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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읽으면 뉴욕타임스만큼 한다
[마음을 흔든 책]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2021년 08월 27일 (금) 20:28:01 최태현 기자 cth3424@gmail.com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송의달 지음/나남/481쪽/2만8000원

1851년 <뉴욕타임스>는 신문사였다. 창간호의 제호는 '뉴-욕 데일리 타임스'(New-York Daily Times)였다. 1896년, 적자에 허덕이며 시장에 매물로 나온 <뉴욕타임스>를 아돌프 옥스가 인수했다. 현재까지 5대에 걸쳐 <뉴욕타임스>를 이끄는 '옥스-설즈버거 가문'의 시작이다.

19세기 말 미국은 황색 저널리즘이 횡행했다. 조셉 퓰리처의 <뉴욕 월드>와 월리엄 허스트의 <뉴욕 저널>이 경쟁적으로 흥미 위주의 선정 보도를 일삼았다. 아돌프 옥스는 황색 저널리즘과 선을 그었다. 그는 '인쇄하기 적합한 모든 뉴스'(All the News That's Fit to Print)를 <뉴욕타임스>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품위 있고 진지한 저널리즘을 추구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 문구는 100년 넘게 1면 왼쪽 위에 쓰이며 전통을 지켜오고 있다.

창간 171년을 맞는 올해,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1년 3월,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기사 유료화(metered paywall)를 선언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세계에서 유료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미디어 기업이 됐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종이신문과 디지털을 포함한 <뉴욕타임스>의 유료 구독자는 79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운영의 원천이다.

'광고'로 돈을 버는 한국의 신문과 달리, <뉴욕타임스>는 '구독'이 주된 수입원이다. <뉴욕타임스>는 2012년부터 총매출액에서 구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을 앞질렀다. 2020년 총매출액에서 구독은 67%, 광고는 22%를 차지한다. 특히, 2020년 2분기 매출 비중을 보면, 디지털 구독이 종이신문 구독을 앞질렀다. 2021년 <뉴욕타임스>는 신문사라기보다는 디지털 구독 경제를 표방한 미디어 기업이다.

   
▲ 2021년 4월 기준, 전세계 디지털 유료 구독자 상위 10개 기업, 자료 : 프레스 가제트(PressGazette) ⓒ 최태현

승승장구하는 <뉴욕타임스>와 달리 한국 언론은 위기를 제대로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32년 차 기자인 송의달은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살펴본다면 한국 언론에 도움이 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경제전문 매체인 <조선비즈> 대표이사까지 지낸 경력을 가진 기자답게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을 경영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연간·분기별 실적 보고서와 연구보고서, 여러 저널 등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여 이 책을 펴냈다.

<뉴욕타임스>는 어떻게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됐을까?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은 신문사가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살펴본다. 지난 170년간 <뉴욕타임스>가 겪은 우여곡절을 담은 역사책이라 불러도 좋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디지털 전환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 뉴욕 맨해튼 중심부인 웨스트 41번가와 42번가 사이에 있는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에서 편집국(newsroom)이 쓰는 2~4층이다. 엘리베이터 없는 복층형 구조로 만들었다. ⓒ YES24

<뉴욕타임스>의 위기

한국 언론은 <뉴욕타임스>가 성공한 신화를 부각한다. 그러나 찬란한 영예 이면에는 무수히 실패한 역사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뉴욕타임스>는 파산 직전에 이르렀다. 1990년대부터 '경영 선진화'를 내세워 멀티미디어 제국을 건설하겠다는 야망이 앞선 결과였다. 1993년 미국 동부의 유력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를 인수했다. 이를 시작으로 아칸소주, 테네시주, 뉴욕시 등의 방송국을 사들였다. 온라인 뉴스를 비롯한 정보 서비스 회사도 인수했다. 2000년 <뉴욕타임스>는 모두 36개의 계열사와 1만 4천 명의 정규직 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업이었다. 같은 해 영업 이익, 순이익, 광고 매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중판 기준으로 174면을 발행해 역대 가장 많은 면을 찍어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제국의 꿈은 오래지 않아 허물어졌다. 본격적으로 보급된 인터넷은 신문 광고를 대체했다. 광고와 신문 구독 수입에 의존하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은 힘을 잃었다. <뉴욕타임스>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 인터넷은 단순히 기사를 전달하는 도구일 뿐, 독자는 여전히 인쇄 매체를 선호한다고 <뉴욕타임스> 경영진은 오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뉴욕타임스>는 생존을 위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갖고 있던 지역 TV 방송사를 내다 팔았고, 2009년엔 모든 임직원 임금을 5% 줄였다. 2000년에 견줘 9년 만에 직원은 절반으로 줄었고, 매출액은 1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2013년까지 갖고 있던 계열사를 대부분 매각하고, 지금의 <뉴욕타임스>만 남게 됐다.

<뉴욕타임스>의 혁신

2011년, 인터넷은 이미 대중화되었고, 스마트폰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종이신문이 설 자리는 거의 없었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기사 유료화에 승부수를 걸었다. 당시까지 온라인 기사를 돈 내고 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공짜'로 여긴 온라인 기사를 읽는 대가로 돈을 받는 시도는 그 자체로 파격이었다. 내외부에서 유료화에 관한 비관론이 쏟아졌지만, 경영진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도전했다. 2011년 3월 <뉴욕타임스>는 매월 20건까지 무료로 기사를 제공하고, 그 이상을 보면 돈을 받는 계량형 요금제(metered paywall)를 시작했다.

2014년 5월 공개된 96쪽 분량의 '혁신보고서(Innovation Report)'는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전환을 상징한다. 10명의 혁신보고서팀이 6개월 동안 354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종이신문 A1면에 관한 자부심과 집착을 버리고 디지털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으라"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신문 중심적 제작 관행에 젖어 있다며 비판했다. 종이신문을 구상하기 전에 디지털 뉴스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자는 것이다. 한국 신문사가 겪고 있는 딜레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 2014년 5월 공개된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표지다. ⓒ <뉴욕타임스>

마크 톰슨 당시 CEO는 세계신문협회 2020 월드리포트에서 "훌륭한 스마트폰 뉴스 상품을 먼저 만들고, 거기에서 웹사이트를 만들고, 다시 이를 큐레이션 해 종이신문을 만드는 순서로 작업 흐름을 재구성하고 회사 업무를 재정의했다."라고 말했다.

2017년 1월 <뉴욕타임스>는 '2020 보고서'를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양질의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구독자 중심' 비즈니스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보고서에서 "웹사이트 클릭 수만 높이거나 저렴한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애쓰지 않고, 난립하는 조회 수(page view) 경쟁에서 굳이 이기려 들지 않은 결과"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독보적인 저널리즘으로 이용자에게 신뢰를 팔았다.

<프레스가제트> 자료에 2021년 데이터를 추가해 만든 그래프다.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미국 대선이 치뤄진 2020년 이후 디지털 구독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신뢰할 정보를 찾는 사람은 더 늘어나기 마련이다. ⓒ 최태현

디지털 혁신은 <뉴욕타임스>의 역사에 새겨진 여러 혁신의 맥락 위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1896년 아돌프 옥스가 <뉴욕타임스>를 인수한 직후, 세계 최초로 '북 리뷰'(Book Review) 섹션을 만들었다. 교양신문(literary news-paper)을 만들겠다는 아돌프 옥스의 의지가 반영됐다. 1913년 자사 기사를 엮어 세계 최초로 '<뉴욕타임스> 인덱스'를 만들었다. <뉴욕타임스>가 '기록의 신문'으로 평판 받는 이유다. 1970년대에 세계 최초로 요일별 4개 섹션 발행을 시도했다. 경성 뉴스를 주로 다루던 <뉴욕타임스>가 생활, 문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연성 뉴스로 지면을 확장했다.

'안 보면 손해'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 저널리즘

이제 <뉴욕타임스>는 디지털 상품을 팔고 있다. 십자말풀이 등 게임, 쿠킹과 오디오는 편집국 기자가 관여하지 않는다. 2020년 기준, 1750명이 있는 편집국에 이어 디지털 상품&기술팀은 700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독자가 습관처럼 <뉴욕타임스> 콘텐츠를 찾을지 고민한다. 디지털 상품은 매월 구독료를 내는 회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 상품의 구독자는 2016년 24만 명에서 2021년 2분기 179만 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 1년간 디지털 상품 구독자가 40.5% 증가해, 모든 구독상품 가운데 상승세가 가장 가파르다.

디지털 상품의 성공 요인은 협업과 실패였다. 개발자, 디자이너, 상품 관리자, 에디터가 모두 모여 상품을 개발했다. 2014년에 내놓은 'NYT Now', '타임스 프리미어', 'NYT Opinion'가 잇달아 실패했다. 이때 상품을 쪼개어 낮은 가격에 파는 것보다 '묶음 상품'으로 파는 게 효과적이라는 경험을 습득했다. 회사 안에 스타트업을 위해 공간을 내준 것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의 일환이다.

<뉴욕타임스>는 1942년부터 매주 일요일판 신문에 십자말풀이를 게재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커피숍에서 신문을 펼쳐 십자말풀이를 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단순하지만, 지적 유희를 채울 수 있는 십자말풀이는 미국의 문화가 됐다. <뉴욕타임스>는 2011년부터 십자말풀이 유료화를 계획했다. 2016년부터 디지털 구독상품으로 전환했고, 2019년 말 유료회원은 60만 명에 달했다. 구독자를 불러모으기 위해 '미니 십자말풀이'는 비회원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뉴욕타임스> 누리집에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십자말풀이에서 시작해 스도쿠, 레터박스 등 종류가 늘어났다. ⓒ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쿠킹'은 2014년 앱과 웹에서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료상품으로 바로 내놓기보다 시장에서 반응을 살펴보는 과정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공짜 요리법에 견줘 <뉴욕타임스>의 '쿠킹'은 믿고 따라 할 수 있는 전문가가 만들었다. '쿠킹'에서 요리법을 제공하는 전문가를 살펴보면, 요리사보다 푸드 칼럼니스트와 여러 권의 요리책을 펴낸 저자가 많다. 좋은 요리법을 어떻게 잘 전달할지 고민한 결과다. 실제로 '쿠킹'은 상세한 요리 가이드, 개인 교습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쿠킹'은 3년간 모든 이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며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2017년 유료상품으로 바꿨다. 유료전환 당시 <뉴욕타임스> '쿠킹' 페이지는 매월 방문자가 1천만 명이었다. 2020년 12월 말 '쿠킹' 유료회원은 72만 명이다.

   
▲ '오늘의 요리'를 소개한 '쿠킹' 메인 화면이다. '쿠킹'에서는 계절, 장소, 시간에 따라 먹기 좋은 요리를 소개한다. '유어 레시피 박스'는 내가 저장한 요리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2017년 1월 공개된 <뉴욕타임스>의 '2020 보고서'에 "디지털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더 성장하려면 정통 저널리즘과 서비스 저널리즘이 모두 있어야 한다"라고 쓰여있다. 서비스 저널리즘은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스토리'다. TV와 영화 프로그램 리뷰를 하는 '워칭'(Watching), 건강 정보를 모은 '웰'(Well), 여행 정보를 모은 '트레블'(travel) 등이 대표 상품이다.

   
▲ 무호흡증을 앓는 사람들에게 잠자는 방법을 알려주는 기사다. 깔끔한 인터페이스에 5개 목차로 나눠 필요한 부분을 바로 찾아볼 수 있다. ⓒ <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한국에서 서비스 저널리즘의 자리는 기사형 광고가 대신한다. 건강 정보를 보면 특정 식품을 광고하는 홍보성 기사이고, 여행 정보를 찾아보면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팸투어를 안내하는 식이다. 그 빈자리를 유튜버가 채웠다. 한국에서 부차적인 일로 치부되는 것을 <뉴욕타임스>는 직접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했다. 초기에 '언론사가 할 일이 아니다'라는 저항에 부딪혔지만, 이용자는 높은 조회 수로 호평했다. 마크 톰슨 당시 CEO는 "뉴스의 개념을 항상 새롭게 정립해야 10년, 20년, 50년 후에도 저널리즘이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서비스 저널리즘이 성공한 핵심은 이용자 중심 접근이다. 어떤 상품이든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뉴욕타임스>는 소셜미디어를 보며 이용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살핀다. 이용자들이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내용을 짚어준다.

한국 언론은 지금 같은 운영 방식으로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 유튜브에 치이고, 포털에 밀리고, 독자는 떠나가고 있다. 종이신문이 저문 시대, '디지털 퍼스트'를 주창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갈피를 잡기 어렵다.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이 <뉴욕타임스>의 진면목을 파악하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작은 나침반이 되길 기대한다.

100자 평
'기업' <뉴욕타임스>를 살펴본 책이다. 방대한 자료조사가 특징이다. <뉴욕타임스>를 이끈 '옥스-설즈버거' 가문과 주요 임원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언론사' <뉴욕타임스>에 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적다.

편집 : 유희태 PD

[최태현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장, 편집기획팀 최태현입니다.
'나는 왜 기자가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떤 기자가 될 건가' 항상 고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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