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특강]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
주제 ① 지속가능성과 세계시민

“지속가능성은 지속불가능에 대한 해답으로 나왔어요. 간단하게 말하면 지속불가능은 지구가 우리 인류의 삶의 궤적을 감당해낼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예요.”

안치용 <지속가능저널> 발행인 겸 한국CSR연구소장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지속가능성과 세계시민’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사회 책임 전문기자를 끝으로 퇴사하기 전까지 <경향신문> 기자로 22년간 일했다. 대학에서는 경희대, 한국외대, 카이스트 등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가르쳤고, 가천대 저널리즘 MBA 주임교수를 지냈다. 안 소장은 강연에서 지속가능성의 필요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방법을 역설했다.

▲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이 세명대에서 ‘지속가능성과 세계시민’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임세웅

급격한 지구온난화, 풍요를 나누는 게 해결책

“지구온난화는 좋은 거예요, 기본적으로. 문제는 급격한 지구 표면 또는 지구 온도 상승입니다. 생명체나 생태계가 자체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어 살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는 지구온난화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며 그 이유로 우주의 온도를 들었다. 우주의 평균온도가 생명이 살 수 없는 영하 270°C이기 때문에, 생명의 탄생과 유지를 위해서는 우주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문제는 ‘급격한’ 지구온난화다. 생명체나 생태계가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에 모두를 멸종시킬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18세기에 시작한 지구온난화가 2차세계대전 이후 급격히 진행돼 지표면 온도가 상승하자 북극곰이 적응하지 못해 죽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곰이 살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잖아요. 물 속에 사는 포유류 상태로 바뀌든지, 신분세탁을 해서 어류로 바뀌든지. 근데 왜 안 돼요? (적응할) 시간이 짧아요.”

▲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북극곰. ⓒ pixabay

사람들은 급격한 지구 온난화의 해결책으로 크게 ‘자원 사용 절감, 기술 의존, 탈출’이라는 해결책을 생각하는데, 안 소장은 이 모든 해결책이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 사용 절감에 관해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고, 과학 기술 의존에 관해서는 “통제할 수 없는 쪽으로 튀어나갈 수 있다”며 과학 의존적인 사고방식을 경계했다. 탈출은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지만 너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실제로 달로 탈출하는 방법은 현재 구상중이지만 삼성전자 미래보고서는 2100년 정도가 돼야 달 표면 민간인 거주가 이루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 ‘판도라’의 모델로,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높은 별 중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 쌍성’조차 태양계에서 4.37광년 떨어져 있다. 현대 기술력으로는 수만 년 가야 한다.

▲ 영화 아바타 포스터 ⓒ Google

기업은 사회적 책임(CSR) 다해야

안 소장은 풍요를 나누려면 기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CSR이란 기업이 사업 영역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환경적 관심사들을 수용해 경영 활동에 적용함으로써 이해 당사자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이루는 것이다.

그는 “지속불가능한 상황은 외부효과를 통제하지 못해 발생했는데, 외부효과를 일으키는 주범은 기업과 시장”이라며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개념으로 산출한 것 중 하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외부효과란 개인, 기업 등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들에게 기대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대표적인 외부효과다.

외부효과를 줄이면 줄일수록 지속불가능성은 줄어든다. 안 소장은 이 때문에 “외부효과를 제로(0)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자본주의적 계산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 개념을 소개한 뒤 모든 기업들이 재무제표에 이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기업에서 사용하는 재무제표에서 ‘보텀 라인’은 기업의 경제적 순이익을 지칭한다. 트리플 보텀 라인은 이 ‘보텀 라인’을 3개로 늘리는 것이며, 기업의 순이익을 계산할 때 경제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성과도 계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안 소장은 “포스코의 경제적 보텀 라인이 100인데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적 보텀 라인이 -50이라고 하면, 포스코의 보텀 라인은 100으로 기록하지만, 트리플 보텀 라인 방식에서는 50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포스코 2019.07.23 영업(잠정)실적(공정공시). 안 소장은 여기에 사회적 환경적 성과도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업정보전자공시시스템

기업은 수익만 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안 소장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로 ‘캐롤의 CSR피라미드’를 소개했다. CSR피라미드란 미국 조지아 대학의 캐롤 교수가 만든 모델로, 기업의 책임 영역은 경제, 법, 윤리, 자선 영역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 캐롤의 CSR피라미드. ⓒ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

캐롤 교수는 기업이 이 네 가지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경제적 책임은 재화와 서비스의 효율적 생산을 위한 수익 창출, 법적 책임은 법적 의무의 준수, 윤리적 책임은 윤리적이고 공정한 활동, 자선적 책임은 기부나 자선 같은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책임으로, 기업은 이 네 가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경영학과에서 책임경영 수업 중 나온 질문들을 알려주며 이해를 도왔다. 그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영리 활동을 통해서 수익을 추구하는 존재”라며 “착한 일은 하는 데 돈을 못 벌면 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영학과 고학년들은 항상 기업의 정의를 물어보면 영리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항상 몇 글자를 추가한다”며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 조직이라고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법적, 윤리적인 책임을 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기업은 영리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격이다. 이들은 사회 내에서 합의된 최소한의 원칙이자 강제성을 가진 규범법규를 준수해야 기업경영에 관한 최소한의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다. 윤리는 도의적 부분이지만, ‘땅콩회항’ 사건처럼 기업이 이해관계자 또는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갈등이 발생하고, 불법을 저지를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활동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

기업이 자선적 책임을 실천한다는 것은 기업이 사회의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의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기업은 명성을 얻을 수 있다. 사회의 요구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 진입 또는 경쟁력 창출의 기회도 발견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은 법적, 윤리적 책임을 지지 못할 때 자선적 책임을 지킴으로써 법적∙윤리적 책임을 지지 못한 것을 무마하려고 하는데, 법적∙윤리적 책임을 먼저 지지 않으면 아무리 자선적 책임을 실천하더라도 소용없다.

▲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이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강연하고 있다. ⓒ 임세웅

ISO26000은 ‘착하게 살자’는 지구촌의 약속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많이 져야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조직은 기업만이 아니다. 안 소장은 “요즘은 CSR뿐만 아니라 정부(GSR), 대학(USR) 등 사회적 책임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며 “모든 조직의 사회적 책임 가이드라인인 ISO26000을 외우라”고 말했다.

ISO26000은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이다. 세계화에 따른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문제해결, 경제성장과 개발에 따른 지구환경 위기 대처, 지속가능한 생존과 인류번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요구에 따라 만들어졌다. 소비자, 정부, 기업, 노동, NGO, 기타 서비스·지원·연구기관이라는 6대 이해관계자를 대표하여 다자간 이해관계자 접근방식으로 참여한 90여 개국 이상의 전문가가 개발했다.

ISO의 기본 7대 원칙은 책임성, 명성, 윤리적 행동, 이해 관계자의 이익 존중, 법규 준수, 국제행동규범 존중, 인권 존중이다. 이 내용들에 관해 안 소장은 “지구촌이 착하게 살자고 약속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 ISO26000의 내용. ⓒ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

민족국가가 아니라 세계시민으로

안 소장은 민족 국가를 지속불가능성의 또 하나 원인으로 꼽았다. 민족 단위로 나뉘지만 국가는 이기적으로 변하기에, 지구 공동의 위기에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는 사회적 기업 탐스(TOMS)를 예로 들었다.

“탐스가 왜 욕먹었어요? 탐스는 세계시민으로 보면 나무랄 데 없는 행동을 했어요.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제3세계에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행동을 했죠. 문제는 국민국가의 이익에 배치된 거예요."

▲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똑같은 신발을 기부하는 탐스슈즈. ⓒ TOMS

하지만 안 소장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와 미세먼지 등의 문제로 세계시민적 정체성을 깨닫는 중이라고 현재를 진단했다. 특히 미세먼지 부분에서는 중국, 몽골, 우리나라가 모두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세계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세계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시민이 되자고 하면 곧바로 세계시민이 될 수 있냐”고 의문을 던진 뒤, “나는 민주시민의식이 작동하는 건전한 국민국가를 통해서 우리가 세계시민으로 발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사민주의 정당들이 제1차 세계대전 때 전쟁을 목적으로 한 애국주의에 ‘투항’했다며 “민주의식이 그때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럴 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캐롤의 CSR피라미드를 이야기하며 “기업도 시민이 돼야 하는 판에, 기업도 아닌 우리가 시민이 돼야 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며 “모두가 시민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고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19년 2학기 [인문교양특강]은 원종원 안치용 이택광 김용락 권순긍 조문환 정희진 조효제 선생님이 맡았습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연을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편집자)

편집 : 이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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