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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 똥과 아크로폴리스 신전
[상상사전] ‘욕망’
2020년 12월 23일 (수) 12:42:43 오동욱 PD odw0201@nate.com
   
▲ 오동욱 PD

모래 무덤 위에 아슬아슬 서있는 똥 덩어리. 가까워질수록 비린 냄새가 난다. 강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수달의 흔적이다. 수달의 배변활동은 특이하다. 자기 영역에서 높이 돌출된 곳을 찾아 배변을 한다. 돌무더기나 강변에 돌출된 바위가 가장 좋은 장소다. 그것도 없으면 모래를 한데 모아 꼭대기에 배변한다. 흙으로 변을 묻는 호랑이나 늑대와 다르다. 수달은 높은 곳에 배설함으로써 지배 영역을 선포하고 권위를 확인한다. 항문 부근에 있는 호르몬샘을 이용해 똥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것이다. 어쩌면 수달에게 높은 곳과 권위는 같은 것일 수 있다. 

   
▲ 금강 고마나루, 수달 똥이 모래 둔덕 위 가장 높은 곳에 있다. © 오동욱

수달만 높은 곳과 권위를 등치 시킨 것은 아니다. 고대인도 같은 생각을 했다. 그리스 도시국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는 건축물은 신전이다. 신전은 신이 인간에게 신탁을 내리는 공간으로 필연적 운명과 절대성의 상징이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과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이 대표적이다. 권위와 높은 곳을 같다고 본 것이다. 동양도 마찬가지였다. 동양에서는 하늘을 신 자체로 숭배했다. ‘천벌’ 개념, ‘천복(天福)’ 개념은 하늘이 인간의 행위를 평가하고 도덕적 삶을 강제할 수 있는 권위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고대인에게도, 수달에게도 높은 곳은 권위의 상징 장소다. 

수달과 인간은 무엇을 높은 곳에 놓는지, 그 점에서는 차이가 난다. 수달은 가장 높은 곳에 똥을 둔다. 똥을 통해 자신의 배타적 영역을 설정한다. 이는 높은 곳이라는 권위를 자신과 등치 시키는 행위다. 수달의 영역 다툼은 죽고 죽이는 것으로 번질 정도로 잔혹하다. 이런 잔혹성은 권위와 자신을 등치 시키는 행위 때문인 듯하다. 남의 영역에 들어간 수달이 마주한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회피하거나 침범하여 영역을 빼앗거나. 수달은 영역 다툼에 승리하면 그 영역에 자기 똥을 눈다. 

반면, 고대인은 가장 높은 곳에 자신보다 신을 놓았다. 높은 곳에 놓인 신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능을 했다. 신들의 이야기인 신화는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한 개인의 행동양식과 사회적 균형을 가르친다. 너무 높게 하늘을 날았다가 추락한 이카로스 이야기는 절제를 가르쳤다. 남을 자신의 기준으로만 재단하는 악당 프로크루스테스와 그를 처단하는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금기를 가르쳤다. 높은 곳에 신을 둔 고대인의 지혜가 공동체를 유지하고, 문명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든 셈이다. 

우리는 고대인의 지혜를 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들의 지혜를 망각하고 그 자리를 꿰찬 것은 수달과 같은 욕망이었다. 한 도시가 통째로 들어가는 초고층 빌딩을 세운 일도, 모두가 공유하던 강을 소수 사람들이 사용한 일도, 그리고 높은 곳에서 일어난 용산참사도 그런 욕망이 점철된 역사였다. 돈과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그러기 위해 타자는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배타적 욕망은 끝내 자신을 욕망의 재물로 만든다. 역사가들은 ‘높게 쌓은 성벽이 자신을 가둔다’고 생각했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 욕망의 탑을 쌓은 이명박도 독방에 갇혔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강주영 기자

[오동욱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오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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