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보도 프레임 분석

정권이 바뀔 때마다 피의사실 공표가 화두로 떠오른다. '노건평 뭉칫돈' 피의사실 공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내용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특검팀의 국정농단 수사 보도를 두고도 당시 자유한국당은 피의사실 공표를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을 둘러싸고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소위 '조국 사태' 이후 만들어진 법무부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훈령 제1265호)'에 따른 논란이다. 지난 3월 제기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 합동 감찰에 참여하는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수사가 벌어지고 있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인권을 보호해야 할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정치적 사안마다 정쟁의 대리전을 치르는 도구가 됐다. 

▲ 4월 6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김학의 사건'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대해 답하고 있다. © KBS

언론은 이 대립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조선일보> <한겨레>의 기사를 통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기획사정 의혹 보도를 둘러싼 프레임을 분석한다. 분석 대상은 각각 3월 24일부터 3월 31일, 4월 9일부터 15일까지의 두 언론 보도다. 제목과 본문에 쓰인 진술을 중심으로 비교했다. 

두 언론의 서로 다른 정의, '공정' vs '관행 개선'

▲ 지난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보도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보도 중 임 연구관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관한 제목, 주요 진술 비교. © 현경아

각 매체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임은정'을 검색했다. <조선일보>에는 3월 24일부터 31일까지 임 연구관이 언급된 보도가 9건 있었다. 제목에 '제 식구 감싸', '공정 의무 위반', '내편·네편'이라는 표현으로 큰 틀에서 공정 문제를 드러낸 기사가 3건이었다. 임 연구관이 개인 SNS에 의견과 공무상 비밀을 게시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법리에 겸손해야' '공개 경고' '수사 대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도 비슷한 프레임이 있었다. 3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으로 검찰과 법무부가 맞붙었다. 합동감찰에 참여한 임 연구관이 페이스북에 수사 내용을 유출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한 시민단체에서 임 연구관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고발한 사건을 검찰이 수사 중이기도 하다. 

<한겨레>는 같은 기간 동안 관련 기사를 2건 보도했다. 임 연구관의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대해 언급한 보도는 1건이다. 3월 29일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착수…수술대 오른 검찰 수사관행'에서는 임 연구관이 혐의를 받고 있는데도 합동감찰에 참여한 사실에 대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 연구관의 반박에 비중을 뒀다. 나머지 1건인 3월 26일 '김학의·한명숙 이름에 가려진 '검찰 수사만능주의''에서는 각 진영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 과정을 지적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 지난 4월 9일부터 15일까지 보도된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보도에 관한 제목, 주요 표현 비교. © 현경아

<조선일보>는 보도 제목으로 대립을 드러낸다. 4월 9일 조선일보는 제목 ''피의사실 지킴이' 박범계, 그의 피의사실 내로남불史', ''법 없이도 사는 법' 피의사실 공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로 논란을 보도했다.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거나 내로남불을 표현하는 영화 제목을 인용했다. 10일 보도된 '與 조응천 "박범계·이성윤, 고려 무인정권 행태"'는 편을 갈라 인사권을 함부로 휘둘렀던 최씨 정권과 현 집권 세력을 빗댄 제목이다. '박범계 "피의사실 공표, 노 떠올라”… 김종민, "이참에 수사기록 보자"' 역시 정치적 대립을 표현했다. 피의사실 공표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에서 다시 쟁점화되기 시작했다. 기획사정 의혹을 보도하면서 피의사실 공표를 언급한 기사는 <한겨레>가 4건, 조선일보가 9건이다. 

반면 <한겨레>는 대립 구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박범계 "'피의사실 공표' 하면 노무현 떠올라… 제도 개선해야"' '신임 부장검사 만난 박범계… 조직문화 개선 위해 노력해달라'와 같이 개선에 초점을 둔다. 대립 구도를 드러내는 보도에서도 제목은 <조선일보>와 비교했을 때 더 중립적이다. '선거 끝나자 여권 수사 본격화… 청와대-검찰 '갈등 재점화'할 듯'에서는 청와대-검찰 간 갈등을 어느 한 편의 문제로 표현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다시 불러낸 '피의사실 공표' 논란'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 내로남불 vs <한겨레> 제도 개선

<조선일보>의 내로남불 프레임은 본문에서 더 강하게 드러난다. '내로남불이라는 지적'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친정권적 내로남불 행태' 등의 표현을 통해서다. '수사기록을 공개해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키자'라는 진술을 통해 내로남불 논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한겨레>에서 내로남불 표현이 사용된 기사는 1건이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다시 불러낸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을 비판하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한동훈 검사장으로 넘어간다. 내로남불 논란이 집권 세력만의 문제가 아닌, 검찰 내부의 정치적 의사 결정을 지적하는 논리로도 사용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한겨레>는 제도 개선 프레임으로 다른 맥락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제도 개선을 중심으로 논하기는 하지만, '선택적 문제 제기'라는 반대 측의 비판을 언급한다. 그럼에도 <한겨레>가 피의사실 공표를 바라볼 때 중심이 되는 것은 여전히 정치 검찰이다. '선거 끝나자 여권 수사 본격화… 청와대-검찰 '갈등 재점화'할 듯'의 기사 본문에는 목표물을 겨눈다는 의미의 '겨냥'이라는 표현이 네 번 등장한다. 정부·여당을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와 같이 검찰 수사에 방향과 목표가 있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조선일보>도 <한겨레>도 말하지 않는 것

▲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내로남불 자세를 혁파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 SBS

<조선일보>의 내로남불 프레임은 공정 가치에 예민한 한국 사회에서 명료하게 작동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4월 20~22일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부정 평가는 60%였다. 이유는 부동산 정책(28%), 코로나19 대처 미흡(17%),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9%), 인사(人事) 문제, 공정하지 못함/내로남불(이상 5%) 등으로 조사됐다. 여당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이 정책 불신을 불러일으켰던 점을 고려하면 내로남불은 현 집권 세력의 가장 예민한 약점일 것이다. 이에 집중한 탓에 검찰발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단독 경쟁을 지적하지는 못한다. 또한 '선택적 문제 제기'라는 반대 측의 비판을 언급하면서도 피의사실 공표를 자의적으로 활용하는 정치권을 견제하지는 않는다.

피의사실 공표를 둘러싼 쟁점은 인권 보호와 공공의 알 권리 사이에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피의자의 인권 보호가 우선인가, 권력형 비리로부터 공공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인가. <조선일보>의 프레임은 여권을 '겨냥'하고, <한겨레>의 프레임은 검찰을 '겨냥'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는 맥락은 두 매체 모두 지적하지 않는다. 


편집 : 정승현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