들의 핵심 수익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로이터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구독이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2020년 조사에서 50% 정도였던 것이 2021년에는 76%까지 올랐다. 반면 디스플레이 광고(인터넷 홈페이지에 띠 모양으로 게시하는 광고)나 네이티브 광고(웹사이트 고유 성격에 맞게 기획·제작된 광고)의 중요도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레이싱 차트’ 등 가독성 높이는 디지털 도구 풍성 

김 부장은 구글 뉴스랩의 역할을 ‘지뢰 제거반’에 비유했다. 선발대로 나서서 지뢰가 깔린 곳을 확인하고 폭파하는 지뢰 제거반처럼, 뉴스랩은 디지털 기사의 가독성을 높이는 여러 도구(tool)를 가장 먼저 실험한다. 대표적인 도구 중 하나가 ‘플로리시’(Flourish)다. 플로리시는 시간 경과에 따라 막대 차트가 변화하는 추세를 보여주는 데이터 시각화 방식이다. 게임 형식으로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뉴스 퀴즈 템플릿’도 있다.

▲ '플로리시'(Flourish)의 템플릿 중 하나인 ‘레이싱 차트’다. 1960년부터 2017년까지 나라별 도시 인구 변화의 추이를 표시했다. ⓒ '플로리시'(Flourish)

또 ‘핀포인트’(Pinpoint)는 탐사보도를 위해 개발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반의 데이터 저널리즘 도구로, 대용량 문서를 분석할 때 유용하다.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기반으로 방대한 문서에서 특정 글자의 위치를 찾아준다. <워싱턴포스트>는 핀포인트를 활용해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와 바이든이 말한 것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남한’(South Korea)을 검색하면 트럼프나 바이든이 남한에 관해 한 말을 띄워주는 식이다.

▲ ‘플로리시’(Flourish)와 ‘핀포인트’(Pinpoint) 누리집 갈무리. ⓒ 최태현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기술은 기사 작성뿐 아니라 기사 유통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댓글을 관장하는 ‘커뮤니티 데스크’를 따로 두고, ‘모더레이터’(Moderator)라는 댓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함으로써 독자들이 질 좋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한다. 독자가 작성한 댓글을 ‘유해’ ‘스팸’ ‘음란’ 3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정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악성 댓글을 걸러낸다. 모더레이터는 또 댓글 중 좋은 것을 뽑아 이용자에게 먼저 제시한다. 그 결과 <뉴욕타임스> 사이트는 제대로 토론할 수 있는 공론장으로 거듭났다. 엄격한 댓글 관리는 수익 증가로 이어졌다. 유료 구독자 수가 증가한 것이다.

‘독자’를 중심으로 질문 바꿔야

“기자들은 이런 질문을 많이 듣죠. ‘야, 그거 네이버 뉴스에 올라갔냐.’ 이런 질문에 모든 기자가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대단히 문제가 많습니다.”

김 부장은 뉴스가 ‘콘텐츠’가 아닌 ‘프로덕트’(product)라고 말했다. 프로덕트는 뉴스 콘텐츠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독자 관계, 비즈니스 모델까지 아우르는 관점을 의미한다. 김 부장은 퀄리티(고품질) 저널리즘을 위해서는 올바른 목표 지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뉴스를 몇 명이나 클릭했나’는 양적 지표다. 양적 지표를 목표로 하면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트래픽을 얻기 위한 활동으로 환원된다. 그 속에서 뉴스 제목과 내용은 자극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김 부장은 ‘월 15회 이상 방문한 사람은 몇 명인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질문 속에는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독자를 데이터로 이해해야 한다”며 “우리 사이트에 지금 월 15회 이상 방문하는 충성도 높은 독자에게 우리가 뭘 해주지라고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 뉴스랩은 뉴스 컨슈머 인사이트(NCI), 리얼타임 콘텐츠 인사이트(RCI) 등 독자 데이터 분석 도구를 개발하고 있는데, 이들 도구로 분석한 결과 한 달에 한 번 들어오는 일반 독자와 월 15회 이상 들어오는 브랜드 애호가가 가져오는 광고 수익 비중은 0.03달러 대 0.295달러였다.

그가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 것은 ‘한국형 디지털 저널리즘’이다. 디지털 저널리즘 앞에 ‘한국형’을 붙인 이유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해외 언론사들의 방식을 문화권이 다른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조금이라도 다른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뉴스룸에서 끊임없이 실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반드시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저널리스트로 오래 살았지만 기자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은 세월이 있었고, 문을 열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외부 사람들에게, 특히 디지털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저널리스트와 같은 동등한 권한을 나누고 권력을 나누어야 한다고 (저는) 항상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기자와 동등하게 프로그래머를, 코더를, 디자이너를 저널리스트로 인정하셔야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안 되는 게 이거예요. 개발자님, 당신도 저희와 같은 저널리스트입니다. 우리 페이지 같이 한번 잘 만들어 보십시다... 그게 한국형 디지털 저널리즘을 향한 유일한 방법일 거라고 생각해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은 신문, 방송, 뉴미디어 등에서 탁월한 활동을 보이는 현직 언론인을 초청해 ‘저널리즘 특강’을 열고 있다. 초청 강사들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함께 급변하는 미디어 지형과 언론의 대응, 언론인의 고민 등에 관해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강생들의 질문에 답한다. <단비뉴스>는 강연과 문답 내용을 기사와 영상으로 독자들에게 배달한다. (편집자 주)

편집 : 김대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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