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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같은 죽음을 어떻게 막을까
[미디어비평] 연예뉴스 댓글 폐지 논란
2019년 11월 29일 (금) 14:29:43 윤재영 PD yjy62155@gmail.net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사망으로 연예인을 향한 악성 댓글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악플러에 의해 많은 연예인이 생을 마감했다. 덩달아 인터넷 실명제 도입 목소리도 커졌다. 이미 실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SNS,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카카오톡 연예뉴스 댓글 폐지, 네이버 필터링 강화

지난달 25일 카카오는 연예뉴스 댓글과 카카오톡 실시간 검색 기능을 잠정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악성 댓글이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칠 뿐 아니라, 명예훼손 같은 부작용을 끊임없이 일으킨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톡은 앱의 ‘샵(#)’ 탭에 있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창을 폐지한 데 이어, 연예뉴스의 댓글창을 닫았다.

   
▲ 카카오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 폐지에 이어, 연예뉴스 샵(#)탭(빨간 네모 표시)도 닫았다. ⓒ 카카오톡

인물을 검색하면 함께 나타나는 연관 검색어 역시 올해 안에 사라진다. ‘연관 검색어 정화’ 운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설리는 이름과 함께 검색되는 성희롱성 연관 검색어로 고통을 받았다. 카카오의 결단은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인물 관련 검색어 폐지는 연예인을 포함한 모든 인물에 적용된다.

다음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도 개편된다. 사용자들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재난과 같은 긴급 상황들을 공유할 수 있는 순기능은 유지하되, 부작용은 최대한 줄이는 방향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부작용이 지속되면 아예 폐지할 예정이다.

일련의 개편 핵심에 ‘사람’이 자리잡고 있다. 왜 정치∙사회 뉴스가 아닌 연예 뉴스 댓글만 폐지하느냐에 대한 답이다. 댓글 형식의 공론장 폐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가치가 상실되고 부작용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상황을 플랫폼 사업자로서 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도 뉴스의 악성 댓글 필터링을 강화한다.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클린봇'을 뉴스 서비스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클린봇은 AI 기술을 이용해 불쾌한 욕설이 포함된 댓글을 자동으로 숨겨준다. 올 4월부터 웹툰과 쥬니버, 스포츠, 연예 등 서비스에 차례로 적용했고, 이제 뉴스에도 도입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댓글은 생활영역의 정치이며 사회적 정보가 모일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다. 댓글 폐지 반대측은 이 조처가 언론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률이 ‘명백히 불법적’이라는 폐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구분할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어 이런 규제는 과도한 ‘검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언론자유 침해 우려는 가짜뉴스 법안이 발의되고 채택됐을 때도 반복됐다.

연예 뉴스 말고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댓글이 올라오는 공간은 많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와 V-live 등 연예인과 네티즌이 직접 소통하는 공간에서는 악성 댓글이 여전하다. 댓글을 막는다고 혐오 발언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 근저에는 빠르게 퍼지는 반지성적 바이럴 문화가 있다.

자극적인 연예 뉴스 제작이 문제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무분별한 사생활 보도가 있다. 악성 댓글보다 자극적인 연예 뉴스를 만드는 기자의 문제가 더 크다. 이선민 한국외대 강사는 많은 연예 뉴스 기자가 “이른바 어그로를 끌어 조회수를 높이고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희화화하거나 혐오적인 기사를 생산해 사람들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을 공적 공간으로 가져와 알리고 댓글 뒤로 숨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많은 온라인 연예 뉴스 기사가 ‘어그로’를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혐오를 유발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 <조선일보> <동아일보> 온라인 판

‘설리가 또? SNS 노브라 노출 사고 구설’, ‘설리 노브라 방송 중 가슴 노출 사고…논란 속 당당 SNS 활동’, ‘”내 걱정 안해도돼” 설리, 또 속옷 미착용 논란…마이웨이ing’ 등이 조선일보 온라인 판에 올라온 기사 제목이다. 동아일보에서도 ‘더 과감해진 설리 속옷 실종 의심 사진…”잠이 오니”’, '노브라 논란 설리, 이번엔 구하라와 야릇 포즈…설마? 아니겠지?’, ‘설리, 음주 방송 중단 요청 누리꾼에 “네가 뭔데?”’ 같은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들 언론사 뿐만 아니라 여러 온라인 신문에서는 ‘어그로’를 끌기 위한 기사들이 나왔다.

설리는 오래전부터 SNS를 통해 여성 운동에 관한 생각을 표출해왔다, 몇 년 전에 노브라 운동을 통해 여성 억압적 문화를 거부하는 운동에 동참했는데, 상당수 언론은 ‘노출 논란’, ‘관심 끌기’라는 방향의 기사를 쏟아냈다. 모든 것을 악플러의 문제로 치환할 것이 아니다. 연예 뉴스 전반에 깔린 자극적인 보도가 달라져야 한다. 이선민 강사는 “댓글에는 새로운 관점과 몰랐던 정보가 제시되기도 하고, 기사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한다”면서 언론이 이런 긍정적 기능을 유도해줄 것을 주문했다.

혐오 표현 대책 전담기관 마련

악성 댓글 및 루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악성 댓글을 쓴 사람 추적을 허용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악성 댓글 처벌은 모욕죄의 경우,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아니더라도 기분을 상하게 하는 욕설, 비하 발언 등으로 수치심을 주는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이런 법은 순기능적 댓글의 공론장 기능을 훼손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직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 했지만, 악플금지하는 ‘설리법안’이 국회 계류중이다. 법안에는 혐오 표현 수사와 법적 소송을 전담하는 특별검사팀을 꾸릴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인터넷상의 혐오 표현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디지털 기업, 관련 협회, 연구자들로 구성된 ‘온라인 혐오 감시센터’를 설치해 인터넷상의 혐오 콘텐츠 현상을 점검하고, 매년 새로운 법률의 기능과 효과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자정작용의 힘을 믿자

김은미 서울대 교수는 온라인 뉴스 댓글을 수영장에 비유했다. 그는 “수영장이 생기면 수영을 할 수 있지만, 물에 빠지는 사람도 생긴다”며 “수영장을 잘 활용하려면 규칙이 필요하고 때로는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공론장도 마찬가지다. 공론장의 가치를 인정하는 만큼 부작용도 늘어난다. 모든 인터넷 댓글창을 폐지할 수는 없다. 연예 뉴스 댓글 폐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 디지털 공론장의 장점을 살리려면 댓글을 없애기보다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 여성 연예인 연관 검색어 정화 운동이 일어났다. 트위터에 ‘여자 연예인 연검 정화봇’이라는 계정이 개설됐다. 이 계정은 현재 6천여명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설리 연관 검색어 정화 운동 글은 5천 회 리트윗과 1만9천 개 하트를 받았다. 이 계정은 소개 글에서 ‘아이돌·배우·가수·모델 등 여성 연예인의 연관 검색어를 정화해 이들이 폭력과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다.

혐오 표현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일은 필요하다. 여전히 논쟁적인 부분이 있지만, 쉽고 빠르게 생산되고 확산되는 인터넷 혐오 표현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데는 모두 공감한다. 그렇다고 댓글을 없애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댓글은 저널리즘의 일부다. ‘연검 봇’ 같은 사례와 더불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인터넷 자정작용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편집 : 이정헌 기자

[윤재영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시사현안팀 윤재영입니다.
연약한 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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