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민족주의’

▲ 이동민 기자

민족주의는 ‘단일민족’임을 자랑한다. 극단으로 가면 선민주의에 빠진다. 국제관계에서는 역지사지의 태도를 가져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진다. 어느 인디언 추장이 말했듯이 세상 만물은 하나의 원으로 연결돼 있다. 민족주의는 누구나 어떤 집단이나 거대한 원의 한 고리라는 사실을 거부한다. 

역사적으로 민족주의는 인류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다. 독일이 경제난에 빠지자 등장한 히틀러는 나치즘을 내세워 독일 국민을 열광하게 했다. 그가 조장한 아리안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학살극으로 끝났다. 2차세계대전으로 독일은 패망했고 유럽의 극단적 민족주의는 퇴색하는 듯했다. 

세기를 넘어서 민족주의가 미국에서 부활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백인민족주의’를 정치 이념으로 깐 채 이웃 나라와 소통을 끊고 자국 이익만을 위한 조처를 취했다. 세계 경찰국가로서 위상을 떨쳐온 미국은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편가르기’식 정책을 폈다. 트럼프는 국내 이민자들을 추방 대상자로 매도했다.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웠다. 한국에는 무리한 방위비 분담을 강요했고 중국과는 무역 전쟁을 일으켰다. 

▲ 여러 분야에 걸쳐 극단으로 이어진 민족주의는 이웃 국가간의 수많은 분쟁을 낳았다. ⓒ KBS

지난 선거에서 미국인 다수는 트럼프를 외면했다. 그는 물러났지만 민족주의 성격이 짙은 ‘트럼피즘’은 미국 사회에 스며들었다. 그는 패자이면서도 바이든을 빼면 역대 대통령 선거의 어떤 승자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그릇된 민족주의가 부활한 미국 사회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도 불법 이민자들을 향한 반감으로 우파 세력이 확장되고 민족주의 성향 정치인이 득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상당수 사람들은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에 반대한다. 역사는 지나친 민족주의의 말로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역사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한국이 극심한 갈등사회가 된 것은 자기만 이롭게 하려는 아전인수식 발상에 너무 빠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좌우, 여야, 노사, 세대, 계층, 지역, 환경 등 서로 간 갈등 국면에는 대개 인간, 특히 강자나 기득권층의 자기중심주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공간이 넓어져야 할 때입니다. 그런 생각과 풍자가 떠오르는 이는 누구나 글을 보내주세요. 첨삭하고 때로는 내 생각을 보태서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봉수 교수)

편집 : 이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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