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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눈 맞춤으로 채워지는 붕어빵
[저널리즘 쟁점] 지역 언론의 기능과 미래 ②
2020년 10월 25일 (일) 18:50:18 민지희 기자 mingky_official@naver.com

언론 전체가 항상 사회 ‘문제’의 하나로 거론되는 시대. 그중에서도 지역 언론의 문제는 무엇일까? 철저하게 수도권 중심인 사회에서 그래도 지역 사회가 제대로 서려면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담론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그러면 지역 언론은 제 역할을 하고 있거나, 적어도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저널리즘 쟁점>의 두 번째 순서로 ‘지역 언론’의 기능과 미래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다.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차가워지면서 붕어빵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지역 언론이라는 붕어빵에는 팥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붕어빵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로 나눠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① 지역 언론, 팥 없는 ‘붕어빵 저널리즘’
② 따뜻한 눈 맞춤으로 채워지는 붕어빵

정부도 지역 언론 위기 외면해

지역 언론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역 언론만의 문제라고도 할 수 없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는 노골적으로 지역 언론을 차별, 배제하고 있다. 지역 언론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마땅한 통로가 줄어들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수익이 마땅히 없다 보니 지역의 관공서에 더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네이버의 지역 언론 차별을 규탄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는 “네이버가 사기업의 정책이라는 점을 앞세워 대화를 거부하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은근슬쩍 지역 신문 3개(강원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만 추가했다”며 “지역 언론을 홀대하면 지역주민은 공론장이 무너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부산일보, 강원일보, 매일신문 3개 지역신문하고만 뉴스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다. 그 밖의 지역 신문은 하위 단계인 뉴스 스탠드 제휴나 검색 제휴에만 그친다. Ⓒ 민지희

지역 신문 배달망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으로 갈수록 신문사 유료 부수 비율이 낮아서 발생하는 문제다. 한국ABC협회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신문의 발행 부수와 유료 부수를 분석한 결과 지역 종합일간지의 발행 대비 유료 부수 비율은 2013년 59.1%에서 2017년 62.5%로 매년 소폭 상승했지만, 전체 일간지 발행 대비 유료 부수 비율의 평균인 78.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지역 종합 주간지는 발행 대비 유료 부수 비율이 2017년 25.7%로 2013년 29.7%에서 매년 소폭 감소하고 있었으며 전국종합 주간지의 1/3 수준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68%인 신문우송료 기본 감액률을 내년 1월부터 50%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우편접수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적자가 심화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문협회는 “판매 협의회가 신문을 매일 6,000부 이상 우편 배달하는 신문협회 회원사 2곳을 점검해본 결과 감액률이 18%P 줄면 연 4억 원 안팎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며 “농어촌이나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독자 신문 우송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어 지역별 정보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옥천신문> 황민호(45) 상임이사는 12일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신문 구독을 특이한 일로 받아들이지만, 농촌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못해 유일하게 지역과 소통하는 통로가 종이신문인 노인이 많다”며 “높아진 우송료로 인한 구독료 인상 부담이 지역민에게 없도록 문화체육부에서 어려운 가구에는 구독료를 지원해 준다거나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옥천신문>의 경우, 현재는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을 목적으로 기초생활 수급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80%, <옥천신문>이 20%를 부담해 무료로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경영 악화가 계속되다 보니 종이신문 발행 대신 인터넷 매체로 전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역 언론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기관 곳곳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지원액은 오히려 줄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신문발전 3개년 계획과 함께 내년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94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79억 원으로 삭감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요청한 내년도 지역 방송 지원 예산 56억 3천만 원 역시 기재부가 36억 원 삭감 방침을 내놓은 끝에 전년도와 같은 40억 3천만 원이 편성됐다.

“있는 돈도 못 쓰는 한국 정부와 조건 없이 긴급자금을 지원한 구글 사이의 서글픔, 지역신문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네이버와 국경을 넘어 한국의 지역신문을 찾아온 구글 사이의 씁쓸함이 밀려옵니다.”

전국 풀뿌리 지역 언론이 모인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인 이영아 고양신문 발행인은 ‘정부도 네이버도 아닌 구글이 내민 손’이라는 칼럼을 썼다. 정부 지원은 줄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 지역 언론 지원에 나서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구글은 ‘저널리즘 긴급 구제 펀드’를 만들어 지역 언론 지원에 앞장섰다. 인건비·인쇄비 등 ‘저널리즘 구현’을 위한 바탕으로 쓰라는 것이었다. 국내 지역지 상당수가 지원을 받았다.

   
▲ 지난 4월 15일부터 29일까지 구글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회 중소 규모 언론사를 대상으로 '저널리즘 긴급 구제 펀드'를 지원했다. © 구글 홈페이지

‘지역밀착형’으로 지역민과 가까워져야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지역 언론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는 지역밀착형 기사로 지역민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대표적 성공사례로 <옥천신문>이 있다. <옥천신문>은 매주 금요일마다 발간되는 주간지다. 지방정부 등 권력에 관한 비판과 감시, 견제 역할을 하는 ‘옥천신문’ 섹션과 지역 공동체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다루는 ‘옥천 사람들’ 섹션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옥길만사(옥천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나 ‘옥천장터’ 등의 콘텐츠로 새로 개업하는 상가나 식당에 찾아가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하는 콘텐츠 등 지역주민의 소소한 이야기를 더 전달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옥천신문> 황민호(45) 이사는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업이나 행사 기획사, 식당 등 어려운 곳이 많다 보니까 행사 자체가 줄어 언론사 광고 수익도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옥천신문은 타격이 적었다”며 “옥천 주민에게 필요한 정보가 그만큼 많아 구독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옥천신문>이 창간된 1989년부터 30년 넘게 구독 중인 김정숙(59) 씨는 23일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옥천신문>에 부동산 매물이 뭐가 나왔는지, 아는 지인이 나오지는 않았는지, 정책은 뭐가 새로 나왔는지 등 내가 사는 고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매주 챙겨본다”며 “<옥천신문>은 신체 안에 흐르는 피처럼 옥천의 ‘소식통’”이라 말했다. 그는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자신이 옥천군민이지만 읍이 아닌 면 단위 소식은 잘 모른다며 지역의 구석구석 경치 좋은 곳이나 드라이브 코스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옥천신문>을 통해 오늘 하루 옥천 소식을 공유하며 담소를 나누는 허경범(35) 씨와 그의 어머니 김정숙(59) 씨. © 허경범

<옥천신문>은 매출의 50% 이상이 구독료다. 광고나 지자체 홍보비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매달 내는 구독료로 신문이 버티는 것이다. <옥천신문>은 한 부에 2,500원이다. 보통 한 달에 만 원을 내고 매주 금요일에 받아 본다. 인터넷으로도 구독료를 내야만 기사 전문을 볼 수 있다. <옥천신문> 인터넷 홈페이지가 유료 버전으로 권력 감시 등 공공성을 지키는 데 쓰인다면, 무료 뉴스 서비스 목적으로 만들어진 플랫폼도 있다. <옥천닷컴>이다. 지역 행사나 인물 소개 등이 주를 이룬다. 이런 매출 구조 덕에 기자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언론 본연의 역할인 권력 감시와 여론 형성 등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편집국장을 기자들이 직접 투표로 뽑고 노조의 발언권이 상당한 점도 기자 역할 수행에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네이버나 구글에 '옥천'을 검색하면 대부분 다른 언론사의 관공서 보도자료 관련 기사만 나온다. 황 이사는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지 않고 실생활 정보를 전하는 옥천신문은 유료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독료는 기자가 열심히 취재한 노동에 대한 대가이자 구독자가 네이버나 다음, 구글에 나오지 않는 뜨끈뜨끈한 기사들을 맛볼 수 있는 대가라고 말했다. <옥천신문> 또한 보도자료는 받지만 부족하거나 틀린 정보가 있는지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치고(사례1), 그것을 토대로 관에서 홍보하고자 하는 정책을 주민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다른 지자체는 어떻게 하는지 등을 살펴본다.(사례2)

(사례1) 가까이 즐기는 '집으로 ON 지용제', 온라인 개최 가닥(2020.09.03. <옥천신문> 김지혜 기자)

(사례2) 발걸음 채 못 뗀 '집으로ON지용'(2020.09.25. <옥천신문> 김지혜 기자)

그는 지역 언론이 ‘공동체 저널리즘’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모든 사람은 특별하다’, ‘누구나 신문에 나올 권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직접 발로 뛰며 사람들에게 명함을 주고 인사해 거미줄처럼 네트워크를 빼곡하게 구축해야 지역밀착형 기사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 표현하잖아요. 지역 언론은 ‘공동체 저널리즘’으로서 거울이라 생각해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입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민원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지 살펴보고 보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거죠. 그러려면 좌도 우도 아니고 더 밑바닥으로 내려가 지역주민과 공감해야 합니다. 특히 지역 언론은 당장 돈이 안 되니까 다른 사업과 같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좋은 기사를 못 쓰고, 경영 역시 선순환 구조를 못 만듭니다. 힘들더라도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10년은 버텨야 합니다.”

   
▲ 지역의 공공성을 지키는 풀뿌리 언론 <옥천신문>은 지방정부 등 권력 비판과 감시, 견제 역할을 하는 ‘옥천신문’(좌)과 지역 공동체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다루는 ‘옥천 사람들’(우)로 나뉜다. © 민지희

<옥천신문> 이현경(31) 취재부장 역시 지난 22일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역밀착형 기사를 쓰기 위해 지역민과의 친밀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에서 진행하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있는데, 이런 곳에 기자들이 신입 때부터 필수적으로 참여해 지역민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있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어떤 정책이 있으면 좋겠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옥천에는 한 개의 읍과 여덟 개의 면이 있다. 이 부장에 따르면 <옥천신문>은 여덟 개 면마다 담당 기자가 따로 배치돼 있다. 그러다 보니 주민과 기자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속한 면 담당 기자가 누구인지 외울 정도로 친밀하고, 기자는 주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대화와 다툼 속에서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발견한다.

지역에서 언론 활동을 이어가는 데 고충도 당연히 있다. 그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와 달리 지역 네트워크가 강한 중소 지역일수록 기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공공재가 돼 요일, 시간을 가리지 않고 휴대전화가 울리는 데다가 보도자료를 그냥 받아쓰지 않고 모든 현장을 직접 조사해야 해서 체력과 감정이 지치는 게 고충”이라며 힘든 점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민이 계속 언론사를 찾아주기 때문에 입사했던 2014년부터 지금까지 <옥천신문>을 떠날 수 없었다”며 “우리가 만드는 신문을 통해서만 지역의 소소한 일부터 군의회가 제 역할을 하는지까지 알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행복한 아이템 발제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에도 지역 언론으로서 차별화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매체가 있다. TK에서 거의 유일한 진보민중언론을 지향하며 2012년 5월 경북대학교 동문 4명이 만든 <뉴스민>이다. 경북 지역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뉴스민>은 취재진이 성주에서 1년 이상 머물며 ‘성주 사드 배치’에 관한 기사를 써서 지역민의 호응을 이끌다가 2018년에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특별취재팀을 꾸려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를 기획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18년 5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로 선정됐다. 민언련은 “타 매체가 놓쳤던 지역 현안과 유권자 의제를 지역민의 목소리로 풀어내 모범을 보였다”는 선정 이유를 밝혔다.

<뉴스민> 천용길(35) 대표는 지난 14일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이 발행하는 <뉴스민>을 대구·경북 지역 안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찾는 ‘마지노선’이라 소개했다. 그는 “지방 행정에 관한 감시가 지역 언론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특히 지역에서는 노동 관련 현안 등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데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도권 중심으로 관찰하듯 지역의 어떤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지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풀어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컨대 대구·경북에서 보수 정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해서 그 지역주민 전체를 단일하게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역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뉴스민>은 현재 데이터 시각화, 영상 스토리텔링,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디지털 실험을 이어가며 지역 내 후원자 400명을 넘기고 있다. 앞으로 지역 시민사회나 다른 단체와 협업해서 제작하는 콘텐츠를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취재 기자가 4명밖에 없어서 경영 상황은 늘 어려움을 겪지만, 여전히 20%만 광고로 채우고 나머지는 후원으로 운영한다. 천 대표는 “보도자료는 하나의 특정 기관이나 단체에서 내는 자료일 뿐”이라며 “출입처가 없는 것 때문에 느끼는 취재 부담이나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 역시 없다”고 말했다. 출입처를 없애고 후원으로 운영해야 지방 행정에 관한 감시와 비판이 더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덕에 <뉴스민> 소속 기자들은 기사를 하루에 한 건도 못 내는 날이 있더라도 시간에 쫓기며 보도자료를 꼭 써야 한다는 압박감은 느끼지 않는다.

   
▲ 뉴스민 '6·13지방선거 경북민심번역기' Ⓒ 민지희

“이거 좀 파이다(별로다). 재미없다.”

올해 1월 <부산일보>는 사투리 뉴스를 처음 선보였다. <홍매화가 벌써 천지삐까리! 지금 겨울 맞나?>가 그 주인공이다. 유난히 포근한 부산의 겨울 이야기를 담았다. 부산 기상청의 최근 50년간 부산 기온 통계를 바탕으로 겨울 기온 추이를 설명하고 포근한 겨울이 된 원인을 짚었다. 또 부산에서 가장 추웠던 1980년 겨울과 가장 따뜻했던 2006년 겨울 풍경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추억을 상기시켰다. 기사가 사투리로 되어 있으니 독자들도 ‘기사 직이네예’, ‘참말로 억수로 웃긴데이’ 등 사투리 댓글로 반응했다. ‘뉴스는 표준어를 써야 한다’는 틀을 깨고 지역민과의 밀착형 소통을 시도한 게 호의적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디지털 혁신’으로 시공간 제약 넘어서야

지역 언론이 경영난 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디지털 혁신으로 시공간 제약을 넘어서는 것이다. 최근 유튜브 등 SNS를 이용해 지역 콘텐츠를 시공간 제약 없이 유통 중인 지역 언론사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MBC 경남은 유튜브 라이브로 재보궐 선거를 보도해 동시 접속자 1만 9000명을 넘겼다. 지역 취재원을 활용해 여영국 정의당 후보의 막판 역전을 처음 공식화하기도 했다. 디지털 미디어의 장점인 쌍방향 소통을 활용해 독자들에게 다가간 지역 언론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부산 KBS의 취재 뒷얘기를 하는 SNS 전용 ‘다락방’은 TV 편성으로 이어졌고 <경남신문> ‘댓글줍쑈!’는 젊은 기자들이 셀프 디스를 하며 독자와 소통한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디지털 미디어는 지역 언론에 힘으로 작용했다. 다수 지역 언론 유튜브 채널이 지자체 브리핑을 라이브로 중계했고 <중도일보>는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지도 맵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대구 MBC는 2018년 11월 보도국 기자들 중심으로 구성했던 디지털 미디어팀을 올해 9월 사장 직속 기구인 디지털 콘텐츠 렙으로 승격해 현재는 대구 FC와 삼성 라이온즈 등 지역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머시룸’과 지역 내 다양한 직업군의 인물을 소개하는 ‘유후’, 의사들이 출연해 의학 정보를 주는 ‘헤이 닥터’등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추락한 KAL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하는 과정을 유튜브로 연달아 공개해 전국적인 화제로 떠오르거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대구 경북 지역의 병원 정보를 제공하고 가짜 뉴스 단속반을 운영하는 등 유튜브를 통한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로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전문보도 부문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 대구 MBC 디지털 미디어팀은 지난 5월 28일 코로나19 상황 속 가짜 뉴스 단속반을 운영하는 등 유튜브를 통한 ‘코로나19 집중 프로젝트’로 한국기자협회 제356회 전문보도 부문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 민지희

대구 MBC는 처음에 도성진(43) 디지털콘텐츠렙장 한 명으로 디지털 실험을 시작했다. 도 렙장은 지난 14일 <단비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를 본 뒤 뉴미디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지상파 TV 플랫폼이 힘을 잃어가는 것을 방송 기자로서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고, 그것을 벗어나려면 뉴미디어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공개 청구나 구글링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한 탐사 보도가 가능해진 지금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그냥 받아쓰는 공장형 기사 생산 시스템은 낡은 관습”이라며 지역 언론에 디지털 혁신이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혁신 방법으로는 TV 뉴스 시청자와 다른 미디어 플랫폼 뉴스 시청자를 분석한 뒤 그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을 제시했다. 예컨대 유튜브에는 뉴스 제목이나 대표 사진 등을 TV 뉴스와 다르게 설정해 서로 다른 뉴스 소비자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지역은 상대적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 이슈가 수도권보다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 언론의 혁신적인 변화가 더 절실했죠.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관한 적응과 노력을 해야만 기자로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디지털 팀을 맡게 됐어요. 그래서 일단 혼자서 기존 업무가 끝난 뒤에도 새벽까지 카드 뉴스나 동영상 뉴스 등을 제작해 네이버 블로그와 같은 SNS에 올리는 등의 노력을 꾸준하게 했죠.”

공적 거버넌스 모델 구축해야

지역 언론 자체 노력도 필요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지역 언론의 위기는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1월 펴낸 ‘지역신문 발전 지원계획 수립 연구’에서 최민재 박사는 “기존 뉴스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되며 각국의 지역 언론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지역 언론을 지키고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9년 2월 “저널리즘을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 보고서를 내며 민주주의가 장기적으로 생존하려면 지역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미국 나이트재단은 지역언론 강화를 위해 5년간 3억 달러(약 3,5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지역신문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2017년 새로운 왕실 허가를 받은 BBC는 영국의 지역언론사들과 ‘지역 뉴스 제휴사업’을 시작했다. BBC의 자산과 인맥을 지역신문과 공유하며 공익적 위상을 높이고, 영국 언론의 전반적인 저널리즘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려는 것이다. 덕분에 영국 지역 신문사들은 BBC의 영상, 녹음 자료를 사용해 뉴스를 제작할 수 있게 됐고 150명 정도의 BBC 기자가 지역신문에 배치돼 지방정부와 공공분야를 취재하고 공동 보도한다. 취재 과정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기술도 지역언론인들에게 전수한다.

   
▲ 대부분 국가는 지역 단위에서 복수의 매체들이 여론 다양성을 구성할 수 있는 사회적 정보 유통 구조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여론 다양성 구현을 위해 지역 언론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2020. 7. 15. 환율 기준 환산금액) © projet de loi de fiance 2020

지역 언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활발히 제시되고 있다. 미국뉴스미디어연합, 전미방송협회, 전미신문협회, 아메리카 신문협회 등 미국 지역신문과 방송을 대표하는 4개 단체는 코로나19로 지역 언론의 광고 수익이 급감하자 정부에 지역 언론을 위한 ‘급여 보호 프로그램’과 ‘연방 광고 기금’ 등을 요구했다. 급여보호 프로그램은 지역 식당이나 호텔처럼 지역의 중소 규모 언론사도 직원 고용 안정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자는 것이고, 연방 광고 기금은 연방정부의 주요 광고를 지역 언론에 하는 방식이다. 미국 언론학자 로버트 맥체스니는 ‘시민 뉴스 바우처(voucher) 제도’를 제안했다. 정부 재정으로 시민이 원하는 뉴스에 바우처, 즉 상품권이나 할인권을 사용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지역민이 지역 언론의 뉴스를 본 뒤 공익적이라 판단하면 이에 투표하고 그 결과가 공공기관에 전달돼 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지역 언론이 ‘팥 가득한 붕어빵’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전하려는, 지역민과 눈 맞춤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혁신을 통해 세상 변화에도 발맞춰 가야 한다. 그러려면 광고에 의존하는 매출 구조를 벗어나 다양한 기관과 단체, 시민과 함께 하는 공공 거버넌스 확충이 필요하다. 붕어빵 찍어내듯 사실 검증 없이 똑같은 기사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벗어나 지역 언론은 지역민의 ‘따뜻하게 겨울나기’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을까? <옥천신문>을 왜 30년 넘게 보고 있는지 묻자 그런 걸 왜 묻느냐는 듯 대답하던 옥천 주민 김정숙 씨의 말을 가슴에 담으며 지역 언론의 미래에 희망을 걸어 본다.

“내가 옥천에 사니까 옥천 신문을 보는 거지, 서울 신문을 보겠냐.”


이 기사는 충북 지역 언론 <중부저널>(http://www.jbjn.kr/news/view.php?no=1734)에도 실립니다. <단비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편집 : 박두호 기자

[민지희 기자]
단비뉴스 전략기획팀장, 환경부 민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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