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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소각장, 런던 ‘테이트 모던’ 꿈꾼다
[맛있는 집 재밌는 곳] 카멜레존 ⑭ 부천 아트벙커 B39
2020년 05월 31일 (일) 22:45:34 권성진 기자 sungjin1312@naver.com

“한국의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대단히 모욕적이고 불쾌하지만 1951년 영국 <더타임스> 기자가 절망적이던 당시 우리 민주주의의 실상을 압축해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1960년 4.19 혁명을 통해 이승만 독재정권을 끝냈고, 1987년 6월 항쟁으로 박정희 이후 26년간의 군사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다. 경제의 꽃도 활짝 피웠고 이제 쓰레기 더미에서 문화의 꽃도 피우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에 있는 옛 중동쓰레기 소각장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 뒤편 울타리에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다. 5월의 화사한 햇볕을 받아 장미꽃 다발들이 빨갛게 철제 울타리를 뒤덮고 있다. 장미꽃 울타리 앞에는 중동 신도시가 쏟아낸 쓰레기 더미를 태우던 소각장 건물이 위압적으로 내려다본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이란 발암물질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혐오시설이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문화의 꽃다발을 안겨주고 있다. ‘부천 아트벙커 B39’ 가 그것이다. 

   
 
   
▲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 옛 중동신도시 쓰레기소각장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해 놓은 부천 아트벙커 B39 건물 뒤편 울타리에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다. © 권성진

오래되고 낡은 제품에 새로운 디자인을 더해 활용도를 바꾸고 높이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패션뿐 아니라 도시재생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준치 20배 다이옥신 검출로 소각장 폐쇄

중동신도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문을 연 삼정동 쓰레기 소각장은 부천시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1995년 소각장 설치 전부터 주민들 반대로 몸살을 앓으며 문을 연 이후 하루 200톤 이상 쓰레기를 태워 처리했다. 급증하는 도시 쓰레기를 매립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도입된 쓰레기 소각처리는 쓰레기 분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감용화(減容化)와 처리 이후 관리가 쉬운 안정화(安定化)란 장점이 있어 전국 대도시에 쓰레기소각장이 잇따라 설치됐다. 쓰레기를 땅에 묻는 것보다 부피는 95~99%, 무게는 80~85% 이상 줄일 수 있고, 부수적으로 열에너지를 회수해 활용하는 경제성도 있어 선호도가 높다. 이곳 삼정동 소각장에서도 하루 10톤 트럭 20대 분량 쓰레기가 실려와 트럭 4대분의 재로 처리해왔다. 

   
 
   
▲ 부천 아트벙크 B39. © 권성진

하지만 소각장을 가동하면 대부분 유기물 성분인 쓰레기가 타면서 중금속과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다이옥신(Dioxin) 같은 유독성 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뒤따른다. 그런 이유로 주민들 민원이 지속되던 중 1997년 5월 환경부가 전국 11개 쓰레기 소각장에 관한 ‘소각로 다이옥신 농도 조사 결과’ 자료를 발표하면서 부천시는 발칵 뒤집혔다.

삼정동 소각장의 조사결과 기준치의 20배인 ㎥당 평균 23.12㎎의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이었다. 다이옥신은 원래 산소 원자 2개를 포함하고 있는 분자를 지칭하는 보통명사인데, 소각장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은 염소가 결합된 벤젠 2개가 2개의 산소원자와 연결된 폴리클로로다이벤조-파라-다이옥신 종류다. 

쓰레기 소각장에서 다이옥신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쓰레기나 동물 시체 등에 다이옥신 생성에 필요한 유기화합물과 염소 등이 많이 들어 있고, 다이옥신 생성에 촉매 구실을 하는 금속이 섞여 있어 이를 태울 때 다이옥신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이옥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로 ‘청산가리의 5백배 이상 독성을 갖고 있는 물질로 인간이 만들어 낸 독 중에 가장 활성도가 높다. 사람 몸에 들어가면 피부손상, 호지킨림프종, 연육조직암, 백혈병, 간암 등을 유발하는 극독물이다. 

환경부가 다이옥신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한 뒤 재가동하겠다고 했지만, 소각장 인근 삼정동 등 지역 주민들은 중동소각장 즉각 폐쇄를 요구하며 반발했다. 주민들의 지속적인 반발과 문제 제기로 삼정동에서 북쪽으로 3km쯤 떨어진 대창동에 자원순환센터가 건설되면서 삼정동 소각장은 다이옥신 파동 13년만인 2010년 폐쇄됐다. 

폐시설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

페쇄된 소각장은 혐오기피시설로 4년 이상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가 2014년 부천시와 부천문화재단이 소각장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민관협력 재생과정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 폐소각시설 재생이란 국내외에서 전례가 드문 사업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사업비 95억원을 투입해 건축가 김병수의 주도로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부천 아트벙커 B39’를 탄생시켰다. 

2018년 6월 문을 연 ‘부천 아트벙커 B39’의 ‘B39’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B’는 부천의 영문표기(Bucheon)와 소각장의 벙커(Bunker) 및 무경계(Borderless)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모든 영역과 과거∙미래 세대가 경계없이 어우러지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숫자 ‘39’는 소각장 쓰레기 저장용 벙커높이가 지하에서 꼭대기까지 39m였다는 것과 소각장 앞 국도가 39호선이란 것을 함축한다. 

‘B39’를 빨리 발음하면 ‘비상구’로도 들리는데 거기에도 나름대로 함의가 있다. 환경보전이 기후 환경위기시대 지구의 마지막 비상구란 의미를 강조해, 쓰레기 소각장이 배출하던 다이옥신 등에 의한 환경오염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 부천 아트벙커 B39 출입구. 쓰레기소각장 시절 청소트럭들이 싣고 온 쓰레기를 버리던 곳 근처에 있다. © 권성진

경인고속도로 부천IC에서 내려서서 차로 3분쯤 가면 만나는 ‘부천 아트벙커 B39’는 멀리서 보면 소각장이었던 사실을 알기 힘들게 생겼다. 커다란 건물에 높게 솟은 굴뚝만 없으면 이케아나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마트처럼 보인다. 소각장 안으로 들어가 건물 뒤로 돌아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고 아트센터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길게 이어진 복도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소각장으로 사용할 당시 쓰레기 반입장이었던 곳으로 지금은 멀티미디어홀(MMH)로 꾸며져 있다.

   
▲ 부천 아트벙커 B39 멀티미디어실에서 바라본 카페 쪽 통로. © 권성진

멀티미디어실로 들어서서 보면 아트벙커 B39가 크게 재생공간과 존치공간으로 나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건물 지하 1층부터 지상 1층과 2층은 재생공간으로 전시실이나 교육 창작 공간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된다. 나머지 3층부터 5층은 소각장 시절 시설이나 외양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비개방 구역으로 안내자가 동행할 때만 출입할 수 있다.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개방공간도 출입구를 중심으로 건물 전반부는 전시실이나 카페 등으로 개방되지만 후반부 공간은 소각장 소각로나 재벙커 등이 있던 공간으로 일부는 유리로 막혀 있고 일부만 들어가 직접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태울 쓰레기를 보관하던 39m높이 벙커

1층 미디어홀로 들어서면 높이 39m의 ‘쓰레기 저장조’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청소트럭들이 싣고 온 쓰레기가 반입실을 거쳐 이 벙커에 저장된다. 쓰레기를 태우기 전에 모아두던 곳으로 B39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다. 벙커를 둘러싼 공간들은 쓰레기 반입실이던 MMH(멀티미디어홀), 에어갤러리, 유인송풍실, 재벙커, 벙커브릿지, 카페로 구성돼 있다. 이들 전시공간을 둘러보는 동선은 소각장 시절 쓰레기가 소각되던 공정을 따라 이어진다. 

   
 
   
▲ 부천 아트벙커 B39의 출입구를 지나면 바로 만나게 되는 쓰레기 저장조. 바닥에서 천정까지 높이가 39m에 이른다. © 권성진

MMH(멀티미디어홀)는 쓰레기가 소각장에 도착하면 처음 부려지는 반입실이었다. 지금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프랑스의 기욤 마망의 작품이 이곳의 첫 번째 전시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전시됐다.

멀티미디어실에서 벙커를 둘러 본 뒤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소각로가 설치돼 있던 공간이 나타난다. 건물 1층에서는 연결되지 않고 1층 관람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면 나가서 화사한 햇볕이 드는 넓은 공간을 만난다. 지금은 철골만 남기고 천정과 외벽을 유리로 된 큰 창으로 만들어 놓아 채광이 아주 좋은 공간으로 ‘에어갤러리’라는 야외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험적인 전시와 창의적인 공연들이 펼쳐진다.

   
▲ 쓰레기 소각로가 있던 공간. 외벽과 천정을 시원하게 뚫어 유리창으로 만들어 놓아 채광이 아주 좋은 공간이다. © 권성진
   
▲ 소각로에서 태운 쓰레기 재를 모아 두던 재벙커 안내문. 유리창 너머 지하에 재벙커가 있는데, 재벙커 모습과 유리창에 반사된 멀티미디어홀 모습이 겹쳐 보인다. © 권성진

1층 멀티미디어홀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쓰레기를 태운 재를 모아 두던 재벙커가 있다. 재벙커는 다른 용도 없이 소각장 시절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방문객은 유리창 너머 지하에 있는 재벙커를 내려다볼 수 있다. 

재벙커를 지나면 벙커브릿지가 이어진다. 벙커브릿지는 예전에는 없던 구조물인데, 소각장 시절 작업공간들을 다리 형태로 연결한 것이다. 브릿지를 따라 에어갤러리, 재벙커, B39 카페를 지나 유인송풍실까지 관람하는 코스는 소각장에서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을 똑같이 밟아 가는 것이다. 재벙커를 지나면 잠시 숨을 돌리고 B39 카페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잠깐 쉬어가자. 널찍한 공간에 시원하게 툭 트인 내부 공간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 부천 아트벙커 B39 1층에 있는 카페 B39 내부 모습. © 권성진

카페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벽 쪽으로 걸어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소각장 시절 유인송풍실이 나타난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나오는 유독가스와 증기 등을 정화해 굴뚝으로 내보내는 대기오염 방지시설로, 소각장 시절 기계와 송풍관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 카페 B39에 붙어 있는 유인송풍실 내부. 소각장 시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 권성진

소각장 근로자 휴식공간은 교육 창작시설 

1층 관람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면 유인송풍실 2층과 스튜디오, 크레인조종실과 중앙제어실이 있다. 2층에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스튜디오들은 소각장 노동자들의 휴게실과 숙직실, 공조실 등이 있던 곳을 재구성한 것으로, 창작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간 군데군데 작품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상하고 더 걸어 가면 중앙제어실이라는 데가 나타난다. 요즘 주요 시설의 중앙집중 통제실처럼 모니터와 디지털 숫자판, 컴퓨터들이 즐비한 그런 제어실이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체르노빌 발전소의 제어실과 비슷하다. 소각장의 모든 설비와 소각 과정을 집중통제하던 곳으로 이제는 이 건물이 쓰레기 소각장이었다는 징표와 함께 박물관 구실을 한다. 

   
▲ 소각장 시절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중앙제어실. © 권성진

내부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출입구 오른쪽 마당에 설치 작품 한 점이 눈에 들어 온다. 프랑스의 아티스트 뤼도빅 보이어와 제롬 두테일이 소각장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한 부천시민과 함께 만든 ‘모기(MOSQUITO)’란 작품이다.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나온 재벙커 집게발과 폐 보일러 탱크를 재료로 단조를 통해 수제작한 업사이클링 아트 프로젝트라고 한다. 

모기는 뤼도빅의 최근 작품에서도 중요한 주제로 나타나는데,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곤충이자 거미줄도 뚫고 나가는 유일한 곤충인 모기의 힘에 관한 탐구와 역설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이 야외에 설치된 데다 가느다란 철골로 만들어져 있어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데 출입문을 나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마당 잔디밭에 설치돼 있다.

   
▲ 부천 아트벙커 B39 마당에 설치돼 있는 설치 작품 ‘모기’. 검은 색 가느다란 철골로 제작된 작품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권성진

영국 ‘테이트 모던’ 떠올리게 하는 업사이클링 작품

부천 아트벙커 B39를 돌아보고 나와서 외관을 다시 보면 문득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떠오른다. ‘테이트 모던’은 영국 런던의 템즈강변에 있던 화력발전소 건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미술관이다. 산업혁명 이후 런던과 그 일대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된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가 1981년 공해 문제로 폐쇄된 뒤 20년간 방치돼 있다 2000년 영국 정부의 밀레니얼 프로젝트로 현대미술관으로 거듭 났다. 

   
 
   
▲ 영국 런던 템즈강변에 있는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위쪽)과 발전실 공간을 그대로 보존해 사용하고 있는 미술관 로비. © 권성진

발전소의 벽면과 긴 세로 창문, 99m 높이의 굴뚝 등 건물의 외형은 원래대로 보존하고 지붕만 개조해 낮에는 자연광을 받고 밤에는 조명을 받게 만들어 테이트 모던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내부의 발전실은 훼손하지 않고 로비로 기능을 하게 했다. 

긴 벽면과 회색 건물,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고 있는 발전실 등이 부천 아트센터 B39와 비슷하다. 지금 ‘테이트 모던’은 영국박물관보다 더 많은 연간 59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세계적 명소로 떠올랐다. 부천 아트벙커 B39도 한국을 대표할 업사이클링 공간으로 한국인은 물론 외국 관광객의 주목을 받는 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멜레존(Chameleon+Zone)은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현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공간의 용도를 바꾸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이제 밖에 나가서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쇼핑을 할 때도 서비스나 물건 구매뿐 아니라 만들기 체험이나 티타임 등을 즐기려 한다. 카멜레존은 협업, 체험, 재생, 개방, 공유 등을 통해 본래의 공간 기능을 확장하고 전환한다. [맛있는 집 재밌는 곳]에 카멜레존을 신설한다. (편집자)

편집: 박두호 기자

[권성진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권성진입니다.
이념이 사실보다 앞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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