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치북] ‘사회적 연대’의 심리적 기반

▲ 유희태 PD

독일 사람들은 사회적 유대를 ‘비타민 B’라고 부른다. 관계를 뜻하는 독일어 ‘Beziehungen’에서 가져온 표현이다. 인간에게 사회적 유대는 필수적이다. 집단 속의 개인이 아닌 단 한 사람은 의미가 있을까? 인간은 뭉쳐야 살 수 있는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이를 지탱하는 힘은 ‘외로움’이다. 인간은 사회로부터 고립됐을 때 외롭다고 느끼고 이를 ‘위험’으로 인지한다. 외로움은 개인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지 않도록 설계된 인간의 생존 본능이다.

외로움은 통증에 가깝다. 통증은 물리적 위험을 감지해 우리의 신체를 보호한다. 끓는 물 속에 손을 넣으면 통증 때문에 반사적으로 손을 빼는 것과 같다. 외로움은 사회적 고립을 알리는 신호다.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은 사회로 손을 내밀어 끊어진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생존을 위한 것이지만, 사회 전체의 생존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다. 그런 인간을 생존하게 하는 것은 협력과 연대뿐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의 힘을 믿는다. 그 믿음은 외로움으로 더 단단해진다.

▲ 외로움을 느낀 사람은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 © Pixabay

현대인은 외로움에 무감각하다. 어쩌면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출현은 소통의 방식을 온라인으로 뒤바꿨다. 사람들은 SNS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이루어지는 소통 때문에 대면 소통은 불편한 것이 돼 버렸다. 굳이 사람을 만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SNS를 들여다보고 피상적인 소통을 이어나간다. 문제는 자신의 인간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는 점이다. SNS는 사람과 사람을 단순하게 연결할 뿐이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소통이 아닌 것을 소통이라고 착각하면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 고립된 자신을 돌아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외로움에 무감각해진다.

소통을 돕겠다고 만든 SNS가 거꾸로 사람들의 진짜 소통을 막고 있다. 지금도 사회에서 고립된 사람들이 SNS에 손을 내밀어 사회적 인간으로서 욕구를 채우고 있다. SNS를 통해 인간은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에서 외로움 과다는 분명 질병이다. 외로움은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만족도와 소득 수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가짜 소통’으로 외로움을 덮어서는 안 된다. 외로울 때는 외로움 그 자체를 오롯이 느껴야 한다.

“작은 뜰에 무화과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약간의 치즈, 그리고 서너 명의 친구들만 있으면 행복하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쾌락의 요소로 우정을 꼽았다. 자기 진심을 공유할 수 있는 벗이 있다면 쾌락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외로움은 쾌락을 위해 설계된 심리적 장치다. 사회에서 고립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외로움은 그 상황을 극복하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그리고 끝내 인간은 사회 속으로 회귀할 것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외로움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뭉쳐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생존본능을 다시 깨워야 한다.


편집 : 신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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