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김현정의 뉴스쇼'

4월 7일 서울 재보궐 선거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는 부동산으로 시작해 생태탕으로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선거 막판 들어 생태탕, 백바지, 페라가모 등 정책과는 상관없는 단어들이 선거 보도를 뒤덮었다. 그 중심에 지상파 방송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있다. 

▲ 지난 2일 TBS <뉴스공장>에서 진행자 김어준이 내곡동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 SBS뉴스 

<뉴스공장>은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라운드 서울·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점유청취율 11.8%로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2라운드 조사 이후 3년 연속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같은 시간대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자 평가'에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가장 사랑받으면서도 가장 비판받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뉴스쇼>는 <뉴스공장> 등장 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청취율 1위 자리를 뺏겼지만, 동 시간대 프로그램 청취자 평가에서는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이번 재보궐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3월 25일부터 4월 7일까지 방송을 진행한 총 10일 동안 프로그램 구성에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기간에 두 프로그램의 코너 구성과 시간 배분을 비교분석해 재보궐 선거 때 두 프로그램이 어떤 시각차를 보였는지 살펴보았다. 

불을 지피는 ‘김어준 생각’ 코너

‘김어준 생각‘은 <뉴스공장>의 첫 코너다. 약 1분 30초간 진행자 김어준이 특정 사안에 관해 자기 생각을 말한다. 선거운동 기간 진행된 총 10회 방송에서 김어준은 재보궐 관련 이슈를 열 번 언급했다. 일곱 번은 야당 후보자에 관한 의혹 제기와 이를 다뤄주지 않는 포털을 비판했다. 두 번은 야당 단일화 과정을 언급했고, 선거 당일인 7일에는 제보자를 비판한 보수언론을 반박했다. 이 코너는 본인 의견으로 채워졌고, 바로 다음 뉴스 소개 코너인 ’ 이 정도는 알아야 할 뉴스‘에도 그 의견이 이어졌다. 사실상 매일 15분 정도 자기 의견을 표명한 셈이다.

<뉴스쇼>에도 비슷한 코너가 있다. 약 30초가량 진행자가 뽑은 키워드를 해설하는 코너다. ’코로나‘ ’청학동 폭행‘ ’피의 토요일’ 등 방송 전날 이슈에 맞춰 키워드를 선정하는데, 시사적이지만 정치성은 배제한다. 같은 기간 10회 방송에서 재보궐 관련 키워드를 네 번 제시하는데 모두 사전 선거일과 본 투표일에 맞춰 투표를 독려하는 내용이다. 바로 다음 뉴스 소개 코너인 ‘뉴스연구소’에서 뉴스 해설은 패널들이 맡고 진행자는 뉴스 해설에 참여하지 않는다.

▲ 재보궐 선거 기간 프로그램 첫 아이템에서 <뉴스공장>은 100%, <뉴스쇼>는 40% 재보궐 선거 관련 주제를 제시했다. © 고성욱

언론의 기능 중 하나가 '점화효과'(priming)다. 시간상 먼저 제시한 자극이 나중에 제시되는 자극의 처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방송 첫머리에 '김어준 생각'을 제시하면 이어지는 아이템에 특정한 프라이밍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공약과 정책 검증 없는 인터뷰

<뉴스공장>은 재보궐 관련 개인 인터뷰를 총 4회 진행했다. 오세훈 후보는 “후보자  입장에서 서울시 기관에 출연하는 건 맞지 않다, 거기는 안 나가는 것으로 정리해 달라”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박영선 후보 두 번, 이낙연 선대위원장과 이해찬 전 대표 한 번씩 참여한 인터뷰에서 정책 관련 질문은 한 번 나왔다. 모든 질문은 야당 후보 의혹, 선거 판세 분석 등이다. 

의혹 제보자 인터뷰 비율은 여야 선거 관계자보다 높았다. <뉴스공장>은 3월 29일부터 4월 5일까지 매일 야당 후보자 의혹 제보자와 인터뷰를 했다. 29일 내곡동 땅 경작인 인터뷰에서는 당시 오세훈 후보의 외모 묘사를 요구하고, 제보자가 “오 후보와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 하자 메뉴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인터뷰이는 생태탕이라 답변하면서 생태탕과 백바지 논란이 시작된다. 인터뷰 전체 내용 중 생태탕과 백바지만 부각해 점화효과를 강화한다. 

<뉴스쇼>는 재보궐 선거 관련 개별 인터뷰를 총 다섯 번 진행한다. 특정 후보 의혹 관련자는 한 명도 없다. 여야 선대위원, 중진의원 같은 전 현직 정당인 인터뷰 중심이다. 가장 큰 특징은 후보자 네거티브 검증 질문은 직접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6일 노웅래 최고위원 인터뷰에서는 박영선 후보 정책 관련 질문만 한다. 같은 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 지형 변화에 관해 주로 묻는다. 30일 양향자 의원 인터뷰에서는 선거 관련 질문은 아예 하지 않는다. 부동산 관련 질문을 주로 하면서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방향에 관해 문답한다. 선거를 3일 앞둔 인터뷰에서는 의혹 관련 질문을 하지만, 재보궐 선거 자체보다는 선거 이후 정치 지형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두 진행자의 인터뷰 내용과 방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 김어준은 의혹 당사자나 관련자를 인터뷰한다. 야당 후보자의 의혹 검증이 주요 내용이다. 김현정은 정책과 재보궐 이후 정치 지형 변화에 관해 주로 질문한다. 의혹과 관련된 질문은 배제하고 여야에 시간을 동등하게 배분해 최대한 중립적인 모습을 보이려 한다.

▲ 재보궐 선거운동 기간 오세훈 후보 관련 의혹' 방송 시간. © 고성욱

키워드 반복 사용으로 '불 지피기'  

생태탕, 백바지, 페라가모는 점화효과를 강화하는 키워드로 정규 코너에서 반복 사용된다. ‘서양신’ 코너에서는 매주 월요일 진행자가 세 변호사와 함께 특정 사안에 관해 법리적 해석을 한다. 재보궐 선거 기간 중 주요 이슈는 야당 후보 의혹이었다. 3월 29일 이 코너에서는 오세훈 후보 의혹을 보도한 KBS 기자 고발과 내곡동 측량 기사 인터뷰를 다루었다. 패널인 신장식 변호사는 “함께 식사했던 메뉴인 생태탕까지 기억할 정도로 내용이 구체적이다”라면서 생태탕을 강조했다. 4월 5일 코너에서도 생태탕집 관련 허위사실 공표죄를 다루었다.

불공정한 프로그램 시간 배분

두 프로그램 모두 재보궐 관련 이슈를 선거기간에 중점보도했다. <뉴스공장>은 10번의 방송 시간 중 평균 48.5% 정도를 할애했다. 절반 이상은 야당 후보자 의혹 검증이다. <뉴스쇼>에서도 평균 42.3% 정도를 같은 이슈에 배분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비슷한 비중으로 재보궐 선거 이슈에 시간을 할애했다. 

큰 차이는 코너 구성에서 보인다. <뉴스쇼>는 7~8개 정규 코너 중 1~2개 정도 재보궐 관련 코너를 진행했다. 많은 날은 3개 정도로 재보궐 관련 코너가 전체 프로그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없다. 기본 15분 정도에서 길면 30분 정도까지 하나의 코너를 길게 가져가는 특징을 보였다. 

<뉴스공장>은 코너를 여러 개 잘게 나누어 코너 수로 따지면 재보궐 관련 비율이 전체 코너 수의 63.8%를 차지했다. 코너 수 평균 30%를 보였던 <뉴스쇼>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높다. 정치와 연관된 코너가 많은 것에 더해 여당 선대위원장 인터뷰, ‘전 당 대표에게 듣는다’ 같은 특집 코너를 추가해 선거 기간 중 재보궐 관련 코너 수에서 <뉴스공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 전체 프로그램 시간 중 재보궐 관련 방송 시간 배분 비율 비교. © 고성욱

애매모호한 공정성 관련 규정

미국 연방방송통신위원회(FCC)는 방송의 공정성 원칙을 연방통신법 315조, 316조에 한때 명문화했다. ‘동등시간 법칙’(equal-time law)이 그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에게 방송사는 동등한 시간을 배분하고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규정 때문에 방송이 공공 문제를 다루는 것을 회피하는 문제가 나타나자 레이건 정부 시절 이를 폐지하고 '신뢰 원칙'(Bona Fide)으로 대체했다.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공정성을 유지해 신뢰성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미국의 뿌리가 되는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를 더 큰 원칙으로 보는 것이다.

영국도 방송사 자율성을 강조한다. 다만, 공영방송 BBC는 제작가이드라인에 ‘불편부당성’(Impartiality) 개념을 명시해 놓고 있다. 어떤 형태의 뉴스든 불평부당성을 기준으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우리나라는 방송법 제6조 1항에 '보도의 공정성'을 규정하고 있다. 방송심의 규정에도 ‘방송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사회적 쟁점을 보도할 때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 영국처럼 공정성에 관한 규제는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구체적인 규제를 어느 정도 실행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방송사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자율규제를 기본원칙으로 해야 한다. 

작년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4년 연속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언론의 편향성과 공정성에 관한 문제는 지속해서 제기되는 쟁점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 보도에서도 언론은 정책보다 네거티브 이슈만 부각했다. 당락이 결정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여파는 계속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을 퇴출해 달라는 청원이 15일 현재 27만 명을 넘어섰다. 언론의 공정성과 신뢰도는 시험대에 올랐다.


편집 : 이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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