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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못 할 취재원···이대로 괜찮을까?
[언론윤리] 익명 취재원 남발하는 언론 보도
2021년 02월 09일 (화) 17:37:49 김계범 기자 aiolos1001@naver.com

취재원은 기자의 취재·보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기자는 취재원의 발언 등에 기초해서 사실관계를 여러 번 확인한 뒤 보도를 한다. 기사에 등장하는 취재원은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도 하고 떨어뜨리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 보도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익명의 취재원에 기반을 둔 기사가 많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취재원에 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언론 보도에는 얼마나 많은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할까? 2020년 11월 23일부터 28일까지의 <한겨레> 지면을 직접 읽고 조사해보았다. 익명의 취재원이 2회 이상 등장하는 기사의 수는 총 24건이었다. 하루에 4건 꼴이다. 관계자, 한 교수, 한 의원, 김아무개 씨 등 기사에 등장하는 방식도 다양했다. 익명의 취재원이 1회 이상 등장하는 경우는 너무 많아 일일이 세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같은 기간 포털 사이트 네이버 검색을 이용해 주요 일간지의 지면 기사에 익명 처리한 ‘관계자’가 등장하는 기사를 찾아보니 <조선일보> 116건, <중앙일보> 60건, <동아일보> 133건, <경향신문> 69건, <한국일보> 70건이었다. 관계자 외의 다른 익명 취재원이 등장한 기사까지 생각한다면 한 주 동안 지면상에 등장하는 익명의 취재원은 수백 명에 이를 것이다.

   
▲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2020년 11월 23일부터 28일까지의 ‘관계자’를 검색한 결과 나온 <동아일보>의 지면 기사 일부 갈무리. ⓒ 네이버

외국의 신문들과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주요 일간지 기사에는 많은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한다. 좋은 저널리즘 연구회가 기획한 <기사의 품질>에서 박재영·이나연 교수가 쓴 “기사의 품질 평가”를 보면 2016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10대 일간지에 등장하는 투명 취재원은 기사당 평균 2.6명이다. 이에 반해 아사히신문은 3.8명, 더 타임스는 4.3명, 뉴욕타임스는 8.4명으로 우리 언론과 크게 비교된다. 여기서 말하는 투명 취재원은 실명 취재원뿐만 아니라 명확하게 직위 등이 나와 있어 독자가 충분히 유추 가능한 준실명 취재원을 포함한다. 

언론 전체의 신뢰 떨어트리는 익명 보도

익명 보도는 말 그대로 취재원의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해 이를 기반에 두고 작성한 기사를 말한다. 모든 기사의 취재원을 실명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익명 보도가 필요한 때도 있다. 범죄 피해자, 내부고발자 등 취재원 보호를 위해 철저히 익명 보도를 해야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경우 외에 일반적인 기사에서도 너무나 흔하게 익명의 취재원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 경제 기사 등에 등장하는 익명의 취재원은 거의 관습적이라고 할 만큼 자주 등장한다. 독자에게 기자가 익명의 취재원을 이용해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기사를 작성했다고 느끼게 하는 기사는 해당 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해당 언론사와 언론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기자는 어렵더라도 취재원을 끝까지 설득해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2020년 8월 방송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101회에서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익명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 KBS

언론 보도에 왜 이렇게 많은 익명의 취재원이 등장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취재원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게 기자들의 설명이다. 중요한 정치·사회 현안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하는데 청와대, 검찰 등 고위 당국자들이 실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언론에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또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취재원들도 익명을 요구한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자신의 이름을 언론에 노출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익명을 전제로 한 취재원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검증을 하기 어렵다. 불필요하게 책임을 지기 싫어 익명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취재원들의 발언은 가능하면 기사 작성에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기자가 관습적으로 익명 취재원에 기대 기사를 쓰는 것도 문제다. 당장 기사 작성에 급급해 익명의 취재원을 남발하는 기사를 쓰는 것은 장기적으로 자신은 물론 언론 전체에 독이 될 수 있다. 기사에 익명 취재원이 자주 등장하게 되면 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심하게는 정말 취재원이 실재하기는 한 것인지 의심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20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의 직접 고용을 두고 논란이 됐을 때 <뉴스 1>이 관련 보도를 하면서 익명으로 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대화 내용을 사실관계 확인 없이 보도했다. 이를 다른 많은 언론사에서도 추가 확인 없이 보도했는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달라 큰 논란이 됐다. 이후 오픈 채팅방의 대화 내용이 허위 주장이라는 것을 여러 매체에서 보도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사를 보도한 <뉴스 1> 기자는 인터뷰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 없이 보도했다고 말하면서도 ‘보도에는 문제 없다’는 주장을 했다. 해당 보도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기자가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2020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 요원 정규직 전환 문제가 이슈가 됐을 때 보도된 <뉴스 1> 기사에서 인용한 오픈 채팅방의 허위 주장 대화 내용 캡처. ⓒ <뉴스 1>

TV 뉴스에서도 익명 보도 문제는 심각하다. TV 뉴스는 영상을 통해 뉴스를 전달한다. 따라서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다. 우리나라 방송사의 뉴스 리포트에 나오는 인터뷰를 보면 취재원을 익명으로 표기하고 모자이크 처리한 사례가 많은 편이다. 김경모 교수 등은 2020년에 낸 <텔레비전 뉴스의 품질>에서 “국내 방송사들은 습관적으로 화면 흐리기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굳이 모자이크 등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면까지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우리나라 현장 기자들은 방송 뉴스에 모자이크 등이 많은 것이 사회적·법적 문제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을 투명하게 전달하는 게 저널리즘의 원칙”이라며 “취재원 보호 목적 외에 모자이크 처리를 남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텔레비전 뉴스의 품질>은 뉴스 속 모자이크 처리의 남발이 뉴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연 이런 내용까지 익명 처리가 불가피한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 KBS

실명 표기 늘려 기사의 투명성 높여야  

우리나라 주요 언론사는 익명 보도에 관해서 어떤 윤리 규범을 갖고 있는지 알아봤다. 먼저, <조선일보>는 2017년 12월 발표한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서 취재원 명시에 대해 10개 조항으로 정리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모든 기사는 취재원을 밝히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의견이나 추측이 아닌 정보로서 뉴스 보도에 필수적인 경우, 익명을 요구한 출처를 제외하고는 해당 정보를 입수할 수 없을 경우 등 5가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취재원 익명 표기를 허용하고 있다. 

2020년 5월, 1만 호를 맞아 ‘취재보도준칙’을 전면 개정한 <한겨레>도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익명 보도에 관해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모든 기사의 취재원은 실명 표기를 원칙으로 하되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취재원이 익명을 전제로만 말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그 정보를 입수할 다른 방법이나 경로가 없을 경우 등 3가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익명 표기를 허용하고 있다. 

<한국일보>도 2020년 1월 개정한 ‘편집강령/취재보도 기준’에서 “취재원은 모두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하면서 “다만 취재원이 특별히 요구하거나 취재원을 밝힐 경우 정보접근이 어려울 경우 취재원을 밝히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사건보도준칙 등 구체적인 보도 준칙을 만들어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취재원을 익명으로 표기해 보도하도록 하고 있다.

KBS는 2016년 3차 개정한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서 실명 보도를 원칙으로 하는 구체적인 보도 원칙을 제시했다. SBS와 JTBC도 구체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윤리강령’을 통해 모두 취재원 실명 표기를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언론사에서 실명 보도를 규정으로 정해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구호나 선언 그 자체가 아니라 실천에 있다. 여전히 익명 보도가 전체적으로 많고 특히 정치·사회 등의 분야와 같이 객관성과 공정성이 각별히 요구되는 뉴스에서 익명 보도를 계속 남발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서 “분명하고 자세하게 취재원을 드러내는 일은 기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투명성의 실천”이며 “수용자들과 더 열린 관계를 구축하는 토대가 된다”고 말했다. 기사에서 취재원을 실명으로 표기하는 것은 신뢰받는 언론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명하게 취재원을 공개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취재원을 익명으로 표기하더라도 수용자가 납득할 수 있게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 


편집 : 윤상은 기자

[김계범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장, 지역농촌부 김계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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