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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열에 일곱 “헬조선 떠나고 싶다”
[여론광장] 추지현 서울대 교수 ‘청년관점의 젠더 갈등진단’
2019년 12월 23일 (월) 13:40:38 임세웅 기자 sewoongim@naver.com

우리나라 청년 10명 중 8명 이상이 우리 사회를 ‘헬조선’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청년 10명 중 7명 이상이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조선’은 지옥을 뜻하는 ‘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우리나라에서는 살기 힘들고 희망이 없다는 것을 풍자하는 말이다.

   
▲ 청년세대는 대부분 지금 한국사회를 ‘헬조선’으로 보고 있다. 취업난은 그 이유 중 하나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청주시 채용박람회에 몰려든 청년 구직자들. ⓒ 박진홍

추지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제119차 양성평등포럼에서 발표한 ‘청년 관점의 젠더 갈등 진단과 포용국가를 위한 정책 대응방안 연구’를 통해 “19~34세 청년세대중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본 사람은 10명 중 8.06명이고,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한 사람은 10명중 7.54명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35~59살 기성세대는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6.41명,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10명 중 6.52명이었다. 추 교수는 지난 10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9~59세 성인 남녀 5000명(19~34세 청년세대 3000명, 35세~59세 기성세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 추지현 교수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의 한국사회 전반에 관한 평과 결과를 그래프로 대비했다.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청년 여성들 더 부정적, 10명 중 8명 ‘헬조선’

추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청년들 중에서도 여성들의 한국사회에 관한 부정적 반응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청년세대의 인식을 남녀 성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금 한국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청년남성이 응답자의 78.4%인데 청년여성들은 83.1%에 이르렀다. ‘한국사회를 떠나고 싶다’는 데 동의한 비율도 청년여성이 79.1%로 청년남성의 72.1%보다 높게 나타났다.

   
▲ 세대별∙성별 ‘한국사회에 대한 평가’ 결과.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또 ‘나는 ‘루저’라는 질문에도 청년남성들은 29.8%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청년여성들은 34.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루저’(looser)라는 말은 한국사회에서 외모 등이 볼품 없고 능력과 재력도 부족해 어디를 가건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청년, 기성세대 1.2~2배 노력해야 취업∙승진

추 교수는 청년세대가 우리 사회를 ‘헬조선’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청년세대가 낮은 ‘경쟁 지향성’을 보이면서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년 세대의 경쟁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4점 척도에서 2.87점, 부정적 인식은 2.57점으로, 기성세대의 긍정적 인식 2.98점과 부정적 인식 2.36점과 비교하면 경쟁에 관한 인식이 기성세대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청년세대는 경쟁에 부정적이면서도 취업∙승진∙이직을 위해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경력을 쌓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청년세대는 10명 중 5.7명이 외국어공부, 7.0명이 자격증, 4.0명이 입사시험, 2.8명이 인턴십, 3.0명이공모전, 3.5명이 스터디, 6.4명이 봉사활동, 5.6명이 외모관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성세대는 10명 중 3.9명이 외국어, 5.3명이 자격증, 3.4명이 입사시험, 1.7명이 인턴십, 1.5명이 공모전, 2.4명이 스터디, 5.5명이 봉사활동, 4.5명이 외모관리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청년들이 취업이나 승진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보다 1.1~2배 이상 노력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는 지금 우리 사회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비슷한 수준의 울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남녀별로는 청년여성들이 기성세대 여성보다 훨씬 많은 울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전체 응답자의 울분지수는 4점 척도에 평균 2.64점으로, 2.62를 기록한 기성세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지만, 남녀 성별 분석결과를 보면 청년남성의 울분지수는 2.53점으로 기성세대 남성 2.58점보다 오히려 낮은 반면, 청년여성들의 울분지수는 2.79점으로 기성세대 여성 울분지수 2.66점보다 높았다. 울분은 우울, 분노, 억울, 부당함 등의 감정 경험으로, 부당한 외부 상황의 변화 가능성에 회의감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난다.

청년남성 ‘보상 불공정성’, 청년여성 ‘경제사회적 불평등’

추 교수는 “전반적으로 청년여성이 청년남성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청년남성들은 능력과 노력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는 데 비해 청년여성들은 경제적 평등과 차별없는 사회에 관한 요구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사회경제적 불안과 범죄피해, 관계 불안 등 삶에 관한 불안지수가 4점 척도에 평균 2.63으로 기성세대의 2.5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범죄피해의 불안감 부분에서는 세대보다는 성별차가 뚜렷이 나타났다. 청년여성의 범죄불안지수는 2.66점으로 1.74점에 그친 남성보다 높았다. 기성세대 남성(1.78점), 여성(2.23)을 포함해 전체 응답자 중 청년여성이 가장 높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정치참여 기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세대는 ‘관심과 참여가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문항에 58.3%, ‘평범한 개인들도 힘을 모으면 정부나 국회의 결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문항에 64.8%가 응답해 기성세대의 응답률(각각 50.4%, 58.6%)보다 높았다.

추 교수는 “청년세대가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경쟁에 따른 개인의 책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보수·진보의 기울어진 언론 지형과 극성스런 가짜뉴스 등으로 건전한 여론형성이 힘든 사회입니다. 제대로 이슈화가 안 되니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갈등이 잠복하는, 이른바 ‘Non-issue, Non-decision Society’가 바로 한국입니다. 주요 정책이나 법을 결정할 때 공론화 또는 숙의 과정이 한국에서 특히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학계 또는 소수자의 건강한 목소리조차 기성 언론은 외면하기 일쑤입니다. <네이버> <다음> 포털과도 뉴스검색제휴를 한 <단비뉴스>가 여러분의 목소리를 확성하는 [여론광장]을 개설합니다. 자료를 미리 보내주시면 취재에 도움이 됩니다. (편집자).

편집 : 강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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