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체험 르포] ② 알트코인 단타 거래에 뛰어들다

암호화폐 열풍이 거세다. 언론은 대표적인 암호화폐 비트코인의 최고가 경신 소식을 연일 전하고 있다. 암호화폐 투자로 수십 억 원을 번 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었다는 29살 청년의 인터뷰와 결혼 자금을 날려 절망에 빠진 예비 신랑의 사연이 나란히 소개된다. 

열풍의 한복판에는 청년들이 있다. 지난 달 20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새롭게 암호화폐 거래에 뛰어든 투자자 249만 5289명 가운데 2030세대는 63.5%에 해당하는 185만 5000여 명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암호화폐의 기술적 잠재성에 찬사를 보내지만 어떤 이는 '튤립 투기'에 비유하며 '거대한 사기'로 평가한다.

청년들은 왜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드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나는 지난 달 초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했다. 또한, 같은 기간 암호화폐에 투자한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청년 5명을 인터뷰했다.

암호화폐 시장은 역동적이었다. 시세는 하루에도 수십 번 씩 급등과 급락을 거듭했다.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다. 휴일도 없이 24시간 내내 거래가 이뤄지는 암호화폐 시장을 살피느라 나는 잠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평온해야 할 주말 오후에도 스마트폰을 붙잡고 매수와 매도 타이밍을 가늠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다. 암호화폐의 광풍에 휘말렸던 생생한 기록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1회 <매수 버튼을 누르다>에서는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하는 첫 단계를 다뤘다. 거래소 앱을 설치하고 계좌를 연동하는 기본적인 과정부터 기록했다. 50만 원으로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매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50만 원을 추가로 투자하다

평일엔 충북 제천에 있는 기숙사에서 지내다가 주말마다 부모님 댁이 있는 청주로 간다. 전날도 암호화폐 관련 기사와 커뮤니티를 둘러보느라 늦게 잠들었다. 늦은 오후 기차를 타기 위해 제천역으로 향했다. 역 근처 카페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했다. 비트코인 한 개 가격은 7900만 원을 넘어섰다. 이틀 전 비트코인에 투자한 50만 원의 예상 가치는 이제 54만 7000원이다. 사흘도 되지 않아 10% 가까이 올랐다.

언제쯤 비트코인을 팔아야 할지 궁금했다. 행동만 앞서고 계획은 없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아무리 비트코인의 가격이 올라도 팔지 않으면 화면 속 숫자에 불과하다. 팔아야 이익이 실현된다. 하지만 빠르게 오르는 가격을 보니 지금 팔기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일단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대신 거래소 앱을 통해 시시각각 오르고 있는 수많은 알트코인들을 살펴 보았다. 사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이익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는 일은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그대로 두면서 암호화폐 투자로 이익을 보는 방법은 한 가지였다. 투자금을 추가로 입금하여 다른 암호화폐를 거래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암호화폐 시장이 부상하면서 새로 투자에 뛰어드는 청년들은 특히 단기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가격 변동이 큰 암호화폐 시장에서 짧은 시간에 수익을 실현하고 검증되지 않은 고위험성 자산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암호화폐의 내재적 가치에 대한 회의, 그리고 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 등도 단기투자의 심리를 부추긴다. 언제라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들을 이르는 말)이 ‘단타’의 대상이 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대장주’들은 비교적 등락 폭이 작고 안정적이다. 이에 비해 알트코인은 등락폭이 크다. 하루 등락폭이 50%를 기록하는 알트코인도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하루 동안 50% 급등한 ‘도지코인’이나 거래소 상장 30분 만에 1000배 이상 폭등한 ‘아로와나토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알트코인이 전체 암호화폐 시가 총액(전체 발행된 코인 수량 × 가격)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4월 10일 오후 3시 무렵, 50만 원을 추가로 거래소 계좌에 입금했다. 암호화폐 투자 이틀 만에 출자금을 두 배로 늘린 것이다. 무분별한 투자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다. 오늘 지출할 교통비와 커피값 1만 3000원 정도를 목표 수익으로 설정했다. 목표를 달성하면 즉시 매도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매수할 코인을 고를 차례다. 국내 최대 규모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 개수만 해도 170개가 넘는다.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개당 가격이 1000원 미만인 코인 중에 전일 대비 가격 상승률이 높고, 거래량이 많은 것들을 살펴봤다. 그런 코인이라면 상승 잠재성이 높고 혹시 하락하더라도 반등의 여지도 클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알트코인 수만 9400종이 넘고,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도 178종이 거래되고 있다. 알트코인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코인이 많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암호화폐를 상징하는 심볼들이다. 좌측 상단이 '비트코인', 우측 하단이 '이더리움'이다. ⓒ pixabay

알트코인과 단타의 위험한 만남

첫 단타 대상은 ‘엘프’라는 이름의 코인이었다. 암호화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번쯤 들어 봤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전혀 없었다. 거래소 앱은 코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최초발행일, 시가총액, 총 발행한도, 코인 개발 배경과 활용, 그리고 특장점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업비트’ 앱의 화면에 소개된 내용을 보니, ‘엘프’는 “3세대 블록체인 플랫폼 코인 중 하나로 병렬 처리 알고리즘으로 트랜잭션을 처리하여 실제 금융 비즈니스에서 활용될 수 있는 처리 속도를 제공”한다. 두 번 읽어보았지만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개당 684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전날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오전 9시엔 20% 가까이 튀어 오르기도 했다. 

단타의 원리는 단순하다. 상승 추세를 보이는 암호화폐를 매수한 뒤, 높은 가격에 도달했을 때, 가급적 짧은 시간 안에 매도하면 된다. 구체적인 방법은 매도 주문 방식에 따라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실시간으로 체결되는 거래와 이를 나타내는 차트를 직접 살펴보면서 시장가에 바로 매도하는 방법이다. 주문 수량만 설정하면 시장가격으로 즉시 거래가 성사된다, 빠르게 주문을 체결하고 싶을 때 활용한다. 

둘째, 매도 가격과 수량을 직접 설정하는 지정가 주문 방식이 있다. 설정한 가격에 시장가격이 도달하면 거래가 체결된다. 하지만 나보다 먼저 해당 가격에 매도를 설정한 주문이 많으면 그만큼 체결이 늦어진다. 그사이 가격이 하락하면 매도가 이뤄지지 않는다. 체결 가능성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방법이다. 

셋째, 예약 주문은 지정가 주문에 감시 가격을 추가한 방식이다. 감시 가격은 특정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면, 투자자에게 알려주고 투자자가 별도로 설정한 가격(지정가격)에 주문을 하는 가격이다. 코인이 특정 가격(감시 가격)에 도달하면, 감시 가격과 다르게 설정한 지정 가격에 주문이 체결되는 방식이다. 보통 매도 시에는 감시 가격보다 주문 가격을 조금 낮게 설정하기 때문에 체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빠르게 이익을 실현하고자 할 때 쓰인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수수료도 0.139%로 지정가나 시장가 주문보다 3배 가까이 높게 책정되어 있다.

매수도 이와 마찬가지 방식이다. 만약 지정가로 매수 주문한 암호화폐에 투자가 몰리는 상황이라면 시장가격이 주문가격에 도달해도 실제 주문이 체결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50만 원 전액을 입력한 뒤 시장가 매수 주문 버튼을 눌렀다. 곧 684원에 주문이 체결되었다. 기차가 출발한 지 5분 후의 일이었다. 

알트코인은 ‘Alt’라는 어근에서 알 수 있듯이 비트코인에 대한 대안적(Alternative), 대체적 성격을 지녔다. 한국에서는 ‘잡(雜)코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의료정보 관리, 콘텐츠 거래, 신원 확인 등 특화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된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한 배경에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당사자 간 직접 거래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암호화폐의 기술적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이 탈중앙화된 개인 간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 알트코인이다. 음원콘텐츠의 저작권을 중개 수수료 없이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고, 개인의 처방기록을 앱에 제공하면 대가로 암호화폐를 지급하는 방식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알트코인인 ‘이더리움’은 “금융·부동산 계약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체결하는 스마트 계약을 도입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알트코인 가운데는 특별한 기술적 가치 없이 투자자들의 자금을 노리고 악의적으로 출시한 코인도 있다. 이러한 코인을 ‘상대를 속이는 행위’를 뜻하는 도박 용어를 빌려 ‘스캠(scam)’이라고 부른다. 스캠에 해당하는 알트코인들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낮은 진입 장벽’이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이해만 있으면 누구나 알트코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암호화폐 발행은 크게 네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창립 멤버를 모으고, ‘백서’를 발행한다. 백서는 가상 화폐의 기술적 배경, 용도, 발행량, 향후 계획 등의 내용을 공표하는 문서다. 그 다음 단계는 공개한 백서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모은 뒤 공모가격을 정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한다. 거래소는 ‘사전 검토’, ‘세부 검토’, ‘상장 심의 위원회 의결’ 등 세 단계를 거쳐 상장 여부를 결정한다. 해당 암호화폐 개발과 보수를 위한 기술적 역량을 지녔는지, 사업은 적법한지, 보안성을 지녔는지 등을 판단하는 것이다. 상장되면 암호화폐가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거래된다.

알트코인은 발행량도 정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개발 단계부터 발행량을 2100만 개로 고정했다. 중앙은행이 독점한 화폐 발행에 대한 반발로 ‘탈중앙화’를 추구하며 등장했기 때문에 누구도 자의적으로 초기에 설정한 발행량을 변경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반면 알트코인은 발행자가 발행과 유통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을 조작하기도 쉽다. 알트코인이 하루 아침에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어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도 있다. 

▲ 암호화폐 거래소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암호화폐의 기본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소개가 제공하는 내용 또한 전문적인 용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 업비트 홈페이지 갈무리

욕심으로 일궈낸 첫 소득

고향으로 가는 시간은 말 그대로 ‘순간 삭제’되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이 날은 유독 짧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창밖의 풍경도 보고, 책도 읽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눈도 잠시 붙이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날은 내내 스마트폰을 부여잡고 오르내리는 시세를 확인했다. 단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맹렬하게 가격이 오르다가도 갑자기 바람빠진 풍선처럼 가격이 쭉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또 다른 문제는 나의 욕심이었다. 700원을 목표로 매도 주문을 걸었지만, 가격이 빠르게 오르자 생각이 바뀌었다. 매도 주문을 취소하고 가격이 조금 더 오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 ‘때’는 끝내 오지 않았다. 급기야 700원을 상회하던 시세는 어느 순간 690원 대를 오르내렸다. 낭패감이 밀려왔다. 700원에 반드시 팔아야겠다고 의지를 다졌지만 700원 고지엔 쉽게 도달하지 못했다.

한시간 내내 스마트폰을 보느라 눈과 목과 손목이 아파왔다. 오후 4시 19분. 결국 699원에 매도했다. ‘510,710’ 단타를 위해 투자했던 50만 원으로 1만 원 가량의 이익을 보았다. 제천역을 출발한 기차가 증평역을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잠시 뒤 기차가 청주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집까지 가는 버스에서는 쉬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버스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내 곧 지루해졌고 다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음 ‘단타’를 준비했다. 

수익금을 제외하고 다시 50만 원으로 ‘이그니스’를 매수했다. ‘아더 플랫폼’, ‘NXT’, ‘차일드체인’와 같은 생소한 용어들로 설명되어 있다. 단어 뜻을 몰라 국어사전을 찾아봤는데, 이해하기 더 힘들었다. 암호화폐에 대한 설명은 이처럼 복잡하고 생소한 용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설명을 읽은 개인 투자자가 암호화폐의 시장성과 안정성, 실현가능성 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많은 투자자들이 암호화폐의 가치를 분석하기 보다 가격의 추이와 ‘직감’에 의존하는 이유다. 나도 ‘이그니스’의 가치를 이해하는 일을 포기하고, 그냥 매수했다. 개당 294원이었다.

버스에 내려서도 여전히 차트를 주시했다. 상승세에 있는 것 같은데 매도 타이밍을 잡기 어려웠다. 욕심이 문제였다. 수익 1만 원을 목표로 삼았다. 집에 도착할 무렵 때가 왔다. 가격은 300원을 돌파했다. 손가락을 뻗어 매도를 하려는 순간 302원이 되었다. 곧바로 매도했다. 51만 3606원에 판매됐다. 엘프에 이어 이그니스까지 학교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 2만 4000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2만 1000원을 거래소에서 출금했다. 출금 수수료 1000원을 제외한 금액이 내 통장에 입금됐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매도와 매수는 물론 출금할 때에도 수수료를 부과한다. 어쨌건 처음으로 수익을 실현했다. 교통비와 커피값을 벌겠다는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늦은 밤에도 단타는 계속됐다. 오후 11시 30분 개당 582원이던 ‘아르고’를 50만 원으로 매수했다. 15분 뒤 584원에 매도했다. 1000원 정도 이익을 본 셈인데 피로가 몰려와 빠르게 팔았다. 10분 뒤 다시 아르고를 50만 원으로 매수했다. 그 사이 개당 가격은 587원으로 올라 있었다. 이번에는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1시간 30분 여를 기다리다가, 매수했던 가격 587원 그대로 매도했다. 자정이 훌쩍 지났다. 수수료를 감안하면 아르고 단타는 적자였다. 그러나 이날 하루 전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고 자평하며 잠들었다.

▲ 가파른 상승세를 보고 매수했다가 1분 뒤 급락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암호화폐, 특히 알트코인의 시세는 등락폭이 매우 크다. ⓒ 일러스트: 조한주

이어진 첫 손실, 그리고 본전심리

알트코인의 가격은 특히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곧 도입될 백신여권에 어떤 알트코인이 기술적으로 활용된다는 소식이 퍼지면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고, 코로나19 재확산이나 백신 부작용 등으로 코로나19 종식이 어려워지면 폭락하는 식이다. 

다음 날에도 알트코인 ‘단타’는 이어졌다. 이번엔 분명한 성장가능성, 호재가 있는 알트코인을 골라내 투자하기로 했다. ‘스텔라루멘’이라는 코인을 골랐다. 관련된 개략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 ‘나무위키’에 접속해보니 우크라이나 정부에서 국가 디지털화폐 개발을 위해 선택했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한 경제지가 이를 보도한 기사도 검색됐다. 석달 전 기사지만 오히려 ‘거품’이 조금 빠진 지금이야말로 좋은 투자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했다. 

오후 3시, 개당 875원 하는 스텔라루멘을 50만 원으로 매수했다. 하지만 5분 뒤 854원으로 곤두박질치더니 가파르게 떨어졌다. 전례 없는 하락에 당황했지만, 물끄러미 차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국기와 스텔라루멘의 심볼이 머릿 속에 멤돌았다.

이날은 밤 늦도록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차트만 바라보았다. 더 기다릴까 싶었으나, 하락세는 바뀔 것 같지 않았다. 다음 날 새벽 1시 19분 가격이 777원을 가리키자,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웠다. 44만 3999원에 매도했다. 5만 6000원 가까운 손해였다. 

주말 내내 벌인 단타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2만 4000원을 벌고, 5만 6000원을 잃었으니 2만 2000원을 손해 본 셈이다. 이쯤에서 정신을 차렸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손해를 본 나의 머리 속엔 본전을 찾아야 한다는 심리가 자리잡았다. <‘파이어족’ 진짜 있네… “투자로 35억 벌어 29살에 퇴사했어요”> 라는 기사도 나를 격려하는 듯 했다. 기사 속 청년은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인 암호화폐 투자에 나서 35억 원을 벌고 은퇴했다고 한다. 

친구따라 코인산다

나보다 넉 달 먼저 암호화폐 투자에 나선 친구 A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는 내게 ‘메타디움’을 추천했다. 자신도 이미 투자한 종목이라며 코인의 활용도 및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앞으로 넉 달 안에 세 배 이상 가치가 뛸 것이라 자신했다. 이 코인을 발행하는 기업이 국내 한 통신사와 함께 정부기관이 추진하는 백신여권과 관련된 신원인증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는 기사도 함께 보내주었다. 

차트를 보니 이미 2주 전 개당 가격이 500원을 넘었다가 300원 대로 떨어졌다. 하락세였다. 반신반의했지만, 거품이 빠진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는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결국 남은 44만 3999원을 메타디움에 투자하기로 했다. 당시 가격은 개당 300원에서 310원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었다. 가격이 개당 291원일 때 매수하기로 하고 주문을 걸어두었다. 오후 1시 무렵이었다.

4월 13일 오후 4시 16분, 스마트폰이 울렸다. 전날 주문해 둔 메타디움 거래가 체결되었다.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매수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하던 때였다. 저점에 매수해서 고점에서 팔아야 한다. 누구나 아는 원리이지만 저점이 어디인지, 고점이 어디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나는 291원이 메타디움의 저점이라고 판단했다. 근거는 그저 나의 ‘직감’이었다. 추락은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다음 날 오전 9시 메타디움의 가격은 274원을 나타냈다. 순식간에 5만 원 가까운 돈이 증발했다. 

▲ 4월 10일부터 사흘 동안 벌인 알트코인 단타의 결과. 수익이 있었지만 손해가 더 컸다. ⓒ 김동우

단타 투자자의 속사정

암호화폐 투자자들 상당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안정적인 암호화폐와 함께 알트코인에도 투자한다. 가전제품 수리업에 종사하는 B(30) 씨는 알트코인 ‘단타’에 나선 전형적인 사례다. 몇 주전 모바일 앱으로 차트를 살펴보다가 ‘웨이브’라는 코인이 짧은 시간동안 40%씩 가격이 뛰어오르는 걸 보았다. 그는 즉시 수중의 160만 원을 입금하여 코인을 매수했다. 2분 만에 30만 원 넘게 상승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 예상한 B 씨는 코인을 팔지 않았다. 하지만 5분 뒤 30만 원이 하락했다. 그는 본전치기에 그치며 코인을 매도했다. 그는 “소액 투자자일수록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단타에 나서는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고 다시 이를 복구하려는 심리에 단타에 뛰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A(30) 씨는 초기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할 때 ‘루나’라는 알트코인에도 투자했다. 지인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고 제법 이익을 봤다. 루나는 2019년 7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상장됐다. 이후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A 씨는 이후 ‘이더리움’과 ‘메타디움’이라는 알트코인에도 투자했다. 이 가운데 메타디움은 백신여권에 활용된다는 호재를 듣고 200만 원을 투자했지만 폭락하여 상당한 손해를 보고 매도했다. 최근에 ‘비트코인 캐시’에 투자하여 과거의 손해를 충당했다.  

대형식당 홀 매니저로 일하는 C(30) 씨도 ‘메타디움’, ‘라이트코인’ 등 다양한 알트코인에 투자한 경험이 있지만 비교적 오랫동안 투자금을 넣어두는 편이다. 그는 “단타를 노릴만한 암호화폐일수록 위험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불확실성에 비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 같아 단타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친구의 추천을 통해 ‘넴’이라는 알트코인에 1300만 원을 투자했다. 현재 넴의 가치는 3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C씨는 팔지않고 조금 더 보유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다시 오를 것이라 믿고 있다. 

 

* 3회 <도지코인, 그리고 폭락의 시작> 편은 4월 16일 불어닥친 도지코인 광풍에 함께 휩쓸렸던 기록이다. 도지코인이 비상식적으로 급등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추가로 50만 원을 입금하여 단타에 나선다. 하지만 이와 함께 비트코인의 시세는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수익률도 급격히 낮아진다. 


편집 : 이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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