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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 모자 비극' 보편복지로 막아라
[단비발언대]
2021년 01월 01일 (금) 12:06:02 박두호 기자 dooh5@naver.com
   
▲ 박두호 기자

송파 세 모녀가 세상을 떠난 지 6년이 지났다. 그 후 일명 '송파 세 모녀 법'을 제정해 맞춤별 개별 지원을 강화했다. 수급 대상자에서 탈락해도 소득에 따라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공과금 체납 정보로 위기 가구를 찾는 시스템도 갖췄다. 그런데도 작년 성북구 네 모녀의 비극은 막지 못했다. 각종 공과금 체납 등 29개 지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성북구 네 모녀는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다. 전기료 2개월 체납이 체크됐지만, 기준은 3개월 이상이었다. 선별 복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 기준을 설정하는데 이는 사각지대를 만든다. 

60대 김 씨가 숨진 지 5개월 만에 발견된 방배동 모자 사건은 행정편의주의에서 생긴 사회적 타살이다. 모자는 100개월 치 건강보험료를 체납하고 전기·가스요금도 내지 못 했지만, 서초구는 이 가구를 ‘근로능력 있는 2인 가구’로 관리했다. 아들 최 씨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고도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생긴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도 방배동 모자를 선별하지 못했다. ‘찾동’은 김 씨와 50여 차례 상담했지만, 모두 전화로 하거나 김 씨가 찾아와서 했다. 서초구는 2008년부터 방배동에 산 김 씨 모자를 12년 동안 '위기가구'로 선별하지 못했고, 최 씨가 10년 이상 소득이 없었는데도 장애 사실을 몰랐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SNS에 올린 사과문도 복지 사각지대를 찾지 못한 행정편의주의를 반성하는 것이었다.  

   
▲ 방배동 비극에 조은희 구청장이 보낸 사과 ⓒ 조은희 구청장 페이스북

부양의무자 제도는 위기가구 선별에 불필요한 행정 절차다. 김 씨는 2005년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2008년부터 건강보험료를 체납해 병원에 가기 어려웠다. 이혼한 전남편이 아들의 부양의무자여서 지원을 받으려면 부양의무자와 연락해야 했다. 김 씨는 전남편과 연락을 거부해 생계급여, 의료급여를 받지 못했다. 가족 관계가 해체된 이유를 설명해야 하고 수급신청자의 위치와 상황을 부양의무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라면 가해자에게 내 정보를 건네고 동의까지 구해야 한다. 그는 주택급여만 2018년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뒤부터 받았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생기는 복지 사각지대는 73만 명에 이른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는 한국의 현실이 담겨 있다. 성실한 목수 다니엘은 심장에 이상이 생겨 목수 일을 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는다. 실업급여를 받으려 여러 절차를 밟았지만 팔과 다리가 멀쩡하다며 거절당한다. 케이티는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으로 생계 지원금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 시간에 늦어 지원금이 끊긴다. 다니엘은 직업을 잃자 빈곤층으로 떨어지고 케이티는 사창가로 출근한다. 행정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다. 

   
▲ 지원금을 신청한 케이티가 쫓겨나는 장면 ⓒ <나,다니엘 블레이크>

한국의 절대빈곤층은 7%지만 기초생활 수급 규모는 3%다. 누군가를 선별해야 하므로 4%를 제외해야 한다. 생활고에서 생기는 비극이 반복되는 이유다. 구청장의 의지로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찾는 것은 다른 수급자를 제외한다는 의미여서 근본적 해결책이 못 된다. 절대빈곤층은 낮추고 수급 규모는 늘려야 한다. 경쟁에서 밀려도 빈곤층이 되지 않게 공적연금 같은 보편 복지가 필요하다. 기초생활 수급자를 확대해야 한다. 앉아서 기다리는 ‘찾동’이 아니라 고립된 사람을 직접 찾는 ‘찾동’으로 사각지대를 보완하면 된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긴 비극에는 구청장보다 정부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편집 : 정진명 기자

[박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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