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조세저항’

▲ 이복림 PD

우리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기억한다. 광해군은 소수인 북인과 정치를 하며 다수인 서인의 도전을 받았다. 광해군 아래서도 권력을 유지하려던 서인은 북인 중에서 허균 같은 개혁의식이 투철한 인물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광해군은 세금을 특산물 대신 쌀로 내는 대동법을 실시했는데, 고리대금 등으로 이득을 취하던 서인들과 방납인들이 반발했다. 이 제도는 방납의 폐단으로 부담이 컸던 백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양반지주들은 토지세를 내고 있는데 공물로 세금을 더 낼 수 없다며 왕을 압박했다. 기득권 세력은 그들 중심의 질서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왕을 압박하거나 모반을 꾀하기도 했다.  

오늘날 서울의 부유층, 특히 강남부자들은 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오세훈을 적극 지지해 시장으로 뽑았는데 조선시대 양반부자들과 흡사하다. 오 후보는 급조된 개발공약으로 강남 표를 거의 독식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에도 기득권층을 옹호하는 세력이 있다. 송영길 대표는 종교단체에 세금을 물리는 것조차 반대해온 김진표 의원을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김 위원장은 종합부동산세 등을 깎아주려는 특위안을 내놨다. 개혁파 의원들과 청와대의 반대로 아직 관철되지는 않았으나 조세저항세력은 여야 할 것 없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또 드러났다.

▲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송영길 더민주 당대표. ⓒ 연합뉴스

현 기득권세력은 광해군 때 서인과 양반지주들처럼 땅 한 뼘, 집 한 채 없는 서민들의 고통과 박탈감은 안중에 없다. 오히려 계층의 이익을 지켜주겠다는 정치인에게 몰표를 줘서 기득권을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부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극심한 자산 불평등은 우리 사회를 더욱 불안하게 해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의 기반을 허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나라에는 왜 ‘상속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부자가 없을까?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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