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사전] ‘예술’

▲ 정진명 기자

마르셸 뒤샹의 변기를 작품으로 만든 ‘샘’을 두고 ‘예술이다’ ‘아니다’ 논란이 많았다.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변기는 일반 기성품이니 화장실이 아닌 전시장, ‘변기’가 아닌 ‘샘’으로 장소와 명칭만 바꿔 창작품으로 인정한다는 게 대중에게는 충격일 수밖에 없으니까. 생각을 전환하면 ‘흔히 볼 수 있는 기성품’도 예술작품이 되는 시대다. 이 레디메이드 작품은 20세기 현대미술의 대표작품으로 인정받는다.

21세기 들어 한국 사회에서도 획기적인 생각의 전환이 일어났다. 바로 ‘공유경제’다. 공유경제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지 말고 빌리자’는 생각이 퍼지면서,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경제모델로 떠올랐다. 이전까지 우리 삶은 ‘내 소유물’과 ‘타인의 물건’으로 구분 지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소유물을 가지기 위해 쟁취하려고 애썼다.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 통념이 됐다.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생겼다. 공유경제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1997년에 일어난 ‘아나바다 쓰기운동’을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렵던 경제위기 상황과 지금은 다르지만, 취지는 비슷하다. 검소하지만 실용적인 소비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공유경제’는 자동차나 옷 같은 물건뿐 아니라 공간의 버려진 시간까지 공유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공유 형태가 유형의 물건에서 무형 서비스로 확장된 것이다. 이렇게 빨리 성장한 것은 인터넷 및 IT 기술 발달로 시공간의 한계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등장하면서 일상에서 비대면으로 공유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사용한 점도 한몫했다. 공유경제의 이점은 공유 물건의 위치 정보를 쉽게 확인하거나 주문과 배송 등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이 적다. 최근 성남 등 지자체에서 시민들에게 공유경제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경력단절 여성이 공유주방과 가게 형태로 창업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공유경제에는 한계가 있다. 우선 정부는 새 정책의 청사진만 그릴 뿐 구체적인 설계도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청장년을 막론하고 스타트업 창업을 권유한 적이 있었다. 판교 테크노밸리 내 창업 공유 사무실과 민간 창업지원 공간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창업이 새로운 일자리라고 독려만 했지, 법과 불법을 구별하는 기준을 정해 놓지 않고 사회적 합의도 생략해 스타트업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어긴 불법 업체라는 오명을 쓰고 퇴출됐다.

또 ‘에어비앤비’처럼 공유 숙박업체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무허가 업소들이 공유경제라는 이름 아래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유 킥보드, 카카오 자전거 등은 안전성 문제도 있다. 공유 킥보드나 카카오 자전거를 대여하고 반납하는 장소가 따로 없기 때문에 길거리 주변에 방치된 사례들이 늘면서 보행자들이 겪는 사고들을 뉴스에서 많이 접한다. 새로운 형태 사업이다 보니 아직 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우리 사회 공유경제가 벗어나지 못한 미숙함이다.

▲ 마르셀 뒤샹의 '샘'(Fountain) 1950 (1917 원작 복제). ⓒ KBS 뉴스 화면 캡처

뒤샹의 변기 ‘샘’은 기성품을 예술로 바꾸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객들에 의해 미술사에서 영원히 묻힐 뻔했다. 한국의 공유경제도 미래로 성장할지,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변곡점에 서있다. 예술 작품을 제대로 판단하고 새로운 미술 사조를 만들 수 있게 예술가(공유경제 기업), 관객(소비자), 큐레이터(정부) 가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4차산업혁명, 지구 온난화와 전염병 출현이 본격화하면, 삶의 형태가 급격하게 바뀔 테니 인간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발맞춰, 정부도 예술에 관한 조예를 길러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이봉수)

편집 : 정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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