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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넷플릭스’ 대항마 키우기
[미디어비평] 이통3사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2019년 12월 06일 (금) 00:14:20 김은초 기자 quaestio1566@naver.com

케이블TV 삼키는 IPTV

IPTV가 케이블TV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유료방송 시장이 이통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SK텔레콤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일 이들의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CJ헬로와 티브로드는 케이블TV 시장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는 업체다. 공정위 결정은 박근혜 정부 때와 달라졌다. 2016년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현 CJ헬로) 인수를 추진했으나, 공정위는 불허했다. 시장독과점에 따른 경쟁제한을 막는다는 이유였다. 그 결정이 3년 만에 뒤집혔다. IPTV 경쟁력을 키운다는 취지다.

이번 인수합병은 시작에 불과하다. KT도 케이블TV 점유율 3위 업체인 ‘딜라이브’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KT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소유하고 있는 데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 31%에 이르러 독과점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유료방송 회사가 시장점유율 1/3을 초과할 수 없다는 합산규제 때문이었다. 일몰법이던 이 규제는 지난해 폐지됐다. 여기에다 이번 공정위 발표로 기준도 느슨해져 앞으로 인수∙합병 추진에 파란불이 켜졌다. KT가 딜라이브까지 인수∙합병하면, IPTV를 기반으로 한 이통3사가 케이블TV 점유율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1~3위 업체를 사들이는 것이다.

   
▲ 2018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위는 인수∙합병을 승인하면서도 경쟁제한을 우려해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2022년 12월 31일까지 △물가상승률 이상의 케이블TV 요금 인상 금지 △경쟁력이 떨어지는 8VSB 가입자 보호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채널 임의 감축 금지 △고가형 상품으로 전환 강요 금지 △디지털 전환 강요 금지 등이다. 8VSB는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가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도 디지털 화질로 방송을 볼 수 있는 기술이다.

인수합병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과기부와 방통위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한다. 과기부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심사를 연내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를 합병하기 때문에 방통위까지 거쳐야 한다. 

유료방송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

케이블TV의 가치 하락은 2008년 IPTV가 등장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케이블TV는 방송권역이 제한되어 있다. 이에 반해 IPTV는 전국 네트워크로 방송이 가능하다. 투자 여력이나 결합상품 제공 능력 등에서도 이통사가 소유한 IPTV에 밀린다. 케이블방송이 가입비를 원가 수준으로 낮춰 대응했지만, 갈수록 손익 구조가 나빠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투자 유치도 어렵다. 케이블TV는 자본, 브랜드, 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IPTV에 열세다.

통신업계의 ‘IPTV+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VoIP)+이동통신전화’ 결합상품에 케이블업계는 ‘CATV+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VoIP)+알뜰폰(MVNO)’ 서비스로 대응했다. 알뜰폰은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2%에 불과하다. 알뜰폰 시장 내에서도 이통3사 계열이 30% 안팎을 차지하며, 나머지 70%를 중소업체들이 나눠 가지고 있다. IPTV가 방송을 합친 통신을 내세운 반면, 케이블TV는 통신이 빠진 방송으로 맞붙은 셈이다. 가입자 유치에서 상대가 될 수 없다.

   
▲ 알뜰폰 시장점유율 현황.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웅래 의원실

이에 더해 미디어 지형이 변하면서 유료방송 전체가 위기에 접어들었다. OTT 등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방송업계의 경영난이 심해졌다. 유료방송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가입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Cord Cutting)이나 저렴한 상품으로 변경하는 ‘코드 셰이빙’(Cord Shav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케이블 업계가 받는 타격이 더 심하다. 방통위가 지난 6월 발표한 ‘2018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에 따르면, IPTV 업계 영업이익은 442억 원으로 2017년 대비 2.3% 줄었다. 같은 기간 케이블TV 업계 영업이익은 380억 원으로 10.9% 감소했다.

권역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역 콘텐츠를 송출하는 케이블방송은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케이블방송은 지역채널을 통해 지역뉴스, 재난방송, 지역 선거방송, 지역의회 감시 등 지역에 특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제작 환경이 열악해 상대적으로 방송 품질이 낮고 지역민들의 관심도 적다. IPTV가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하면, 지역 방송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케이블방송 역시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으로 실적이 하락하면서 케이블TV 업계는 오래전부터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 전체가 시한부 신세다.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이전하면 산업 자체가 흡수된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 결과를 발표하며 교차판매를 허용했다. 인수합병 후 통신사와 케이블이 서로 영업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다. 당초 공정위는 이통업계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에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차판매를 금지하려 했으나, 최종안에서는 통과시켰다. 통신사로서는 케이블 가입자를 상대로 한 결합상품 가입 확대 발판이 마련됐다.

덩치 키운 IPTV, 시장 독식해 요금 올릴까?

유료방송 시장은 포화 상태다. 신규 가입자 유치가 어렵다. 이통사가 가입자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영상, 미디어 산업까지 손을 뻗치기 위한 것이다. 이통사는 가입자 수백만을 한 번에 사들여 3사 독과점 시장을 이동통신 시장에서 방송업계까지 확대할 수 있다. 확대된 가입자들을 결합상품으로 묶어둔 뒤, 사물인터넷 등 미래 홈서비스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지상파나 CJ E&M, 종편 등 콘텐츠사업자와 관계에서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세를 키운 이통사 기반 IPTV가 중소 PP들을 상대로 하는 ‘갑을 구조’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도 중소 PP는 케이블방송 SO의 갑질에 시달려왔다. SO 사업자 다양성이 줄어든 뒤 중소 PP의 협상력은 확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IPTV는 케이블TV 대비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적게 지급하고 있다.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에 따르면, 수신료 매출 중 일반 PP에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배분 배율이 케이블과 위성방송이 25% 이상인 반면, IPTV는 15% 수준이다. IPTV 위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면 프로그램 사용료는 낮아질 것이다.

이통사의 유료방송 시장 장악은 시작됐다. 방송통신시장을 이통3사가 독과점하게 되는 것이다. 독과점은 경쟁을 제한해 시장의 다양성을 해친다. 수익성을 우선한 채널 편성과 요금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높아진다.

유료방송, OTT 대항마 가능한가

유료방송 인수합병은 미디어 전쟁의 서막이다. IPTV로 힘을 모은 유료방송과 지상파 등 방송업계가 맞대결을 펼칠 상대는 글로벌 OTT 플랫폼이다. ‘유튜브’와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의 미디어 점유율은 갈수록 커지고, TV는 줄어들고 있다.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 애플의 ‘애플TV플러스’ 등 신규 해외 OTT도 국내 진출을 앞두고 있다.

   
▲ 저녁 시간대 많이 이용하는 매체 조사 결과. ⓒ 엘림넷 나우앤서베이

이에 대항하려고 올해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협력해 토종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출범시켰다. KT의 ‘시즌’(Seezn), CJ E&M과 JTBC가 손잡은 신규 OTT도 출시 예정이다. 그러나 사분오열된 국내 플랫폼으로 해외 공룡 OTT를 막아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OTT 등의 플랫폼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콘텐츠 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유료 가입자들의 구독료를 바탕으로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한다. 이는 다시 가입자 수를 확장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미디어 생태계의 헤게모니가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방송업계의 콘텐츠 경쟁력은 뒤지지 않는다. 한류를 바탕으로 K-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상파 및 개별 PP와 유료방송 및 OTT 플랫폼 간 제휴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미디어 지각변동에 대응하는 방식이 네트워크와 콘텐츠 각자도생이라는 점이 문제다. 네트워크 소유 사업자들은 네트워크와 플랫폼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상파 3사와 SKT가 웨이브(wavve)를 만든 것도, IPTV가 케이블방송을 인수∙합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와 별도로 PP는 콘텐츠 경쟁력을 기반으로 넷플릭스 등 해외 플랫폼과 제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은 여기저기 나눠서 운영되기 때문이다. 양질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공급해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야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다.

남은 케이블방송과 지역 채널엔 지원 필요

비중이 대폭 줄어든 케이블방송의 가치도 버릴 수 없다. 케이블방송이 가지고 있는 지역성을 지상파 지역방송의 역할 확대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지역방송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고 편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 지역방송의 자체편성 비율을 대폭 올리고 그에 맞는 재정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 광고수익 악화에 따른 경영난은 범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

남은 케이블방송의 자력 생존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케이블TV 사업자가 운영하는 지역 채널에 ‘지역방송’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지역방송특별법상 ‘지역방송’은 특별시 이외 지역을 방송구역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으로 한정된다. SO 지역 채널은 부가 서비스로 취급되며, 방송법에 따라 지역 보도 외 특정사안에 관한 해설·논평 등이 금지된다. 지역 밀착형 미디어로 자리매김한 케이블TV에 지역 방송의 공적 역할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케이블업계의 자력갱생을 막는 불필요한 차별적 규제를 철폐하고 지원책을 마련할 때다.


편집 : 최유진 기자

[김은초 기자]
단비뉴스 편집국장, 환경부, 디지털뉴스부, 시사현안팀 김은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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