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권관우 ‘안녕반디’ 대표

“아이들이 곤충을 체험하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배우게 되는 지식, 사고력, 협동심은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곤충 교육이 단순히 정서 치유를 위한 힐링이 아닌 하나의 필수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잖은 이들이 ‘징그럽다’고 멀리하는 곤충을 삶의 일부로 삼은 청년이 있다. 곤충체험학습회사 ‘안녕반디’의 권관우(27) 대표는 애완곤충 판매와 체험교육 강의 등에 앞장서는 젊은 기업인이다. 곤충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골 출신도 아닌데, 그가 이 길에 들어선 계기는 무엇일까. 지난 5월 8일 서울 사당동에 있는 안녕반디에서 권 대표와 만나고 지난달 16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외딴섬 가족여행에서 만난 반딧불이와 사슴벌레 

▲ 서울 사당동 안녕반디 사무실에서 곤충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권관우 대표. ⓒ 이동민

“대이작도에서 경험한 곤충들의 모습이 제게 크게 와닿았어요. 반딧불이도 있고, 나무 한 그루에 사슴벌레가 네다섯 마리씩 붙어 다니는 등 진귀한 광경들이 펼쳐졌죠. 그때부터 곤충에 대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서울 사당동에서 나고 자란 권 대표는 5살 때 가족과 함께 간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에서 곤충의 매력에 빠졌다. 대이작도는 근래 한국방송(KBS)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여행지로 소개되는 등 널리 알려지게 됐지만, 당시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지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는 곤충도감까지 찾아보며 서울 청계산 등지에서 꾸준히 곤충 채집을 했다. 자연스럽게 곤충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고, 경북대학교에서 곤충학을 전공했다. 또 20대 초반부터 어머니가 운영하는 논술학원에서 곤충 교육 강사로 활동했다.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 학부모들이 재수강을 요구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반응에서 용기를 얻은 그는 강사료로 번 돈을 투자해 지난해 말 안녕반디를 열었다. 그는 자신이 20대에 창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곤충을 공부하며 배경지식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버려진 나무조각 속에서 애벌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권관우 대표. 지난해 9월 서울 동작구 까치산공원에서 진행된 체험학습. ⓒ 안녕반디

현장 수업 1주일 전 곤충 서식지 철저히 조사

권 대표는 인위적인 곤충 체험 학습장이나 체험 농장(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곤충들을 활용)보다 실제 자연 속에서 훨씬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 교육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서울 도심에서도 근처 산에 올라가면 체험 농장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곤충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강의하는 사람이 사전 조사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는 주말 수업이 있을 때, 일주일 전 산에 올라가 곤충의 서식지를 조사한다고 말했다. 또 곤충 채집을 하면서 1년간 곤충의 생애주기와 서식지를 이해하고 군집 분포도를 조사해 자료를 만들어 둔 것을 활용한다고.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장 학습에 약간의 타격은 있지만, 산에서 진행되는 수업이라 학부모들이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내보내려 신청을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 지난 4월 경기도 군포시 초막골생태공원에서 곤충 체험학습을 하고 있는 권관우 대표와 참가자들. ⓒ 안녕반디

권 대표는 체험학습에서 곤충이 사람에게 얼마나 이로운지를 설명한다. 쇠똥구리나 송장벌레 등은 동물의 배설물이나 사체를 분해해 식물에 필요한 퇴비를 만들어준다. 잠자리나 잔물땅땅이(딱정벌레목의 곤충)는 사람과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의 유충(장구벌레)을 먹어 치운다.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 같은 애완곤충은 아이들의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이로운 곤충이 많은데도 징그러워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자라면서 모기나 바퀴벌레 등 해충을 먼저 만나기 때문이라고 권 대표는 지적했다. 특히 아이들은 부모의 태도를 보면서 곤충을 혐오하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입시 부담 중·고생도 ‘곤충동아리’ 등 활동 열의

▲ 지난해 9월 서울 사당4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내 공유공간에서 아이들이 권관우 대표의 곤충 강의를 듣고 있다. ⓒ 안녕반디

“곤충에 대해 제대로 교육해주는 기관이 없기에 어린 시절부터 곤충의 이점을 못 배우고 자라는 게 현실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정확한 곤충 교육을 해줄 수 있는 기관이 많이 필요해요.”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곤충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체험학습을 한 후 곤충에 관한 부정적 선입견을 깨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한다. 곤충 교육 강사로 일하던 초기에 권 대표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 공부 부담 때문에 곤충학습은 못 할 것’이란 학부모들 말에 의기소침해진 일도 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금은 걱정하지 않는다.

“제가 운영하는 체험학습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참여한 여학생이 있었어요. 그만큼 곤충을 좋아했기에 전공도 곤충학 쪽으로 가려고 했었죠. 대학생이 된 지금은 곤충학 전공을 하고 있진 않지만, 이 분야에 여전히 관심이 있기에 저와 계속 연락을 하면서 곤충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또 다른 친구는 현재 중학생인데, 곤충 쪽으로 꿈을 키우고 있어요. 제가 진행하는 곤충학습프로그램도 열심히 따라오면서 본인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곤충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죠.”

애완곤충 시장 급성장, 식량화 가능성도 주목

이렇게 열정이 있는 학생들은 자신이 전공한 곤충학 쪽으로 최대한 이끌어주고 싶다고 권 대표는 말했다. 곤충학에 미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애완곤충 시장은 2015년 426억 원 정도였지만 2020년엔 694억 원으로 전망될 정도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 곤충이 인간의 미래 식량과 가축 사료로서도 이용가치가 높다는 연구에 따라 해당 분야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 애완곤충으로 인기가 많은 장수풍뎅이(좌)와 왕사슴벌레(우). ⓒ 권관우

권 대표는 앞으로 다른 곤충학 전공자들과 협력해 곤충 교육의 기반을 확대하고, 안녕반디를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애완곤충을 기르는 인구는 15만 명에 육박하고 있어요.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 등의 애완곤충을 분양하면서 현장 학습을 통해 아이들이 도심에서도 올바른 곤충 지식을 쉽게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세우는 것이 제 목표예요. 여기에 곤충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충남 서천에 있는 국립 생태원의 에코리움처럼 저도 다양한 곤충들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장을 만드는 것이 먼 미래의 꿈입니다.”


편집: 유희태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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