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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년의 외침 “난 이제 멍청하지 않아!”
[글케치북] 마스크 코인
2020년 03월 10일 (화) 17:12:15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벌어야겠네, 쉬었어 실컷…”

   
▲ 임세웅 기자

내 ‘최애’ 래퍼 이센스의 노래가 방안을 울린다. 멋진 노래 가사다. 눈을 반짝 떴다. 가장 먼저 오픈마켓에 접속해 마스크 시세를 확인한다. 역시, 또 가격이 올랐다. 한창때 비트코인 못지않다. 입꼬리가 의지와는 상관없이 올라간다. 살 맛 난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일어나 센스 형의 래핑을 들으며 한숨을 쉬고, 억지로 삶의 의지를 다지던 지난날과는 다르다. 악과 한이 서려 있다고 느끼던 센스 형의 래핑이 오늘따라 감미롭게 들린다. 자동으로 센스 형 노래를 따라 부른다. “벌어야겠네~.” 크게 벌 거다.

다시는 바보처럼 살지 않으리라. 같잖은 도덕과 윤리와 소신을 추구하던 지난날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서울시에서 지급하던 청년수당을 나보다 더 힘든 사람에게 주라고 신청하지 않았던 일, 아버지가 소개해 주는 직장을 다른 사람의 정당한 기회를 빼앗는 일이라며 거절한 일, 그러면서 ‘나는 크게 될 사람이다’라며 대기업 공채와 국가고시에 매진하던 일.

어쭙잖은 윤리는 아버지의 경제력에 기생할 때만 가능했다. 성공의 길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부모님의 퇴직으로 경제적 지원이 끊기고, 해 놓은 것 없이 서른이 되면서 깨달았다. 도덕은 사치재다. 도덕은 자신을 충분히 돌볼 수 있는 부유한 자들의 것이다. 제 몸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윤리를 지키기 위해선 누군가 희생이 필요하다.

“이제 나는 멍청하지 않아.” 중얼거리며 마스크 가격을 수정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개당 1,500원에 팔았는데, 현 시세는 2,500원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과도한 공포에 떨지 말라’고 했을 때만 해도 마스크 시세가 ‘떡락’할 줄 알았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기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렇게 허무하게 꺾이진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투자엔 언제나 리스크가 따르는 법, 신천지가 나를 구원했다. 그들 덕에 코로나19는 널리 널리 퍼졌다. 마스크 값은 폭등했다. 오늘은 100매 박스 20개만 팔아야겠다. 올리는 순간, 3분도 안 돼 매진됐다. 아차 싶다. 가격을 너무 낮게 부른 거다. 그새 시세는 500원이 올라 3,000원이다. “젠장!”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똑똑해져야 한다.

   
▲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는 높은 수익을 내는 재화의 성질을 띄게 됐다. ⓒ pixabay

“뭐야, 너?” 친구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오랜만에 운동복과 후드를 벗고 셔츠와 슬랙스를 입고 나온 탓이다. “내가 만날 때마다 너한테 얻어먹었지? 오늘은 내가 산다! 다 시켜!” 친구는 얼굴을 활짝 폈다. “한다던 사업 성공했구나? 역시 성공엔 나이가 없다니까. 너 그렇게 반듯하게 사는 거 보고 성공할 줄 알았어!” 쓴웃음이 났다. “나 코인 탔잖아~ 마스크 코인!” 친구의 얼굴이 구겨졌다. “네가 마스크로 폭리 취하는 놈 중 한 명이야? 하, 새끼…” “어허~ 폭리라니? 미래 예견에 대한 보상이라고.” 친구는 타이르는 말투로 말했다. “야, 내가 살게. 번 돈은 좋은 데다 써라. 기부하든지.”

갑작스레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내가 산다니까?” “그렇게 번 돈으로 산 건 먹기 싫어.” 모욕감에 몸이 덜덜 떨렸다. 입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너는 새꺄 깨끗한 줄 알아?” 사람들 시선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친구에게 계속해서 쏘아붙였다. “남들 생존권 침해하는 땅 투기로 돈 번 주제에 더러운 돈? 네가 제일 더러워 새꺄! 똑같은 방법으로 돈 버는데 나는 더럽고 너는 깨끗하냐?”

“손님, 소란 피우시면 안 됩니다. 나가주세요.” “죄송합니다.” 친구를 뒤로한 채 걸어 나왔다. 신경질적으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센스 형의 노래를 틀었다. ‘저 사기꾼 새끼, 사진 몇 장하고 편집한 역사면 뭐든지 다 말이 되지. 나도 저렇게 하자…’ “나도 저렇게 하자…” 센스 형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삶의 의지를 또다시 다졌다.


편집 : 임지윤 기자

[임세웅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시사현안팀 임세웅입니다.
벽처럼 단단한 시민들의 생각에, 사회시스템에 균열을 내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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