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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 지금 아니면 내일은 없다”
[단비현장] 서울 대학로 ‘9.21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회
2019년 09월 22일 (일) 20:14:59 윤종훈 기자 yoonjh2377@gmail.com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2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혜화역 1번 출구앞 도로. 환경·농민·인권·노동·종교 등 전국 시민사회단체 330여개로 구성된 ‘9·21 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후파업(Climate Strike)’ 집회에 시민 5천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해 손팻말 등을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하얀 두건을 단정하게 쓴 수녀들과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청년 등 각양각색 참가자들은 대형풍선 모양의 파랑, 빨강 지구모형들을 머리위로 굴리며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서울 5천여명 등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함성

 
21일 오후 서울 대학로 혜화역 일대에 모인 5천여명의 ‘기후파업’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지구모형을 굴리며 긴박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 윤종훈

오는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UN)기후위기정상회담을 계기로 각국 환경단체들은 20일부터 27일까지를 ‘국제 기후파업 주간’으로 정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날 국내에서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청주 등 10여개 지방도시에서도 동시다발 집회가 열렸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집회에서 정부가 이미 받아들인 ‘UN 기후정상회담 대통령 참석’ 외에 ‘2020년까지 UN에 제출할 온실가스배출 제로(ZERO)계획 국민과 공유’ ‘기후변화대응 총합 아젠다(의제) 수립과 대통령직속 특별기구 설립’을 촉구했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도현(16·용인외대부고1)양은 발언대에 올라 “석탄화력발전소와 제철소가 계속 돌아가고 대기업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상황에서 개인적 실천은 무력해지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에너지구조전환을 요구했다. 김양이 활동하는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해 8월 기후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10대들이 만든 단체로, 지난 3월과 5월 청와대와 서울교육청 앞까지 행진하는 등 국내 처음으로 기후시위를 벌였다.

   
▲ 청소년기후활동가 김도현양이 “화석연료발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하고 시민들에게도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 윤종훈

탄소배출량 세계 7위 한국은 ‘기후악당’

김양은 “제 꿈은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것인데 전세계 탄소배출량 7위인 ‘기후악당’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부끄럽다”며 “우리나라가 온실가스를 막대하게 배출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안 가장 가난하고 약한 나라 국민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고, 동남아시아는 태풍과 이상기후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며 “우리나라 시스템이 그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제 인터뷰 기사에 ‘고등학생부터 그런 행동을 한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시위 말고 삶에 필요한 활동을 해라’ 등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정말 그런가요? 제가 고등학생 때부터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는 할 수 있는 시간이 지금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학 가고 나서, 취업하고 나서 돌아보면 그땐 이미 늦었을 것입니다. 지금 시위 말고 제 삶에 필요한 행동은 없습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P)가 지난해 채택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막지 못할 경우 2030년과 2052년 사이에 지구온도는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을 돌파하게 된다. 그러면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재앙에 휩쓸린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경고다.

청소년기후행동은 시민들의 비상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를 열 예정이다. 중고생 수천명이 학교에 안 가고 집회를 연 뒤 청와대로 행진해 ‘청소년이 매긴 정부 기후대응성적표’를 발표하고, 대통령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응답하라 대통령’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가 한국에서도 본격화하는 셈이다.

   
▲ 전세계 기후파업 주간을 맞아 외국인들도 집회에 참석했다. 한 참가자가 “기후는 변하고 있어. 너는 왜 안 변하니? (The climate is changing. Why aren’t you?) 우리도 맞서자!”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윤종훈

‘이대로 가면 죽음’ 길거리에서 ‘다이 인’ 퍼포먼스도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대학로에서 종로5가, 종로3가를 거쳐 보신각으로 행진하며 “화력발전 이제 그만” “온실가스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종각역 인근 거리에서는 죽은 사람처럼 드러눕는 ‘다이 인(die in) 퍼포먼스’도 벌였다. 기후위기를 방치하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들이 죽음에 이른다는 의미다.

   
▲ 집회 참가자들이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죽은 듯 쓰러지는 ‘다이 인(die in)’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기후위기에 긴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인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의미다. ⓒ 921기후위기비상행동 페이스북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국내외에서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사회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김영용(28·취업준비생)씨는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가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호주나 뉴질랜드는 기후난민 수용 문제로 이미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기후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고, 다음 세대의 문제도 아니며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번역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김수진(45)씨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각국에서 큰 산불이 나는 모습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껴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이너 홍민호(33)씨는 “아마존에서 목축지를 마련하거나 사료곡물 재배를 위해 밀림을 불태우고 있다”며 “지구온난화에 축산업의 영향이 40% 이상이라고 들어서,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부터 브라질 아마존에서 발생한 불로 서울 면적의 15배가 넘는 열대우림이 불탔는데, 국제사회는 아마존 화재의 90% 이상이 축산업 탓이라고 보고 있다.

아들(11)과 함께 나온 윤희정(49)씨는 “일상생활에서 쓰레기를 줄이면서 가급적 채식을 실천하고 있다”며 “가축이 내뿜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도 그렇고, 가축을 기르는데 필요한 곡물을 재배하는 과정도 지구온난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대응 에너지전환협동조합 배상순(56) 조합원은 “전 지구인이 기후위기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만큼 온실가스를 줄여나갈 수 있는 에너지전환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5% 감축’ ‘기후위기 직시하고 비상사태 선포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다양한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 윤종훈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BigWave) 회원 오동재(26)씨는 집회가 끝난 후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를 1.5℃로 막기 위한 시간이 12년 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며 “이미 전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가 올랐기 때문에 에너지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인식으로 기후변화청년모임에서 160여명의 회원과 함께 세미나, 학술연구 등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제환경보호단체 ‘350.org’에 따르면 이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160여개국에서 약 400만 명이 기후변화 대응촉구 시위를 벌였다. 또 23일에는 토고 로메, 26일 나이지리아 라고스와 인도 아잠가르, 27일 태국 뜨랑 등 여러 지역에서 기후파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기후행동 참가자들의 행진 모습. 대체로 자유롭고 발랄한 분위기였다. ⓒ 윤종훈

편집 : 이자영 기자

[윤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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