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팩트체크주간] 개막식·나디아 비쎄르 EJTA 이사장 기조강연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공동 주관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후원하는 ‘제1회 팩트체크 주간’ 행사가 2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개막했다. 이번 행사는 팩트체크의 필요성에 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다. 팩트체크 주간은 국제팩트체크네트워크(IFCN)가 2017년에 제정한 ‘국제 팩트체킹의 날(4월 2일)’에 시작돼 오는 8일까지 계속된다.

▲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팩트체크넷이 주관하는 ‘제1회 팩트체크 주간’의 공식 포스터. ⓒ 시청자미디어재단

제1회 팩트체크 주간은 ‘일상을 흔드는 거짓, 팩트체크로 바로 잡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 미디어와 팩트체크 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세미나와 북토크를 통해 딥페이크와 AI 등 허위조작정보에 관련된 기술과 코로나19 백신 허위정보 문제 등을 다룬다. 모든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첫날인 2일에는 개막식에 이어 ‘EU팩트체크 : 범 유럽 팩트체크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EJTA) 나디아 비쎄르(Nadia Vissers) 이사의 기조강연이 있었다. EJTA는 1990년 전 세계 80여 개 저널리즘 관련 교육기관이 연합해 만든 저널리즘 교육 단체로,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다. 비쎄르 이사는 전직 라디오 저널리스트로, 20년 넘게 저널리즘과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일했다. 지금은 벨기에 왕립예술학교에서 저널리즘 전공 수업을 맡고 있다.

팩트체크 통해 시민의 선택권을 넓혀야

“언론인이 정보원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선택과 여론이 팩트에 기반하길 바라며, 시민들이 사실을 바탕으로 논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EJTA가 EU팩트체크 프로젝트를 창설한 이유입니다.”

비쎄르 이사는 ‘EU팩트체크 프로젝트’의 목적을 설명하며 기조 강연을 시작했다. 2017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대학 등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팩트체크 교과 과정을 만들어 기성 언론이 잘못 전한 정보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벨기에, 러시아 등 유럽 각국에 있는 대학교와 저널리즘스쿨 등 70여 교육기관의 교수들과 4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 다섯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팩트체크 대상은 24시간 뉴스를 발행해야 하는 언론 환경 때문에 모든 내용을 검증하기에 시간이 부족해 생기는 잘못된 정보다. 비쎄르 이사는 “주제는 다양하게 하되, 플랫폼과 언어, 팩트체크 방법론은 15개 저널리즘스쿨이 모두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한 국가만이 아닌, 범 유럽적인 정치 주장 등을 팩트체크한다”고 말했다.

▲ 나디아 비쎄르 유럽저널리즘교육협회 이사가 팩트체크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시청자미디어재단

EJTA에서는 팩트체크 방법과 공통 도구 등을 개발해 예비 언론인들을 교육하고 지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각국 저널리즘스쿨의 교수진들은 활발하게 교류하며 교수법을 발전시킨다. 비쎄르 이사는 “유럽평의회 등으로부터 매우 적은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학생과 교수진의 헌신을 통해 시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제→저자→사실’ 3단계로 팩트체크해

이 프로젝트의 가장 대표적인 팩트체크 방법은 순서도(플로우차트, Flow Chart)를 활용한 3단계 검증이다. 순서도는 크게 명제 검증과 저자 검증, 사실 검증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명제 검증은 명제가 사실과 의견, 예측 가운데 어느 것인지를 검증하는 단계다. 비쎄르 이사는 “예를 들어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1년 동안 미국 경제가 10% 성장할 것이다’는 명제는 ‘예측’”이라며 “의견과 예측은 검증할 수 없다고 판단해 팩트체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저자 검증이다. 기사를 포함해 콘텐츠를 만든 저자와 정보를 제공한 관계자 등이 어떤 사람인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저자나 관계자의 지위가 중립적인지, 전문가인지, 연구기관 소속인지, 그냥 일반 시민인지 등을 판단한다.

▲ EU팩트체크 누리집 주요 화면 갈무리. EJTA 팩트체크 프로젝트 참여 학생들이 팩트체크한 결과가 ‘대체로 거짓’, ‘거짓’ 등으로 표시되어있다. ⓒ EJTA

마지막 단계는 주장의 참과 거짓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사실 검증 단계다. 비쎄르 이사는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2차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며 “이 세 단계를 모두 진행하면 학생들은 ‘진실’, ‘대체로 진실’, ‘대체로 거짓’, ‘거짓’ 등 명제를 잠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여러 국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치가 없거나, 학생이 이용할만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경우도 나오는데, 이는 ‘기관과 기성 언론이 제대로 일하지 않아서’라고 덧붙였다.

“학생들, 전문적 내용을 팩트체크하는 데 두려움 없어”

비쎄르 이사는 “EU팩트체크 프로젝트가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이 프로젝트가 뉴스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비 언론인이 팩트체크의 목적와 방법을 배우는 장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주요 성과로 참여 학생들이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접근법을 체득하고, 팩트체크가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된 것을 꼽았다. 비쎄르 이사는 “학생들은 EU의 정책부터 기후변화, 과학적 주제까지 복잡한 사안을 다루는 데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자신들이 팩트체크한 내용을 만화와 사진 콜라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U팩트체크 프로젝트의 발간물과 순서도 등은 EU팩트체크 누리집(https://eufactcheck.eu/)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쎄르 이사는 “기성 언론이 전한 기사를 팩트체크하는 프로젝트이니만큼 투명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실 확인을 하며 사용한 모든 자료는 출처를 표시하고, 누리집을 통해 발간 자료와 그동안 연구한 교수법 등을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김영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커뮤니케이션팀장과 최원석 시청자미디어재단 연구원이 참여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팩트체크를 하며 어떤 걸 가장 어렵다고 느끼나’라는 질문에 비쎄르 이사는 “기성 언론의 기자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학생들은 잘못된 정보의 최초 정보원을 찾는 과정을 가장 어렵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는 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제1회 팩트체크 주간의 모든 행사는 시청자미디어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다.


편집 : 조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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